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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파란하늘이 떠있기를...

dangunee 2007. 5. 18. 02:39
1.
사인회를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뭐 제가 유명해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지만 제 책을 기다리시는 분들도 계셨고, 사인을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작년 5월 20일경 세종문화회관에 강연 겸 사인을 하러 갔을때가 기억납니다.
제 지인들도 많이 불렀지만, 그동안 카페나 블로그에서 연재를 보고 오신 팬들이 옹기종기 모여계시더군요.

그때 전 참 신기했습니다.
나 같은 사람 사인을 받아서 어디에다 쓰려구 ㅎ.ㅎ...
쑥쓰럽더군요. 그냥 하니까 하나 보다 했습니다.

그럼 사람이 1년만에 약간은 다른 얼굴이 되었습니다.
좀더 아저씨 같아졌고, 이제 사인하는 것도 괜히 쑥스럽거나 미안해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지난 8개월간 제가 혼자 작가로서 고민을 많이 해서였을 것입니다.
사실 2권이 나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근 몇개월간 여기에만 매달렸고, 생활비의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이 작품에 대해서 반환지점은 돌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자기 이름을 걸고 세상에 책을 내놓은 사람이라면 끝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마무리해야한다는 걸로 버틴 것 같습니다. 2권은 언제나오냐는 이야기가 8개월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두번째 사인회가 찾아옵니다.
26일에 하는 제 사인에는 그간 제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사진을 모으고 정리하면서 잠못들었던 상념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그런 고민이 담긴 사인을 받고 싶으신 분이라면 26일날 강남교보 문고로 찾아오십시오.
저는 좀더 작가다운 모습으로 여러분들을 찾아갈 것입니다.

2.
1권때는 뭐 어떻게 팔리겠지 생각했습니다.
2권이 나오고 보니 이제 팔리는 것은 저의 바램이 아니라 책이 가진 제 힘으로 알아서 갈 거라는 것을 믿습니다.
책이 힘이 부족하다면 덜 팔릴 것이고, 책 안에 스스로 비상할 힘이 있다면 알아서 퍼져나갈 것입니다.

이제 마지막 책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아마도 마지막 책 3권은 만화만의 형식이 아닐 지도 모릅니다.
제작기간도 3-4개월안에 끝낼 생각입니다.
2권을 보시고 난 다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작업이 끝나는 날 저의 표류는 끝납니다.
아마 제가 3권을 탈고하는 날 아주 맑은 가을하늘이 제 머리위에 떠있기를 바랍니다.
표류기 2부 첫화 파란하늘처럼, 제가 하늘을 눈시울 아리게 쳐다본적이 최근에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일본으로 갈 생각입니다.
일본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이상 이번에는 표류하는 입장이 아니라 일본을 좀더 테마에 맞게 따져볼 생각입니다. 그때는 그림보다는 글만 쓸 지도 모릅니다. 벌써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군요.

그 전에 한국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나 실컷 만나고 텅빈 하늘에 웃음소리나 잔뜩 뿌려놓고 가야겠습니다.

정착하지 못한 자의 역마살은 고달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넘실거리는 꿈도 담겨있는 법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