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나의 흑백필름

딸과 함께 '벼랑위의 포뇨'를 보다

dangunee 2008. 8. 6. 01:43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포뇨'를 봤다.

 

 

 

 

 


1. 보기전

영화 주인공인 소스케와 포뇨
채현이는 포뇨와 나이가 같다.

채현이가 어느날 포뇨 CM 노래를 듣고 와서 웅얼거린다.

채현: 포뇨. 포뇨..포뇨.
당그니: 채현아 너 포뇨 보고 싶어?
채현: 응. 보고 싶어. 볼래
당그니: 너, 그런데 일본어도 잘 못하는데 포뇨 보면 알아?
(내심 극장 가서 못알아듣는다고 짜증내거나 자꾸 물어보면 어떻게 될까 걱정해서)
채현: 나, 집에서 일본말 몰라도, '프리큐어' 보잖아!
당그니: 그렇구낭...그럼 가서 재미 없으면 어떡해?
채현: 포뇨는 재미있을 거 같은데?
당그니: 포뇨는 여자잖아, 남자만 좋아해^^
채현: 그래? 포뇨는 금붕어야. 포뇨는 내가 예쁘기 때문에 날 좋아할 거야.
당그니: -_-;;
채현: 아빠, 포뇨 언제 봐?
당그니: 아빠 휴가 되면...
채현: 포뇨, 포뇨, 포뇨.....


2. 극장 앞

오늘 근처 쇼핑몰 갔다가 휴가때 보려고 예약이랑 요금을 알아보러 갔다가
저녁 9시 이후 상영되는 영화는 1200엔으로(원래는 1800엔) 할인된다는 이야기에 혹해서
전격 티켓 구매!!

티켓 산 뒤 한 40분 남아서 맥도널드 가서 시간 때우는 중
5분에 한번씩 묻는다.

채현: 포뇨 언제 보러 가
채현: 포뇨 언제 보러 가는 거야
채현: 포뇨...보러 가는 거야
당그니: 시간이 되야 보러 가지
채현: 포뇨...언제 보러 가
당그니: 그래 ---- 그냥 가자.

콜라 빅사이즈 사서 다 먹지도 못하고 영화관으로 이동


3. 극장 안
9시 10분 상영인데, 광고 등으로 15분을 잡아먹는다.
다시 채현의 공세 시작

채현: 포뇨 인제 시작하는 거야?
당그니: 응
채현: 포뇨 아닌데
당그니: 응..저거 끝나면
채현: 인제 포뇨야?
당그니: 응
채현: 저게 포뇨야?
당그니: 음...저건 광고야
채현: 광고가 뭔데?
당그니: 음...광고란 저걸 사라고 하는거야.
채현: 그럼 포뇨는? 사는 거야

나...아 씨....담부터는 상영시간 15분 후에 들어와야겠다 -_-;;

당그니: 그래도 웃으며, 너 영화관 안에서는 조용히 하라고 그랬지 -_-;
채현: 아니, 포뇨 언제 시작하냐고 (목소리를 죽이면서)


4. 드디어 상영 시작 

채현이는 포뇨의 표정 하나 하나, 동작에 꺄르르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미야자키 감독은 어린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작품인데,
관객 대부분은 어른들이다.
하긴 9시가 넘은 이 시간에 애덜은 자야지.

영화가 끝나자 마자.

채현: 아....더 보고 싶다.
당그니: 아. 이제 끝난 거야. 집에 가야지



5. 돌아오는 길.

딸과 함께 영화 복습해야지.

당그니: 채현아 포뇨 재미 있었어?
채현:응, 포뇨가 막 달릴 때
당그니: 어떤 게 재미 있었어?
채현: 응....포뇨가 사람이 되고 싶어할 때
        근데 아빠. 궁금한 게 있어.
        포뇨엄마는 왜 포뇨랑 다르게 생겼어?

포뇨는 머리만 사람이고 몸은 금붕어인데, 포뇨 엄마는 미녀에다가 여신의 분위기를 풍긴다.

당그니: 아 포뇨 엄마는 바다의 생명을 잉태하는 '여신'이기 때문이지
채현: '여신'이 뭔데?
당그니: (또 시작됐다. 이 무한 루프)
           음 그러니까, 바다 전체를 관장하는 신인거야
채현: 그니까 '신'이 뭐냐고?
당그니: 음...신이란 말이지...

속으로, 아니 미야자키 감독은 포뇨가 금붕어만 그려놓고, 엄마 아빠는 왜 인간으로 그려놓은거야 -_-;; 엄마를 메기로 그리던가, 상어로 그리던가 하지, 왠 미스 유니버스 같은 사람을 그려놔갖고 설명하기 어렵게 만드냐 ㅜ.ㅜ....하면서

이제 아내 참전.

아내: 채현아 그러니까 바다가 여신인거야
채현: ????

이후 10분간 바다와 여신과, 사람과 인면어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고 간 뒤에.

채현: (납득이 간건지 안간건지) .....나 졸려.

그럴만도 하지 시간이 11시니...
와서 씻고 재웠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6.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은 움직이는 커다란 동화책!

애니메이션은 무엇보다 아이가 보고 좋아해야한다.
그걸 가장 잘 아는 감독이 미야자키 하야오.

이 영화는 거대한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아이를 위한, 어른이 되지 못한 아빠,엄마들을 위한 동화다.

그의 상상력은 말랑말랑하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아이가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에 시작한 영화를 2시간 가깝게 지루해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애니메이션 안에서 주인공들이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무언가를 만들고 감정을 주고 받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말랑말랑한 상상력이 미야자키 감독이 펼쳐놓는 선율과 파스텔톤의 풍경에 맞춰 뛰논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

딸 덕분에 이 영화는 내가 일본에 와서 본 두번째 미야자키 감독 애니메이션이 되었고,
첫번째로 졸지 않고 끝까지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이 되었다.
(센과 치히로때는 졸았음 ㅜ.ㅜ)

그리고,

나는...

극장문을 나서면서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채현아, 아빠가 포뇨 같은 재미있는 동화 만들어줄께!'
.




벼랑위 포뇨 노컷판 CM Ponyo on the Cliff by the Sea




* 히라가나 부터 기초문법, 현지회화까지  
->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