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갈림길에서

식스센스에 관한 세가지 에피소드

dangunee 2005. 7. 5. 00:58

    식스센스!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공포영화,

    서양의 공포영화스럽지 않게 동양적 가치를 훔쳐와서 일상의 공포를 잘 재현한 영화.

    공포는 외부에서 오는게 아니라 우리 일상에 있다.

    마지막에 기막힌 반전......유주얼 서스펙트와 쌍벽을 이루는...

 

    나는 그러나 이 영화에 관한 세가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1. 식스센스가 흥행에 성공했을때

    나는 회사 동료와 이 영화를 보러가기로 했는데,

    당시 떠도는 소문이 이 영화는 끝에 아주 기막힌 반전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직원 중에

    한사람이 대뜸 듣고 싶지 않은 결말을 이야기 해 버리고 말았다.

 

     "부르스 윌리스가 범인이래"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말에 근접했지만 결말은 아닌 이야기를 해댄 것이다.

     (아시죠? 이런 사람들....안본사람들에게 미리 줄거리 이야기 하는...)

 

     사실 결말을 알고 있었다면 무지하게 웃어줬겠지만,

     일단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 만으로 우리는 마구 화를 냈다.

     " 아니..결말 이야기 하지 말라니까"

 

     그 친구 왈 

 

     "나도 버스에서 얼핏 들은 이야기야"

      하며 꼬리를 내렸다.

 

      그래도 우리는 안들은척, 못들은척 하고 심각한 수학문제를 풀 듯 영화를 보러 갔다.

      이번에는 왜 부르스 윌리스가 범인인가...하며... 

 

 

2.   영화 내내 실제로 누굴 죽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꿈에 나올듯한 얼굴로 폭력에 대해 상처를 호소하는 엄마,

      중세의 마녀사냥에 희생된 사람들의 역사..

 

      집안에서 외면당해서 토해대던 고통스런 소녀....

       이 모든 것이 소년의 눈에는 보인다는 것.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그 소년!!

 

      실제로 난 그 어떤 것보다 그 물 젖은 소년의 눈빛이 무서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맨 마지막에 부르스 윌리스가 무언가 깨닫던 클라이막스의 시간

 

       극장에서 내 옆자리에 어떤 놈이 핸드폰을 받고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떠드는 바람에 그놈 째려보다가,

       (쓸데없는 정의감은 이럴때 발현됨)    

 

       하필이면 나는 그 영화를 다 이해를 못했다.

 

       다 끝나고 나서  

 

       심지어 내가 다른 동료들에게 물은 이야기는

       "그니까 부인이 죽은 건가?"

       였다.

 

       다들 쓰러짐.

       결말을 다시 알아 듣고  나서....

 

       음...그런 놀라운 비밀이...라고 깨달았지만

       역시 한박자 늦게 놀라는건 놀라는게 아니다.

       이해하는거지.    

 

      

 3.   식스센스의 감동이 아직 내 몸에서 사라지지 않았을때

       나는 우연히 소개팅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만난 상대편과 술을 마시면서, 영화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식스센스를 봤냐고 하자, 안봤다며

       그래서 꼭 보라고 권했더니...같이 볼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음....잠시 생각을 해 본 후

       그럼 같이 보겠다고 했다.

      ( 공포영화를 두번 본다는건 정말 대단한 결단이라는거 다들 아시죠. 게다가 이 영화는... 반전까지 있으니)

 

        다음날, 그 쪽에서 영화표를 샀고

        우린 평일, 어두 컴컴한 서울극장 안쪽에 자리를 잡고, 팝콘을 들쑤시고 있을무렵,

        영화 시작 자막과 배우 이름이 올라가는데......

 

        브루스 윌리스 라는 글자가 올라가자.

        그녀가 한마디 한다.

 

         "앗..이 영화 본 영화인데"

          참으로도 무던한 그녀......

 

         나....

         "허걱"

 

    한참후 우린 둘다 본 공포영화를 아무 말없이 봤다. 딱 마른 날에 길바닥에 멍청히 앉아있는 개구리 두마리를 떠올리시면 될듯. 남들 다 숨넘어가듯 놀라고 있는데 내가 느끼는 그 따분함이란 ㅜ.ㅜ. 이건 정말 두번 할짓이 못된다.

   공포영화를 뭐 담소 나누며 볼 수 있는것도 아니고, 만난지 두번째 되는데....딴 이야기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그런데

        공포영화를 두번 보니 느끼는게 한가지 있었다.

 

        나로서도 좀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처음 영화를 볼때는 나도 같이 놀라고 비명을 지르느라 다른 사람의 비명소리가 안들리는데, 두번째 보니, 나는 당근, 놀라지도 않고 비명도 안나오는데, 다른 사람들의 비명소리는 선명하게 들려온다는 것이었다.

 

         아..저 씬에서는 이정도의 톤의 비명소리가,

         아...이 씬에서는 이정도의 충격을 사람들에게 주는군 하며,,,

         실제로 식스센스 관람이 아니라 공포영화 비명소리 청취 시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4.  식스센스는 나와 그렇게 별로 연이 없는 영화였지만,

     그래도 두고 두고 내게 남은 영화가 되었다.

     왜냐..

     그건 바로 일상의 공포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외계인이 지구를 쳐들어 오건, 드라큐라가 우리목을 빨아먹던

     그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일상의 공포는 틀리다.

 

     언제 직장에서 짤릴지 모른다는 공포

     성적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

     대학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으면 안된다는 공포...

     성공하지 않으면 추락한다는 공포

     

     이런 공포보다 더 무서운 공포가 있을까...

 

     일상의 공포를 영화관까지 가서 봐야하는 현실만큼 끔찍한게 또 있을까

 

     어떻게 보면,

     산다는 것은 이런 공포가 우리 주위의 아주 끔직하게 널려있음에도,

     아니, 스스로 겪고 있으면서도 애써 모른 척 하는 매우 의식적인 일상인지도 모른다.

 

     하긴 그 많은 공포영화가 진짜 현실이라면,

     이 세상을 어찌 살아가겠는가.

     공포가 있음으로 해서, 인간은 더욱더 용기를 내기도 하니까.

 

     

5.  공포영화는 그래서 끝까지 안 보고는 못 배긴다.

   

    공포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므로....   

 

    따라서, 공포도 나의 바깥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일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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