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그런데 학력위조 보다 한국사회에서 더 근본적인 건

dangunee 2007. 8. 17. 14:42

요즘 봇물터지듯 나오고 있는 학력위조는 비단 개인만의 문제는 아닌 듯 싶다.

본질적으로 한국사회가 거품 투성이라는 것과
껍데기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너무 노골적인 사회였던 건 아닐까.

그 한국사회에 만연한 거품과 껍데기란...

1. 길거리에 뭔 중형차는 그리도 많은지, 차는 곧 신분이다.
   좁은 길에서 서로 엉키면 우선
   큰 차, 외제차는 그냥 버티고 게긴다. 곧 신분이므로.

   다 좋은데 빵빵 거리지는 말지 그래.

2. 대학교수는 술 마시러 가서도 교수고,
   블로그 운영하면서도 OO교수의 블로그라고 꼭 달아둔다

    근데 블로그 보는 사람도 교수님 수강생인가요??

    그리고 요즘엔 시간강사도 다 외래교수라 불린다는 사실에...-_-;
    강사님으로 부르면 아니될까요!!

3.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 토론회 할때 다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자기 소개할때 자칭 무슨무슨 검사라고 했다.

   '저기...검사라는 거 그 자리에서 밝히지 않아도 검사인거 다 알거든...'

   그럼 방청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피고인 인감?

4. 그러다 보니 사장은 집에서도 사장, 골프쳐도 사장, 음식점에서도 사장.
   부장은 어디서도 부장이다.
    그냥 개인적으로 -씨 라고 붙이면 난리난다. 사람 무시하냐고.

   '아니 근데 내가 그 회사 직원이냐고요...;;;
 
5. 시멘트 덩어리인 아파트 평수와 브랜드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

   아파트는 아이파크,래미안, 또 뭐있냐 아 GS 자이 있구나.
   브랜드에 따라서 콘크리트가 얼마나 제대로 섞였는지 상관없이 가격이 뛴다.
   빌라는 여기에 끼지도 못한다.

   요즘에는 아예 아파트 이름에 무슨 무슨 빌도 많이 생겼다. 서머트빌, 퍼스트빌,
   빌리지의 준말인거 같은데,
   그럼 집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은? 이런 씨빌?

6. 자, 그리고 마지막
   일단 학력, 재산, 지위 이런게 비슷하면 이제 마지막으로 나오는게
   바로....'민증 까봐'다.
   나이로 뭉개는 거다.
   나이만큼 확실한 보증 있냐. 먼저 태어났고, 내가 네 형이자 언니이자 선배라는데
  
   까라면 까야지 나이도 어린노무시끼가...

7. 이러다보니 언어사용할때도,
   사람에게만 붙어야할 경어가 모든 단어에 붙는다.
  
  '그러니까 ...님의 랜선이 이리로 나오셔서, 저리로 빠져야 되시는 거거든요??'
  '아 그것은 가격이 비싸게 나오십니다.'

  이거 난 들을 때마다 대략난감 이신(?)데....-_-;;


이러니 빽없고, 재산 없고, 능력없으면 위조라도 해서 뭐라도 하나 어깨에 차야지 쌈질이라도 하고 맞짱이라도 한판 뜨지 않겠냐.
사회적 지위가 되었든, 통장 잔고가 되었든, 아파트 평수가 되었든 차의 크기가 되었든...

 

괴물처럼 성장해온 한국사회의 슬픈 자화상이 속속 경매처럼 팔리는 요즘이다.

앞으로도 더 높은 호가를 부르며 경매장을 난장판으로 만들 사람이 또 나오겠지?



* 그렇다고 학력위조를 한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며, 누구를 무조건 욕하기 앞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한번쯤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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