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스크랩] wbc가 끝났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

dangunee 2009. 3. 25. 00:02

WBC가 끝났다. 아쉬운 한판이었다.

9회말 이범호의 적시타로 3-3 동점이 되는 순간, 기적이 날 것 같았다. 내 머릿속에서는 한국선수들이 모여서 김인식 감독을 행가레 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나 게임은 악몽으로 바뀌었다. 이치로의 결승타. 게임이 끝나고 뭐 질 수도 있는 거지 라고 생각했다. 다시 일에 몰두했다. 그러나 찜찜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지난 제 1회 WBC도 일본이 우승하는 것을 지켜본 기억이 선명하게 살아돌아왔다. 집에 와서 TV를 켜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야구에서 일본이  언제부터 한국을 '숙적'이라고 생각했는가. '숙적'이란 '숙명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는 적' 그야말로 대등한 상대라는 뜻이다.

 90년대 한일 슈퍼게임을 TV에서 중계해줬을 때다. 지금 주니치 감독을 맡고 있는 오치아이가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홈런을 때렸다. 일본 선수들과 한국선수들과 차이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도쿄 돔구장에서  벌어진 게임. 일본선수들은 쳤다 하면 홈런이었다. 뭐랄까 그 때는 일본이 야구라는 종목에서 한국을 불러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했던 때다.

 세월이 흘렀다. 이번 WBC 대회 한일 3차전을 앞두고 호시노감독을 일본 TV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베이징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한국을 깔보던 그는 그날 인터뷰에서 기자가 '한국과 일본의 실력차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전혀 없습니다.'

 한때 일본을 호령하던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것도 아주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의 말에는 겸손을 떠나 명백하게 실력을 인정하는 느낌이 실려있었다. 한국에 대한 일본야구의 인식은 이렇게 바뀌었다.  

일본에 살면서 이곳 저곳 이사를 해보니 야구를 하는 유소년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뛸 수 있는 그라운드가 동네 어귀 어딘가에 마련되어 있었다.

한국 55 
일본 4,119
이순신의 명량 해전 전함 수가 아니다.(실은 13척이었죠?)
한국과 일본의 고교야구팀 수다.

한국 5,500명
일본 4,407,000명
양국에 등록된 선수 숫자다. 일본은 4백만명이다.

한국이 인프라가 딸려서 일본에 졌다고도 한다. 그러나 일본처럼 인프라가 충분하고도 한국에게 지면 그런 인프라를 갖고도 졌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실제 일본 네티즌들은 한국에게 3차전에 패배했을 때 그렇게 비아냥거렸다.

이번에 한국이 얻은 건 뭘까.
지금 일본은 축제에 휩싸여 있다. 석간신문은 일본의 2연패로 도배가 되어있고 TV는 연일 재방송을 틀어댈 것이다. 일본네티즌들은 이치로의 환생에 열광하고 있다.
그만큼 그들예게 한국은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 그동안 자신들이 가진 모든 힘을 투입하고서 간신히 이길 수 있는 상대였던 것이다. 

10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결과다. 그만큼 올림픽, 이번 WBC에서 선수들이 잘 싸워준 것이다.

한류가 끝났다고 하지만 일본 TV.신문에서 한국에 대한 기사는 끊임업이 등장한다. WBC에 관해서만 말하자면 넘쳐났다. 한국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일본인들에게 한국인 피겨, 축구, 야구 등 아시아를 벗어나 미국,유럽으로 가려면 반드시 극복해야 될 대상이 된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자 회사 동료가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あ。。。。また韓国にやられたか!!!あ。。痛い'
아....또 한국에게 당한 거야...아 아프다....

 오늘 한국이 일본을 꺾고 우승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그림이 완성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일본이 한국에게 이기고 저렇게 열광하는 것을 보니 한국이 그만큼 일본에게 부담스럽게 어려운 상대였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 축구를 넘어 야구에서도 한국은 일본의 숙적으로, 가장 강한 라이벌로 자리매김을 했다. 우리는 이 정도 밖에 안되지만 이 만큼 이뤄서 기쁘다가 아니다. 한국이 모든 분야에서 끈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게 기쁘다는 거다. 그래서 더욱 앞으로의 한국 야구가, 한국이 더욱 기대되는 날이다.

 한국 준우승 브라보! 

출처 :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
글쓴이 : 당그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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