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들이 가끔 내글을 보고 재미있다고 한다.
(본인 입으로는 쪽팔려서 말
못함)
전산밥을 한때 같이 먹었던 후배가 나보고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냐고 물어본 적 있었다.
늘 컴맹이라고
녀석에게 구박을 받던 입장에서, 그런 질문을 받고나니 조금 멋적었다.
이게 잘 쓰는건가.
난 그저 막
잡아올려서 파닥대는 물고기의 싱싱함처럼, 지금 느낌을 쓸 뿐이다.
그뿐이랴.
내 글은 재미 없다고
문학회에서 내놓은 적이 있어서 상심하기도 수천번,
아냐 이 블로그 방문자수만큼 될껄
2. 한때 문학회
소설분과장을 맡은 적이 있었다.
그때 어떻게든 망해가는 동아리를 운영해야 하므로
분과원들에게 릴레이 소설을
쓰자고 제안, 얼기설기 운영해갔다.
가끔 바람처럼 들어와서 밥짓는 시골마을 연기 피우듯
담배한대를
피우고 가던 졸업하신 작가선배가 있었는데,
우리가 하는 꼴을 보더니 한마디 하신다.
`야
소설은 이야기의 결론부터 다 마련해놓고 쓰는거야`
나는 우씨...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여차하면 나도 때려치고 공부나 할까부다....전공도 인문계열이 아닌데.
그런데 그 말이 지금까지 남았다.
3.
그래도
글을 쓸 때 제일의 원칙이 있다면 그건 결론을 정해놓고 쓴다는 것.
즉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를 정해야 한다.
사실 정한다기 보다 정해지는게 많다. 이 느낌이야.
할 이야기도 없거나
기분이 열라 나쁘거나, 걍 심심해서 쓰다 보면
진도가 잘 안나가고 반찬없이 밥먹는 기분이 난다.
반찬없이
밥만 삼켜봐라. 체한다.
그러나 그냥 결론이 나올리는 없다.
평소 생각하고
쌓아두었던 것이 어떤 장면, 어떤 글, 어떤 이미지를 계기로
힘차게 물비늘을 뚫고 수면위로 떠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해지면,
두번째 원칙은 반전을 기본으로 줄기를
잡는다.
반전을 위한 반전은 즐겁지 않은 트릭에 불과하나
이야기의 결론을 정해놓았으면 어떻게 그것을 더
효과적으로 드러낼 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
여기서 본인 뿐 아니라 다른 인간도 등장하고 성현(?)의 음담패설도
도용된다.
결론에 이르는 길로 독자를 깊숙하게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숲도 나무도 바위도 강도 필요하다.
세번째 원칙,즉 땡겨야 한다.
그러나, 이게 초등학교 백일장 같은 기분으로 해서는 밀린 변비처럼
죽어도 안된다는 것.
상대가 끌려야 꼬실 생각이 나지, 끌리지도 않는데 찝적거리는 것은 삐끼짓과 똑같다.
입질이 시작되면
낚시대 감아대듯 순식간에 감아 올려야한다.
땡기면 한꺼번에 전력질주하듯 풀어낸다.
하지만, 급하게 화장실
갈때도 휴지를 반드시 지참해야하듯 결론과 반전에 대한 구상은 붙들고 뛰어야 한다.
안그럼 들어갔다가 나오기 힘들고 수렁(?)에
빠질 위험이 상당히 높아진다.
네번째,
많이 써본다.
욕먹어도 쓴다.(물론 기분 나쁘지, 가끔 살기 싫어진다
-_-;;)
세상사 잘 해도 욕먹고, 안해도 욕먹고, 그냥 있어도 (본인스스로) 욕한다.
그럼 그냥 써보는
거다. 쓰고 싶은거
자주 쓰다보면 이야기 흐름이 늘어지는 부분이 보이고, 더 확장시켜야 하는 부분이 보인다.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부분과 호소해야 하는 부분을 알 수 있다.
무엇에 사람들의 가슴이 움직이고, 거대한 동감의 바다를
이루는지 보인다.
다섯번째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인간임을
느꼈을때,
내가 실연당한 아픔만큼 나만 죽어라 아픈게 아니고
누군가도 그걸 경험했을 거라는 연대의
깨달음이다.
자기가 경험한 것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자신의 경험을 더 넓은 세계의 아픔을 이해하는 밑거름이라
생각하는 철학을 가질때, 그것은 무엇보다 본인을 우선 움직이게하고, 세상을 움직인다.
감동이야말로 모래알 같은 세상을 엮어주는
튼튼한 밧줄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
글 쓰기는 외롭지 않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내뱉는 절규가 아니고
세상을
향해 커대란 메세지를 물결처럼 만들어 내는 힘찬 손짓이 될것이다.
4.
결론은 그래서?
내
팔뚝 굵다?
아니 `일단 땡길때 자주 써보라니까`
많이 안다고 재미있게 쓴다는 보장은
없다.
아는 거랑 요모조모 풀어내는 거랑은 천지차이므로 (이것도 포인트라면 포인트)
'나의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황입니다. (0) | 2006.08.30 |
---|---|
새 댓글 (0) | 2006.07.25 |
북미사일 관련 회사 잡담 (0) | 2006.07.14 |
김 빠진 맥주는 맥주일까 (0) | 2006.07.12 |
때로는 흔들리는 게... (0) | 2006.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