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렌즈속 일본

일본식당이 반찬 재탕을 하지 않는 이유는?

dangunee 2008. 8. 31. 16:51

1. 일본 식당이 반찬 재활용을 하지 않는 이유는?

 

  한국 방송사에서 식당 음식 재활용에 대해 보도를 한 모양이다.

   방송 보니 못먹을 음식 넘친다

   음식물 재탕, 삼탕 막으려면 
 
 위 글은 한국 식당 대다수가 반찬을 재활용한다는 이야기이고, 이에 일본에 거주하시는 붉은매님께서 내가 경험한 일본식당의 청결  이라는 글로 일본 식당의 재활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청결에 대한 확실한 태도에 대해 언급했다.

 이 글은 붉은매님 글에 대한 반론이 아니라, 보론의 성격임을 미리 밝혀둔다.

 

 

 

 

 나도 일본에 와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남은 음식은 모조리 버렸고, 한번 내놓은 식기는 무조건 세척을 했다. 이 지점은 앞서 붉은 매님께서 쓰신  내가 경험한 일본식당의 청결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

일본 식당은 왜 반찬 재활용을 하지 않을까.

결론은 단순하다.
일반적인 일본식당에서 내놓는 반찬이란 게 재활용하고 말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일본 식당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아래 두가지 에피소프를 살펴보자.


2. 일본 튀김덥밥집, 단무지 더 주세요? 네?

몇해 전 아버지께서 일본에 놀러오셨을 때

도쿄 신바시에 있는 튀김덮밥(天丼)집에 갔었다.
흔히 아키하바라 등에서 볼 수 있는 체인점은 아니고, 그냥 가게주인이 혼자 운영하는 서서먹는 가게였다.

일본 음식에서 덮밥이란 거의 그냥 밥 위에 얹어져 있는 반찬만 그릇에 가득 담긴 반찬을 간장과 함께 어떻게든 먹어치워야한다.
반찬? 단무지 2쪽을 준다.

아버지가 유일하게 알고 계셨던 일본어는 '주세요 - 쿠다사이'였는데, 밥에 튀김만 있다보니 워낙 먹기 뻑뻑한 지라...김치도 없고.

그래서 느닷없이 가게 주인에게
'다쿠앙 쿠다사이'(단무지 주세요)라고, 나를 통하지 않고 직접 말씀을 하시고 말았다.

그랬더니, 가게 주인 왈
'타쿠앙 나이!!' (단무지 없어요)
단칼에 거절을 했다.

-_-;;;;;;;;;;;;;;;;;(관광객인거 알면서 좀 주지...)

일본인이거나, 외국인이라도 일본에 오래 산 사람이라면 원래 일본에서는 반찬을 더 주지 않으니 그렇게 묻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한 더 달라고 한다고 더 주지도 않는다.
(단, 시골은 조금 다르다.)

결국 아버지께서는 밥을 반 밖에 먹지 못하고, 그 가게를 나와버렸다.
한국인에게는 아무리 배가 고프다 한들, 밑반찬도 없이 튀김과 밥과 간장으로 목구멍에 다 넘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일상적으로 최소한 4-5개의 밑반찬에 익숙해져있으니.

<사진> 카츠동 - 돈까스 덮밥, 짠지 몇개가 반찬 다 이고...리필 일체 없음>


3. 한국에서 주인아저씨가 계산을 실수?

내가 아는 일본인 W씨은 한국에 처음 놀러가서
음식을 시켰는데, 처음에 너무나 많은 반찬이 나와서 당황했다고 한다.

일본인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일본에서는 밥에 반찬을 살짝 얹어주거나 아니면 따로 시켜야하기 때문.
W씨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거 반찬 값을 다 내야되나...

그런데 W씨는 당시에 한국어를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자기가 주문한 것 - 비빔밥 - 이외의 반찬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망설이다가 그냥 추가요금을 내기로 결심하고 그냥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계산대에 서자 가게 주인이 비빔밥 값만 받자,
속으로 '주인아저씨가 계산을 잘 못했구나'라고 생각을 했지만,
어차피 시키지 않은 반찬이었으므로 행운이었다고
그 가게를 나와서 친구랑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음식을 시키면 자연스레 밑반찬이 딸려나온다는 것을
무려 3년이 지난 후 한국어 공부를 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 그 가게 주인은 제 가격을 받았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식당에 반찬이 많이 나오는 것에 감동했다는 말은 잊지 않았다.

<일본의 한국 삼겹살집, 많이 나오지만, 역시 상추는 일본식으로 제값주고 사야 된다>


4. 일본에서 음식이 남는 가게는?

이렇게 한국과 일본은 5000원짜리 음식을 시켰을 때 나오는 기본 메뉴가 다른 것이다.
즉 서로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스트푸드점이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일본에서 1000엔짜리 정식을 시키면 어떨까
돈까스 정식, 생선 정식, 소바(메밀 국수) 정식.
역시 반찬이 딸려나오기는 하지만 정말 참새모이만큼 나온다.
즉, 밥을 먹다보면 남길래야 남길 수가 없다.

또한 만약 남긴다고 해도, 찌꺼기 몇조각을 재활용할 수 는 없다.

여기서 다시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식사를 하고 음식이 많이 남는 식당은 뭘까.

그것은 보통 서민들이 저렴하게 한끼 식사를 하는 곳이라기 보다는
셋트나 코스가 '주'인 '레스토랑'이나 불고기(야끼니쿠)집이다.

이런 곳은 사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가차없이 버려도 별 문제가 안된다.
가격에 이미 반찬값이 충분히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도 불고기집 아르바이트를 할 때
셋트메뉴를 시켜서 사람들이 먹고 난 뒤 남은 음식은 가차없이 버렸다.

 

<노렌이 걸린 텐푸라(튀김요리) 가게 - 도쿄 미드타운>


5. 일본은 아무리 비싼 요리라 해도 음식이 풍성하지 않다.

그리고, 한일 양국의 음식문화의 차이가 이런 재활용에 대한 문화차이를 만드는 데 일조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일본 도쿄는 전세계 미식가들에게 한번쯤은 방문해봐야할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것은 작년 11월  22일에 발매된 프랑스의 레스토랑 가이드 미슐랭(Michelin)이 도쿄를 세계 최고의 ‘미식 도시(gourmet city)’로 지정했고, 별 세개를 매긴 음식점도 8개나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미슐랭에 실릴 정도의 일본 고급요리는 양으로 승부를 하지 않는다.
적은 양의 요리를 가장 신선하거나, 원 재료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고안해서 조금씩 조금씩 내놓는다.

일본인들은 비싼 요리일수록 적당한 양에 그것에 어울리는 그릇과 모양이 하나의 셋트가 되기를 꿈꾼다. 미식가들은 바로 요리,맛,모양이 어우러진 지점을 흠미한다.

따라서, 한국 사람들이 일본 고급 음식점에 가면 별로 양도 안차고, 찔끔찔끔 나오는 것이 영 성에 안 찰 수 있다. (실제로 회사에서 손님이 와서 접대 해보았는데, 한국인 입장에서는 뭐 그냥 저냥....^^, 물론 맛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면 달라질 수도....)

한국과 일본 서민들이 흔히 먹는 '회'와 '사시미'만 비교해도 그렇다.
우리는 일단 회가 양이 많아야하지만, 일본에서는 그저 몇 점 맛보는 정도면 된다.




6.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요리점의 몰락

그런데 한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일본에서도 이런 고급요리점에서도 음식을 재활용하다가 걸린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센바깃쵸(船場吉兆) 라고 하는 오사카에 본점을 둔 고급요리점으로,  후쿠오카 등 지점이 있었는 곳이다. 2007년부터 소비기한이 지난 음식과 원산지위장 문제가 발각된 뒤 언론에 주로 오르락 내리락 하더니, 2008년 5월 손님이 먹다 남긴 요리를 재활용하는 것이 발각되면서 손님의 발길이 끊기고 되고 폐업을 하게 되었다.
 
 이 요리점의 경우도 원래 깃쵸(吉兆)라는 1930년 창업한  전통적인 노포(老舗-시니세)에서 갈라져나온 곳이다. '깃쵸'는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요리점으로, 유명해진 것은 1979년,1986년,1993년 도쿄서밋에서 다른 유명요정을 제치고 일본요리를 담당하게 되면서이다.  센바깃쵸는 '기쵸'그룹의 창업자 유키테이치(湯木 貞一)의 셋째딸 사치코가 독립을 하면서 만들어진 가게 이름이다.

<기쵸: 출처 - 일본 위키피디어>

* 이렇게 오래되고 유명한 가게를 별도의 노렌으로 독립시키는 것을 '노렌와케(暖簾分け)'라 하는데 '센바깃쵸'도 '깃쵸'에서 갈라져나왔다. (전통적인 가게의 노렌을 따로 떼어줘서 독립시키는 것) '노렌'이란 일본 음식점 앞에 걸려있는 가게 문양이 담긴 천. 일본인들은 이 노렌의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내건다.

센바기쵸의 몰락은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요리점이 18년간이나 손님이 먹다 남긴 '회'등 음식 재활용으로 일본인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고, 매스컴의 엄청난 보도가 잇따랐다.
그 이유를 따져보면 역시 '신용'보다 '수익성'을 중시한 경영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센바깃쵸의 뿌리가 되었던 '깃쵸'그룹(本吉兆、교토깃쵸、코베깃쵸、도쿄깃쵸)은 특별히 자본관계가 있거나 경영방침을 공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별탈없이 정상영업을 하고 있다. 단 '깃쵸'라는 이미지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새롭게 음식의 안전성에 대해 위원회를 설립 공동으로 검사하고 있다.



7.  재활용? 식당 책임? 손님 책임?

다시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

일본의 경우
1. 재활용하는 곳이 별로 없다.
2. 반찬을 버릴 것도 없다. 먹다 남기는 것도 거의 없기 때문
3. 라면,돈까스,덮밥 등 단품의 경우 반찬을 따로 시키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다.
4. 일본도 수익성 중심으로 움직인 곳은 재활용를 하거나 소비기한을 속여서 다시 팔기도 했다.(작년 1년 내내 이 문제로 시끄러웠음)


한국의 경우
1. 기본반찬은 무료로 제공해야한다.
2. 리필도 당연히 무료로 제공한다.
3. 가격에 비해 반찬가지수가 많다.
4. 고유가로 인해 물가가 대폭 상승한 이 시점에서 가게 운영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5. 재활용을 하는 가게가 꽤 있다고 방송되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물론 순두부찌개까지 다시 섞어서 재활용하는데는 두손 두발 다 들었지만, 아직도 어려운 불경기에 남은 반찬을 재활용하지 않고 깨끗한 반찬만을 내놓는 식당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가게도 수지타산을 위해 하루에도 몇번이고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이 식당 재활용 문제는 단순히 한국에 널려있는 식당에 카메라를 들이대서, 현실이 이렇다고 알리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필요 이상의 반찬을 제공받고 그것을 저렴한 가격에 누리려는 현 음식문화 자체에서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일본처럼 참새모이처럼 반찬이 나오는 시스템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반찬 가짓수를 유지하면서, 지금의 가격을 유지하려면 역시 필요한 만큼 퍼가서 먹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은 양의 반찬을 종류별로 약간의 돈을 주고 사서 먹던가.

만드는 입장이든 사먹는 입장이든 모두가 비용을 적게 들이고 최대 효과를 볼 수는 없다.

한국 식당의 재활용 문제 자체만 놓고 파헤칠 문제가 아니라 그 대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할 것이다.



 

<중국음식점, 바미양에서...이건 다 제 값주고 시킨 것이다. 풍성하게 먹으려면 그만큼 비용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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