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부자되세요(?)

dangunee 2007. 3. 31. 01:35
1.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느낀게 있다면

'부자되세요'란 멘트다.

언젠가 탤런트 김정은이 국민카드 광고에 나와서 '새해에는 부자되세요'란 말이 힛트를 치면서, 이게 서로에게 덕담으로 쓰이는 모양이다.

인터넷 이전을 위해서 상담원에게 전화를 걸고 이래저래 설명을 하고 접수를 끝내자, 그 상담원은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맨 마지막 멘트를 이렇게 했다.

'고객님 더욱 더 부자 되세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멘트인데 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2.
이사를 와서 보일러 관련해서 도시가스 직원이 검침을 나왔다.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후 이 담당직원도 마지막 멘트를 '부자되세요'로 하는게 아닌가.

'부자되세요'를 일본말로 하면 'お金持(かねも)ちになってください。-오카네모찌니 낫떼쿠다사이'가 된다.
 
일본에서도 한 4번은 이사를 한 지라,상담원들 마지막 멘트는 아직도 생생한데, 보통은 그냥 '감사합니다'였지 특별한 것은 없었다.
문득 일본말로 내가 '부자되세요'를 들었다면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아마 외국인으로서 무척 어색했을거 같다. 나는 그런 말을 일본어로 들었다면, 일본사회는 '부자'되는게 가장 좋은 기준이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3.
부자 되란 말.
이 자체로 그리 나쁠 것은 없다.
요즘처럼 모든 척도가 '부'를 기준으로 이루어시는 사회에서 '부자'되란 말 만큼 덕담이 있을까.
사실 돈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이 시대에 경제적 자유는 단순히 경제적 자유 뿐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실현시키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인사말에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다. '부자'가 선이라는 암묵적인 합의다.
다들 '부자'를 꿈꾸는 것 맞는데, 문제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데 있고, 아무리 해도 부자 되기 힘든 사람도 많다. 어쩌면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다가 추락한 사람이 더 많은 사회일지도 모른다.

매스컴에서는 이 사회의 가장 밝고, 부유한 부분만 빛추고 있어서 그렇지, 이 세상에는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뭐 그렇다고 내가 뜬금없이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경제적 논쟁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부자되세요'란 말이 아주 친숙한 덕담이 되어버리고, 그것이 암묵적인 사회적 분위기속에서 용인되고 있다는 거, 난 이게 매우 꺼림찍하다.

부자는 되고 싶지만(?), 인터넷 설치부터 가스연결하는 일을 담당하는 직원에게까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영양가 많고 비싸지만 나에겐 느끼한 음식을 느닷없이 권유받는 느낌이다.

오우

그냥 '감사합니다'로 끝내는 인사말이 난 좋다.
왜냐?
부자는 내가 알아서 혼자 될꺼거든!!
그리고 부자가 안되면?
뭐 팔자려니 해야지. 어쩌겠냐. -_-;;

누굴 죽일꺼여, 살릴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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