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들 세상이 자기를 허락하고 있다는 경쾌한 자신감 속에 사는 사람 있으랴. 그럼에도 사람들은 대결하지 않는다. 삶을 대결로 살아간 자들의
피로한 생애를 익히 아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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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떤 경우에 정신이 분열되는 것일까?
아주 간단하게 그것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에 짓눌릴 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그런 현상은 자아가 유달리 강한 사람에게 비교적 쉽게 나타난다. 한마디로 세상과 자신과의 관계틀을 따지는 데에 있어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누군들 세상과의 충만한 결합의식 속에 살아가는 사람 있으랴. 자기만이 유독 허약하고 세상과 일치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괴리감을 느끼며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상처받고 있는 것이지만, 대개는 상식의 수준에 타협하며 그런대로 나름의 삶을 꾸린다. 모든 삶은 타협이다.
그리고 정신분열은 타협이 결렬되었을때 세상이 내리는 복수이다. 스스로 타협을 거부하였건, 처음부터 아예 타협의 대상에 오를 자격을 갖추지 못했건, 세상은 타협에서 탈락된 자들을 여지없이 세상밖으로 끌어낸다.
정신분열은 소망을 잃지 않은 자들의 종착역이 아니라 끝내 소망을 잃지 않고 있는 자들이 그 비상식의 열망으로 인해 받는 벌이다. 버리지 못한 꿈 때문에 상식의 세계로부터 일탈되어지는 고집장이들.
- 문밖의 신화. 임영태
* 12년 전 일기를 보니, 이 글귀가 내 일기장 한 구석에서 불을 뿜고 있었다. 참고로 문밖의 신화는 이중섭의 일생을 다룬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