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렌즈속 일본

일본 부유층의 최고 재테크가 '교육세습'인 이유는?

dangunee 2008. 9. 18. 01:06

1. 점점 벌어지는 격차

최근에 경제 주간지 '다이어몬드'에서 본격적으로 '격차사회'로 진입한 일본사회가 '자식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특집으로 다뤘다. 여기서 '격차'란 원래 의미였던 '빈부 격차'를 넘어서 자식세대까지 이어지는 '교육격차'까지도 포함한 단어다.

버블 붕괴 전 '1억총중류(중산층)'이라 자랑하던 일본의 캐치프레이즈는 이제 흘러간 유행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워킹푸어와 하류 등 일본사회에서도 살아가기 벅찬 '빈곤층'의 아우성이 채우고 있다.

                      

  <다이어몬드 표지 - 하류의 자식은 하류? 격차 세습>

실제로 일본에서는 해마다 부유층과 빈곤층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데,

최근 10년간 연수입 2000만엔(한화 2억원 정도) 이상인 사람이 15만명에서 22만명으로 약 50%가 증가한 반면,
연수입 200만엔 이하의 계층도 814만명에서 1022만명으로 30%나 증가하였다.
이 중에서 생활보호 대상 세대는 70% 증가했다.

다음 데이타를 잠깐 살펴보자.

5억엔이상 보유 초 부유층    :  5.2만세대 46조엔(총합)
1-5억엔  보유 부유층          : 81.3만 세대 167조엔(총합)

5000만엔-1억엔 준부유층     : 280만 세대 182조엔
3000-5000만엔 보유             : 701.9만세대 246조엔
일반 계층                          : 3831.5만 세대 512조엔    

* 2005년 노무라 종합 연구소 추계



위 데이타를 보면 1억엔 이상 부유층 1.8%이 일본 국내 금융자산의 18.5%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가정의 평균 저축액은 얼마나 될까.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체 가구의 평균 저축액은 1718만엔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 안에 분포를 보면



200만엔 미만이 14%
1018만엔 중간층이 6%
4000만엔 초부유층이 11%

가 된다고 한다.



즉, 중간층은 점점 줄어들면서,  2000만엔 이상인 고소득 세대와 400만엔 미만 세대가 더 늘어나면서 양극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본에 살아보면, 일본에서 3인 평균 가정의 최소 생활비는 한달에 25-30만엔 정도 들기 때문에(아이 교육비, 월세 포함) 연봉 400만엔(4000만원)이면 생활하기 빠듯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2. 일본에서 교육비는 얼마나 들까

 

 

<일본 초등학교 - 도쿄도, 공립>

그렇다면 일본에서 자식 교육을 시키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일본은 한국과 달리 유치원부터 사립이 있다.
게이오, 와세다 등 유명 사립대학은 유치원과정부터 모집을 하고 있고,
유치원에 들어간 아이들은 그대로 에스컬레이터식으로 대학까지 진학을 한다.
(한 때 일본 총리였고, 현재 자민당 내에 가장 큰 파벌을 형성하고 있는 마치무라파의 고문인 '모리'씨도 와세다 대학 뒷구멍(?) 입학 의혹을 가지고 있다.)

잠깐 일본에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비를 살펴보면

공립유치원 - 공립고교 까지 - 853만엔
공립유치원 - 공립고교, 국립대학까지 - 1345만엔 이 드는 반면에

사립유치원, 공립 초등학교, 사립중학교,사립고교,사립대학문과 - 2063만엔
사립유치원, 공립 초등학교, 사립중학교,사립고교,사립대학이과 - 2179만엔
사립유치원, 공립 초등학교, 사립중학교,사립고교,사립대학치과 - 4424만엔

*AiU 보험 '現代子育て考 2005'



으로, 초등학교를 빼고 전부 사립을 보냈을 때 드는 비용은  공립에 비해 한화로 1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

특히 사립은 들어가기 위해서 유치원때부터 학원(예비고)을 보내고 준비하는 비용까지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그래서 일본에서 '사립'중학교를 보내는 가정은 보통 연봉 1500만엔은 넘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또한 어떤 의미에서 부유층의 확실한 증거로 자식으로 사립학교에 보내는 지 여부를 꼽기도 한다.

따라서 일본의 일반서민에게 '사립학교'는 그저 먼나라 이야기로 보통 생각을 아예 접고 사는 실정이다.


3. 일본부유층들의 최고의 투자는 '자녀교육??'
 

 

그렇다면, 일본의 부유층은 왜 이렇게 '사립학교'에 집착하는가.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금융자산 1억엔(10억원)이상의 부유층, 5억엔이상 초부유층을 막론하고 '부자'들의 공통된 점은 아들이나 딸의 교육 투자에 열심이라는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관심을 넘어서 '교육 붐'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열성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 중 상당수는 대학을 해외 특히 미국에 유학을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부유층이 '교육'에 열심인 이유는 단순히 자산을 물려주면, 상속세, 증여세 등으로 상당부분 증발해버지만, '교육'이라는 형태로 물려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사진- 다이아몬드 기사, 빈곤과 부가 세습되는 나라>

특히 부유층에게 사립학교는 그런의미에서 아이가 유치원때부터 자연스럽게 인맥을 쌓아갈 수 있고, 12년 이상의 긴 시간을 자신들만의 그룹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명문 사립대에 들어가서 그때부터 새롭게 인맥을 만들기 보다, 기존의 풍부한 인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즉, 졸업후 사회 각계로 퍼져나갈 인맥들을 일찌기 유년시절부터 부여해주는 것이다.



4. 초등학교 학력으로 일본 총리까지 오른 신화는 이미 막을 내렸다.

 70년대 자민당에서 파벌을 형성하고 금권정치로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총리 '다나카 가쿠에이'. 그는 초등학교 졸업의 실력으로 일본의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던 사람으로 많은 평범한 일본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강산히 세번이나 더 변하고 난 지금 이런 총리가 일본에서 나오기는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최근에 힘들어서 못해먹겠다고 총리직을 내던진 후쿠다 야소오,
일년 전 같은 방식으로 총리에서 물러나 구설수에 올랐던 아베 신조 등은 다 부모의 후광을 업고 정계에 입문한 사람이다.


현재 자민당 총재가 유력한 아소 다로의 경우도 그런 경우다.
특히 '아소'의 학력을 보면
가쿠슈인(学習院)대학 정경학부 졸업후, 미국 스탠포드 대학 대학원에 유학한후, 영국 런던대학 정치경제학원을 다녔다.

가쿠슈인 대학은 일본 왕실 자녀부터 부유층들이 다니는 학교로 비슷한 클래스가 아니면 같이 어울리기 힘든 대학이다.
(이 대학 출신으로 한국사람들이 잘 아는 사람은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

5. 일본 공교육에도 균열의 조짐이...

흔히 일본사람과 한국을 비교할 때 쉽게 드는 것이 '교육열'이다.
한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을 가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는 것.
일본은 대학을 필요한 사람만 가고, 나머지는 자기 전문분야를 살려서 사회에 적응해서 살면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 일본에서도 학력에 따른 급여의 차이, 특히 대졸과 고졸의 차이는 엄연히 있고, 상위 클래스로 갈수록 그 구분짓기가 심해진다.

'교육'만 놓고 보자면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극명해지는데
한국은 없는 사람이라도 어떻게 해서든 자식들은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기를 쓴다는 것이고, 일본인들은 없으면 없는대로 포기하고 그저 자기 수준에 맞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즉, 안될 것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포기하고 들어간다.

그런 일본인들의 눈에는 한국인들의 교육열은 그저 이상하게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그런 세월도 이미 끝났다.

이번주 주간지 '아에라'에 따르면,
도쿄도 내에 상당수 공립중학교가 거주 지역이 아니라, 부모의 선택에 의해 학교를 선택해서 입학할 수 있도록 하게 했는데 그 결과, 입시 등을 잘 가르치는 공립중학교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유명무실해진 공립교육의 수준을 높이고자 학교별 특성화를 위해서 도입한 제도인데, 이것이 부모들의 교육열로 인해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기가 없는 학교는 점점 학생수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즉, 공립 학교 중에서도 학생들 수준과 석정에 따라 우열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아에라 에서 보도한 '공립중학의 '선택격차'>
                           


6. 부자의 신세계와 빈자의 눅눅한 일상이 공존하는 세상

 일본 사회도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고, 교육 수준에 따라서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떠돌 수 밖에 없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한국에 88만원세대가 있다면 일본에는 '인터넷 카페 난민 세대'가 있다. 비정규직 양산으로 집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세대다.

 그런 사회적 갈등의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올봄 아키하바라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이다. 사건 피의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동차 관련 전문학교를 나온뒤 비정규직으로 여기저기를 전전하다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살았다.
  물론 그런 조건이 그의 살인행위의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사회적 화두가 떠오른 것은 사실이다.

전세계가 신자유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부를 은밀하게 상속해주고 그것을 유지하려는 부유층의 신세계와
아무리 일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워킹 푸어'의 눅눅한 일상이
끝나지 않는 드라마처럼 세계 이곳 저곳에서 반복, 재생되고 있는 중이다.



< 부자가족, 가난한
가족, 주간 프레지던트의 헤드라인, 

 이런 제목은 이제 일본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히라가나 부터 기초문법, 현지회화까지 

->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