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작년 4월, 블로그에 이런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었다.

동경에서 아이를 한국초등학교에 보내려면?

아이를 신주쿠에 있는 동경한국학교에 보내고 난 뒤, 이 학교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수업료는 얼마 정도인지, 학교에 들어간 딸아이의 반응은 어떤지를 정리해서 올린 글이다.


-딸의 한국초등학교 입학

우리집은 딸의 한국학교 입학을 위해 치바현에서 신주쿠구로 이사를 왔다. 그래도 집이 학교 앞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가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녀야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났다.
지금은 한창 방학중.
아이가 다닌 한국학교는 어땠을까. 

일단, 동경한국학교의 초등부 교감 선생님을 만나고, 영어 원어민 선생님을 직접 취재를 해보았다.

도쿄에서 유일한 한국학교를 가다
-한국학교 초등부의 한국어,영어,일본어 공존 실험

(동경 한국학교 초등부 시스템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위 기사를 참조)

학부모로서 딸을 한국학교에 보내고 느낀 점을 간략하게 풀어본다면...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내가 따로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한국인임을 알고 자라는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나는 매우 만족을 하는 편이다.

또 다른 점은 만약 일본초등학교로 보냈다면 별도로 가르쳐야했을 한글에 대해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가 일기 등을 곧잘 쓰는 것을 보면서 모국어 교육은 학교에 맡겨두기만 해도 된다는 점. 즉, 한국어와 관한 한 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겠다.

딸아이가 한국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일본유치원을 6개월간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일본어가 서툴러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어울리는 애들과만 어울렸다. 2년반이 지난 지금은 딸이 국적이나 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게 없어서 좋은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딸아기가 일본 유치원 다녔을 때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아빠! 왜 난 일본어 못해?


즉,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한글, 그리고 또래집단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은 처음 이 학교를 보낼 때보다 얻을 수 있었던 기대이상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사실은 얼마 전 2학년 반 엄마들을 만나, 그들에게 왜 아이들을 한국학교로 보냈는지 직접 물어보았을 때 더욱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일본인이라 생각했던 아이들이 변했어요"

취재해보니, 재일동포 3세, 일본인 남편을 둔 엄마, 한국인 엄마 등 각자 다 아이를 보내야만 했던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중 큰 이유는 역시 아이들의 정체성이었다.

여기에 덤이 있다면, 영어수업이다.

동경한국학교는 한 반의 정원이 40명인데, 그 중에서 절반씩 나누어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수업이 진행된다(3학년까지). 즉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수업을 한다. 

지난 7월초 열린 영어공개수업에 참관해보니, 선생님이 직접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곳 원어민 교사는 단순한 영어교사가 아니라, 부담임이다. 하루의 절반을 아이들과 지내는 것이다. 아이들이 영어로만 진행되는 수업을 모두 알아듣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면서 영어를 어려워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영어 이머전 수업중(초딩2)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첫번째로 영어 이머전수업(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하다보니, 부모의 영어부담이 늘어난다.

일단 영어로 작문 숙제를 내주면 그것을 고스란히 부모가 봐줘야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란게 혼자 알아서 공부하고 집중할 나이가 아니다. 즉, 부모 스스로가 아이에게 어느 정도 지도해줄 만큼의 영어공부를 해야할 필요성이 생긴다.

나도 가끔 퇴근하고 와서 아이의 영어 작문이나 숙제, 퀴즈 등 전부 영어로 쓰여있는 과제를 봐주기는 하는데 사전을 찾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표현도 종종 있다. 한국어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만큼 영어에 신경을 써야한다.

일본에 살면서 일본어는 수월하게 해도 영어를 무리 없이 하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학교에 가면 엄마들은 영어 부담임을 만나 아이에 관해 무언가 구체적으로 물어보지를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물론 아이 생활에 관해서는 본담임인 한국인 교사에게 물어봐도 되지만...아무튼 엄마들은 원어민 교사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두번째, 어쨌거나 한국어,영어,일본어를 동시에 배우다 보니,아이들의 학습량은 보통 다른 학교에 비해 학습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 학교에서는 일본어를 주당 4시간 배우는데 보통 일본의 공립초등학교에 할당된 국어(일본어) 시간이 주당 7시간이다. 한국학교에서는 같은 교재로 7시간 동안 배워야할 것을 4시간에 압축해서 배워야한다.

우리집은 그래서, 한국어는 전혀 신경을 안 써도 되지만 영어 회화 학원 하나와 일본어 학원(구몬) 하나씩은 보내고 있다. 물론 억지로 보내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매우 좋아하기 때문인데 아무튼 가정에서 어느 정도 보충해줘야하는 문제가 있다. 한국어는 집에 있는 동화책을 읽는 것으로 대체.

세번째는 한국학교가 도쿄 뿐 아니라 일본 관동지역에 유일하게 이곳 하나 뿐인데, 이 학교에는 초등부뿐 아니라 중등,고등부까지 있다. 즉, 좁은 공간을 많은 학생들이 나눠서 써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4학년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영어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보니 수업의 상당부분은 실험을 직접하지 않고 TV 화면 등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한국어로 금방 설명할 것을 영어로 한참을 떠들어야(원어민 교사가) 이해되는 점은 시간낭비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것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더 심하다는 의견도...

영어오픈수업시간에 보니, 5학년 아이들이 원어민교사의 질문에 영어로 대답하면서도 친구끼리는 일본어로 대화하곤 했다. 역시 사는 곳이 일본이다 보니 아이들끼리는 일본어가 더 편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 정작 한국어는 어디에? ㅎ

그러나 학부모들의 공통의견은 한국학교가 모든 것을 만족시켜줄 수 는 없다는 것과 그럼에도 보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여러 불만을 내비치면서도, - 이를테면 재일동포(특별 영주권자)들과 뉴커머간의 수업료의 차이.재일동포는 영어수업 이외의 수업료는 감면받는다-한국학교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모국어로 수업을 받는다는 점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초등학교를 몇년을 다니다가 적응을 못해서 전학을 오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일단, 아이가 한국학교를 다닌지 1년 반 밖에 지내지 않았지만, 아이가 4-5학년이 되었을 때도 한국책을 즐겨 읽고 자기나름의 뚜렷한 주관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이이야기는 아이가 어렸을 때 일본보육원을 3년 정도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이에게 한국어 교육을 어떻게 시킬까 고민하는 것과 비교하면 참 단순한 것이기도 한다.

그 동안 딸아이의 모국어 고민에 관해 썼던 글: 

           아빠와 딸 1 개미냐 아리냐
           아빠와 딸 2 세명과 세마리! 
           아빠와 딸3. 언어공부에 공짜는 없다
           아빠와 딸4. 아빠 이제 공룡 없어!!
           아빠와 딸5. - 새로운 도전!!
           아빠와 딸 6 - 아빠! 왜 난 일본어 못해?


그만큼 모국어를 아이에게 물려준다는 것은 해외에서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과, 이는 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도쿄에 한국학교를 새로 늘려야하는 확실한 이유가 된다. (뭐 사실 한국정부의 대책은 없다고 봐야하겠으나...)



- 딸아이가 최근 영어 공개수업에 아빠가 와서 좋았다고 쓴 일기 (취재차 간 건데;;)


관련 취재기사는 이쪽으로:

도쿄에서 유일한 한국학교를 가다(1)
-한국학교 초등부의 한국어,영어,일본어 공존 실험

도쿄 유일 한국학교를 가다(2)- 학부모에게 물어보니
"일본인이라 생각했던 아이들이 변했어요"




* 히라가나 부터 기초문법, 현지회화까지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    

 




Posted by 당그니
인생의 갈림길에서/아이,나의 흑백필름 l 2010.07.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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