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렸습니다. 첫눈이 오는데 첫눈이 온다고 전화를 걸어 들뜬 목소리로 얘기 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쓸쓸했습니다.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이기 위해 차창에 내린 눈에 한동이를 새겨 봅니다.
내친김에 친구들의 이름도 적어 봅니다. 참 다정한 모습으로 어울려 있습니다. 얼굴 한번 본 적이 없어도 마음은 언제나 오가니 들뜬 목소리로 여긴 눈이 온다고 전화를 걸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마음은 순해집니다.
저 푸르디 푸른 배추도 눈 속에 묻혀 버렸습니다. 아직 따와서 삶아 놓으면 우거지를 겨우내 먹을 수 있을텐데 이 눈이 그치고 나면 추위에 얼어 죽어 버리겠지요.
솜털 처럼, 새의 깃털처럼 눈이 내려 앉습니다. 후우, 불면 날아 갈듯 가벼운 모양새가 우리네 인생을 닮은 듯 부질없어 보입니다.
찔레꽃 붉은 씨앗 위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는 저 조그만 열매의 까만 뚜껑부분을 따 내고 바늘로 살살 속을 파 내어 독하디 독한 독약을 넣고 뚜껑을 교묘하게 다시 닫아 두곤 했지요. 아침나절에 그렇게 해 놓고 저녁에 아버지랑 들에 나가보면 주위에 죽은 꿩이 두 마리 혹은 세마리쯤 널려 있곤 했습니다. 꿩들이 아마 찔레꽃 씨앗을 즐겨 먹나 보지요.
:
copyright ⓒ 2005 by HanDong
|
![]( http://blogimg.hanmail.net/blog/p_img/icon_source.gif)
'담아온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영화 "Love Letter" 따라잡기(후지이 이쓰키를 찾아서..) (0) | 2006.02.23 |
---|---|
[스크랩] (051103) 덕수궁 돌담길 (0) | 2005.11.13 |
[스크랩] 한여름밤의 꿈 하나비 (0) | 2005.08.20 |
가오나시 (0) | 2005.08.06 |
[스크랩] 몰디브 섬의 힐튼호텔 (0) | 2005.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