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렌즈속 일본

일본에서 자전거를 도난 걱정 없이 탈 수 있는 이유?

dangunee 2008. 11. 11. 23:21

1. 자전거를 훔쳐갔어요

 

 

 

 1.
나는 회사에서 주로 한국 라디오를 들으면서 작업을 한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한국 라디오를 들으면,
최신 유행 가요도 들을 수 있고, 사람들 사연도 들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일본어로 생활하는 환경 속에서 모국어를 보충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최근에 들은 사연 중에서 이런 내용이 있었다.

'경제가 어렵다 하니 건강에도 좋고, 자가용 굴리는 비용도 절감할 겸 해서 가격이 좀 되는 자전거를 마련했는데 얼마 안 있어 누가 훔쳐가버려서 속상하다'

는 내용이었다.

 예전에 내 친구도 자전거를 엮에 묶어 놓았는데, 용접기를 써서 쇠사슬을 절단한 다음 도난당한 적이 있다. 그 후 아예 접는 자전거를 가지고 다닌다.

순간, 일본에서 자전거 도난이 한국 처럼 심하지 않고 걱정 없이 탈 수 있는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2. 자전거? 벽에 묶지 않는다.


내가 일본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집 앞에 자전거를 벽이나 전봇대 등 어딘가에 고정시키지 않고 그냥 열쇠만 채워둔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누군가 훔쳐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바퀴에 쇠사슬을 난간에 꽁꽁 묶어놓는다 하더라도 바퀴만 떼어놓고 훔쳐가는 경우도 있어서 내게 일본 거리 풍경은 신선했다.

 

* 당그니의 일본표류기 1 < 오겡끼데스카 교토> 중에서...

그 가장 큰 이유는 일본에서는 자전거 방범 등록이라는 것을 하기 때문이다.

* 당그니의 일본표류기 1 < 오겡끼데스카 교토> 중에서...

따라서 도난당했을 때 가서 신고를 하면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3. 인간세상, 그래도 훔쳐 가는 인간들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에서 자전거를 훔쳐가는 사람이 없냐?
그건 아니다.
그래도 도난당하는 경우는 있다.

단, 도난 당하는 경우는 자전거를 훔쳐서 팔거나 자기가 쓰려고 하기 보다, 먼거리를 가야할 때 걸어가거나 버스타고 가기 귀찮기 때문에 훔쳐서 이동한 후 그 장소에서 버리는 게 대부분이다.

내 경우에도 리사이클샵에서 산 지 얼마 안된 자전거를 도난당한 적이 있었다.

그 자전거는 자물쇠를 채우는 식이 아니라 자전거에 딸려있는 열쇠라 발로 잘만 세게 차면 풀리는 자전거였다. (주로 범인들이 훔쳐타고 가는 것은 여러 자전거 중에서도 간단한 건드리면 풀리는 그런 자전거들이다.)

잃어버린 다음날 회사 근처 파출소에 가서 신고를 했다.
당시 대화가 좀 황당했는데....

당그니: 저...자전거 도난당했습니다.
경찰: 그래요? 그럼 여기 서류에 주소하고 이름 등을 적어주세요
당그니: 네.
경찰: 혹시, 범인이 누구인지 아세요?
당그니: 아니, 그걸 알면 제가 여기 이렇게 신고하러 왔겠어요? -_-;;


뭐 경찰 측에서는 단서라도 있으면 알아두기 위해서 물어본 거 겠지만, 내가 범인을 알면 이렇게 신고하러 왜 오냐구요. 하긴 누가 범인인 줄 안다면 더욱 신고하러 왔을지도 모르겠다. 찾아 달라고...
 
그렇게 도난 신고를 한 것도 의미 없이 2-3주가 지나도 소식이 없자 포기한 채 새 자전거를 샀는데...

그런데 느닷없이 한달 후 방치 자전거 보관소에서 엽서가 왔다.
자전거 찾아가라고...

그런데 이게 그냥 되찾는 게 아니다.
벌금을 내야했다. 도난 자전거를 찾는 데 웬 벌금?



4. 넘쳐나는 자전거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지만

 

* 방치 자전거 금지 구역

 
일본에서 역 근처에 가면 주륜 금지 장소에 엄청나게 많은 자전거들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차 금지 지역 자전거나 방치 자전거를 시나 구에서는 단속을 해서 철거를 하고, 정해진 보관소로 그것을 보내는데, 이런 자전거를 찾으려면 일부러 그곳까지 가서 2500엔정도(구나 시에 따라 다름)정도를 내고 찾아와야 한다.

* 주륜 금지 구역에 방치된 자전거는 이렇게 철거 당한다.
 

 즉, 내 자전거를 누군가 훔쳐서 멀리 타고 가서 버렸고, 그것을 담당 지역 공무원이 철거해서 보관소로 보낸 것이다.

 나는 보관소에 있는 내 자전거가 방치한 게 아니라 도난당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으나, 어쩔 수 없이 2500엔을 주고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그곳까지 가는 차비 합치면 차라리 중고 사는 게 나을 정도 -_-;

 결국, 그 팔자 기구한 중고 자전거는 이미 2개를 쓰고 있는 우리집으로서는 필요가 없어서 아는 사람에게 넘겨지는 운명을 맞았다.

아무튼, 자전거를 잃어버려도 찾을 수 있는 게 일본 시스템이다.


5. 곤니치와(안녕하세요)

* 경찰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

얼마 전 일이다.
월차 휴가를 내고 쉬던 평일날,  전철 정기권을 끊기 자전거를 타고 역으로 갔다.
낮이라 길은 한산했고, 갈 때는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경찰이 서 있었다.

경찰이 갑자기 나를 보며 인사를 한다.


경찰: 안녕하세요
당그니: 네. 안녕하세요
경찰: 오늘은 휴일인가 봐요?
(멀쩡한 남자가 평일 낮에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게 아무래도 수상쩍었던 거 같다.)
당그니: 네....저기, 정기권 끊으러 역에 다녀오느라...
경찰: (자전거를 요모조모 살펴보더니) 이 자전거는 부인하고 공용으로 쓰나 보죠?
당그니: 네
내 자전거는 뒷자석에 아이를 태우고 있는 것이라, 한눈에 가족 모두가 쓰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좀 더 살펴 보더니....
경찰: 네..됐습니다. 가세요.

당그니: 네...(어..그냥 보내주네)

보통 자전거 검문을 하면 등록번호가 주인하고 맞는지 무전으로 연락을 취해서 확인을 한다. 그러나 나는 특별히 그런 절차 없이 보내주었다. 만약 그런 확인 절차를 밟았다면 조금 골치 아플 뻔 했다. 지금 타고 있는 자전거가 아는 아내가 아는 한국사람으로부터 받은 것이므로, 실제 주인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 못하고 있고, 만약 이름 등을 물어봤으면 대답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전거 자체는 도난 신고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니까 특별히 문제는 없었겠지만. 아마 무전조회를 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아이를 태울 수 있는 보조석이 있는 자전거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 아이를 태울 수 있는 바로 이런 자전거는 검문에 걸려도 그냥 보내줄 확률이 높다

 
 아무튼 검문 당하는 것이 썩 기분이 좋다고 할 수 는 없지만 저렇게 일상적으로 단속을 하니까 쉽게 자전거를 훔쳐서 탈 수 없을 거라고 돌아오는 길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생각했다. 일본에 살면서 나도 몇번이고 자전거로 검문 당한 적이 있었지만, 한국 라디오를 듣고 나서인지 저런 시스템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자전거를 일상적으로 타게 하기 위해서는 자전거 도로 확충이나, 자전거에 대한 인식 혹은 인도와 도로의 턱을 낮추는 작업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전거 도난에 대한 대책이 가장 시급한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방범 등록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경찰 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건강 및 환경을 생각해서 자전거를 맘 먹고 장만한 사람들에게 도난은 정말 가슴에 대못을 막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급선무는 자전거를 훔쳐가는 못된 사람이 사라져야겠으나, 자전거를 쉽게 훔쳐가지 못하도록 제도적 정비를 하는 것은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벌이기 전에 한번 쯤 신경써야할 부분이 아닐까.


 

* 타마 자전거 도로
 

끝으로 한마디

 '자전거 인프라고 뭐고 우선 남 자전거! 훔쳐가라 말라고요'



히라가나 부터 기초문법, 현지회화까지 

->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