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스크랩] <도쿄맑음9> 된장찌개를 끓이다.

dangunee 2008. 2. 6. 11:21

1.
만들어진 인스턴트 카레
만들어진 미소시루가 질려서
된장찌개를 끓여먹기로 마음먹었다.

회사에도 자취하는 일본사람들이 많은데
혼자서 이것저것 영양을 고려하면서 음식을 만들어먹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치찌개는 그나마 '김치'를 넣고, 적당히 끓으면 두부 넣고, 다시다로 간을 조절하면 되는데
된장찌개는 '양파'와 '감자'가 들어가므로 손이 꽤 들어간다.

퇴근길 내내 내 머릿속에는 '양파'와 '감자' 생각으로 가득했다.

2.
집 근처 슈퍼에 들러
전단지를 먼저 확인한다.
앗싸. 야채가 30엔씩 할인하는 쿠폰이 전단지에 달려있다.
포인트 카드를 보여주면 전단지를 받을 수 있다.

점심 도시락용으로 '냉동식품 40퍼센트 할인' 매주 화요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땜시
왕창 사둔다.

최근 일본에서 '냉동 만두'가지고 '식중독'을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
냉동식품을 애용하는 나도 한때 긴장했으나 ㅜ.ㅜ
뭐, 만두를 먹은 적이 없으니까.

그래도 뉴스에서 아침부터 떠들어대는 중국음식 파동이 남이야기는 아니다.

장을 20분 정도 본 후 집에 와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다.

3.
컴퓨터를 켜고
운영중인 일본어 카페 회원분들이 적어주신 레서피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된장, 고추장, 다진 마늘을 한국에 있는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어서 위치를 확인하고
꺼내놓는다.

파 씻고, 양파까고, 감자 까고...시간이 제법 걸린다.
감자가 늦게 익는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어서 물을 끓으면서 같이 넣었다.
아참! 멸치 국물을 우려내야되는데...
급하게 멸치 투하!

그나저나 감자가 무쟈게 안깎인다.
칼로 손을 베일 번한 위기를 지나고(나중에 알았지만 눈 앞에 감자깎는 커터가 매달려 있었다. 아내가 예전에 사두었던 것이었다)
감자 및 양파 투하.

된장, 고추장, 마늘 투하.
맛을 본다.

오호...
이게 그 와이프가 끓여준 그맛이 아닌가.

일본 미소시루(된장국)만 먹다가
양파와 감자와 두부가 가득 들어간 한국 '된장찌개'를 먹으니 오랫만에 웬지 흐뭇한 기분!!!

쩝.
이래저래 1시간이 훌쩍.

4.
먹고 나서 치우려 하니
싱크대가 난장판이다.
또 부지런히 치운다.

대충 정리하고, 다음날 아침에 먹을 된장찌개를 또 끓인다.
아내가 매일 저녁 늦게까지 다음달 먹을 국을 끓이던 생각이 난다.

오늘 한국 라디오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으로 김치를 만드는데 엄마 생각이 났다고'
그러자 진행자가 이렇게 덧붙인다.
그래도 보고 자란게 있는데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시점부터 이미 '가능'한 것이라고.

그렇다.
나도 이제 '된장찌개'를 끓일 줄 알게 된것이다.
그동안 와이프가 만드는 것을 보고 생활한 게 있는데....

 주말에는 정말로 '카레' 도전이다!!!

 

 

* 레서피에 도움주신 분들께 감사드림다^^

출처 :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
글쓴이 : 당그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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