당그니렌즈속 일본

일본전철에서 휴대폰 통화를 하면 어떻게 될까?

dangunee 2008. 3. 5. 04:48

1. 한국전철이 시끄러운 이유?

일본 전철은 한국전철에 비해 매우 조용하다.

그 이유는 크게 네가지다

첫째. 물건 파는 사람이 없다.
     한국에선/ 졸다가 갑자기 큰 목소리가 나서 깨어보면 '계절'별 신상품부터 '회사도산', 아이들 장난감까지 안파는게 없다. 나도 아이 팽이 장난감을 하나 산 적이 있다.

둘째. 전철을 일주하면서 구걸하는 사람이 없다.
     한국에선/ 정말 몸이 아프신 분인지 아닌지, 눈이 안보이시는 분인지 아닌지 알 턱은 없지만 음악과 함께 종종 등장한다.

셋째.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면서 전도하는 사람이 없다.
    한국에선/ 이런 분들은 거의 로봇 같은 표정을 짓고 누가 뭐라해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자기 할말만 하면서 전도하러 다닌다.

넷째. 핸드폰 통화다.
    한국에선/ 아주머니 계모임 이야기부터 영업사원의 거래처 정보까지 귀동냥할 수 있으나, 앞뒤관계를 잘 모르면 조금 괴롭다.

일본 전철에는 이 네가지가 없다.

이 중에서 첫째부터 셋째까지는 아예 없고
네번째 '핸드폰 통화'는 아주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전화를 받게되더라도 빨리 끊는다.

 


사실 전철에서 핸드폰 통화란 양면적이다.
개인적으로 전철에서 통화를 해야할 일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을 어느정도 선에서 조절을 할 것인가 하는 게 문제다.


2. 일본인들이 전철에서 전화통화를 하지 않는 이유?

일단 지하철을 보자. 전파가 통하지 않는다.
전화를 하려고 해도 전철이 섰을때만 가능하고 지하철이 다음역으로 가기 위해 터널 안으로 들어가면 전파가 끊긴다.

그러나 서울의 1호선처럼 일본 지하철도 지상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때는 전파가 통하므로 전화가 울리기 마련이다.
(지상으로 다니는 JR 등 대부분 전철은 전파가 통함)

그러나 전화가 와도 일본인들은 전화를 받자 마자
'지금 전철이니 내려서 다시 전화하겠습니다'라고 하고 끊는다.

한번은 전철이 출발하기 전에 대기시간이 5분정도 남아있을 때였다.
전철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대부분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정도였는데
한 중년 사내의 포켓에서 핸드폰이 울리는 게 아닌가.
그러자 그는 전철 안에서 받는 것이 아니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전철 밖 플랫폼으로 나가서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이 닫힐때즘에 가까스로 다시 들어왔다.

그저 자리에서 편하게 받을 수도 있을텐데...

나는 그것을 보면서 일본인에게 전철 안은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핸드폰 통화를 하기 부담스러운 공적인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나도 전철을 탔을때 누군가에게 전화가 오면 자리에 앉아있다가도 일어나서 문쪽으로 가서 간단하게 '내려서 건다'고 하고 끊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철 내에서 미주알 고주알 생활 이야기하면서 떠드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일본 전철안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만화나 잡지를 뒤적거리거나, 문자메세지 작성, 게임, 신문을 보면서 자기 할일을 하거나 아니면 피곤해서 곯아떨어지는게 대부분이다.
 

3. 초강력 핸드폰 할아버지 등장!!

그런데 어제 퇴근길에 지난 몇년간 보지 못했던 초강력 핸드폰 통화 할아버지가 등장했다.

지하철에서 전화가 걸려올때부터 전화를 끊을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받다가 지하철이 터널속으로 들어가자 끊겼다. 그러나 지하철이 지상으로 나오면서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아마도 무슨 업무 관련한 이야기였던 거 같다.

문제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이 할아버지는 전철이 지상에서 달리는 동안 끊을 생각이 없이 줄곧 통화를 하는 게 아닌가.

전철 안에 몇몇 사람들이 대화를 하고는 있었지만 역시 핸드폰 통화소리는 유별나게 크게 들린다. 언젠가 본 기사에 의하면 사람들이 핸드폰 통화 소리에 불쾌함을 느끼는 이유가 대화를 완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한쪽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들릴 뿐이어서 대화 전체 내용을 알 수가 없고 게다가 시끄러우니 본인도 알게 모르게 불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이 핸도폰 할아버지가 5분 이상 통화를 계속하자
원래 주위 참견을 하지 않던 일본인들도 힐끗힐끗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은 못하고 슬쩍 쳐다보고는 만다. 다들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잠깐이면 몰라도 전철에서 계속 통화하는 일본인을 본 것은 나도 처음이다.

그럼에도 구석에서 혼자 열심히 통화중인 이 할아버지는 안하무인이다.
 
나는 읽던 주간지에 몰입이 안되서 관두고 그때부터, '누군가 저 할아버지를 말릴 것인가'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는데...

끝내 못참겠던지, 그 근처에 앉아서 책을 읽던 한 중년 사내가 일어나서
'전화는 내려서 하라'고 주의를 줬다. 드디어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그제서야 그 할아버지는 재깍
'스미마셍' 하면서 전화통화를 끝냈다. 물론 상대에게는 내려서 다시 건다는 말을 남겼다.

'우씨 바로 끊을 거면서 -_-'

적어도 전철에서 통화를 하면 남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은 알고 있던 모양이다.

 



4. 문화와 관습
   
이렇게 한국에서는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는 일이 일본에서는 벌어지곤 한다.
해프닝 끝났지만 나도 모르게 조용한 일본전철 분위기에 익숙해서인지  
핸드폰 통화소리에 참 민감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일본인들은 오죽 했을까.

일본인들이 전철에서 전화통화를 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끼지지 말라는 가정교육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다들 통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와 관습은 그래서 무섭다.

문화란 익숙한 것이라고 본다면 전철에서는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이 이들에게는 익숙한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 튀어나오면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전화통화를 하면 다른사람에게 피해가 가겠지 라는 생각도 있겠지만 아무도 통화를 하지 않는 분위기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번호를 누를 일은 없을 것이다. 암묵적인 침묵이 더 무서운 법!

전철안 핸드폰 통화!
한국에서는 서로 시끄러워서 그냥 무감각해지는데,
일본전철에서는 아무도 장시간 통화를 하지 않다보니 단 한사람이라도 통화를 하면 엄청나게 거슬린다는 거.!!!

그러고 보면 때때로 너무 조용한 것에 익숙해지는 것보다
어느정도 시끄러워도 사람사는 게 다 그런거라고 하면서 무덤덤해지는 게
최고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남 사생활 이야기를 전철안에서 장시간 듣는 건 고역이다.


관련글: 일본인들이 전철에서 가장 싫어하는 타입은?


* 히라가나 부터 기초문법, 현지회화,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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