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눈이 내렸다

dangunee 2006. 12. 18. 01:44
1.
어제 하루종일 잠을 잤다.
마치 어딘가 예치해놓은 잠을 찾아다 쓰는 것처럼
몰아서 잤다.

밤새 눈이 내렸다.
아침에 잠깐 일어나서 본 눈은 오후 들어서 많이 녹았다.

눈은 아름답지만 찰나다.
눈은 내릴때 가장 멋지다.
매미가 생을 마무리하러 나무위로 기어오르듯이
눈은 구름속의 기억을 지우러 하늘에서 낙하한다.

2.
밀린잠을 자고 다시 그림을 그리려니 페이스가 회복이 안된다.
처와 딸과 함께 '내옷'을 사러갔다.
내가 전에 옷을 사러 간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없다.

가끔 누군가가 준 것을 대충 입었다.
일본에서는 회사, 집, 회사, 집 이런 패턴이어서,
그냥 아무거나 입고 다녔는데,
한국에 오니까 그냥 약간 외모가 신경쓰인다.

그 동안은 청바지나 꼭 필요한 것만 가끔 샀는데,
처가 옷사러 가자고 해서 마지못해 나갔다.
간김에 남방,잠바,바지,스웨터 다 사버렸다.

외출할 일이 별로 없는데 연말에 모임이 조금 있어서, 샀다.
옷이 날개긴 한데, 머리도 엉망이라 내일은 파마도 하려고 한다.
파마?
내가 머리에 염색한 것은 3년전인가 딱 한번이었는데,
내일 파마를 하면 또 처음 하는 거다.

이것도 처가 권했다.
이런거 저런거 챙겨주는 처 덕택에
내가 달라진다.
외모에 신경 안쓰는 내가 싫었나 보다.

3.
옷도 그렇지만,
머리도 귀찮아서 잘 안자르는 편인데,
파마를 하면 좀 나아지려나.

그런거 보면 꾸준히 업데이트 하는 블로그는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나 집에만 있는 나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통로이기도 하니
꾸역꾸역 끼니 떼우듯 그럭저럭 엮어간다.

4.
눈이 오면,
연애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던 그때가 생각난다.
그 시절.
식어버린 캐롤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고,
때떄로 눈과 함께 쏟아지는 기억들...
잊혀졌던 기억들이 눈덮이 풍경과 함께 환생한다.

눈의 낙하는 죽음이지만,기억은 눈의 몸을 빌려 폴폴 세상밖으로 나온다.

문득 도착한 메세지!!

'당신이 맡겨놓은 잠 잔고는 다 소진되었으니, 앞으로 몇편의 만화를 더 그리면 그때 재 충전이 될 것입니다.'

다시 페이스를 찾아야겠다.

나는 돌아서려는 나를 다시 붙잡고, 다시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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