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갈림길에서

지금이 지옥이라면...

dangunee 2006. 11. 22. 13:55
 

Edge of a Wheatfield with Poppies
Vincent Van Gogh
Oil on canvas on cardboard
40.0 x 32.5 cm.
Paris: Spring, 1887

1.
가끔 내게 개인적으로 쪽지나 메일이 온다.
일본 유학, 혹은 진로에 관한 메일.

경험자인 나와 아직 경험하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는 천지차이일것이다.
일단 몸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나는 다시 복귀할 회사도 있고, 다시 일본에 간다하더라도 크게 어려울 것은 하나도 없다. 이미 몇년전에 어학이나 유학이나 취업까지 다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에 아는 사람도 몇몇 있다 보니, 이제 일본은 그냥 갈 수도 있고, 안갈 수도 있는 그런 곳이 되었다.

처음 떠나기 전에는 아주 절실한 곳이었는데, 지금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럴때 나에게 메일까지 보내시는 분들은 매우 고민이 많은 분들일 것이다.
그분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몰랐을때를 생각해본다.
그분들은 내게 좀더 선명한 미래의 비젼을 듣기 원한다.
그 길을 선택했을때, 과연 그 열매를 쥘 수 있는지를.

2.
그런데 미래의 비젼이란게 사실 확실할 수가 없다.
딱히 내가 진로에 대한 조언을 한다고 해서 인생이 그렇게 흘러간다고 보장을 못한다.

산다는게 그렇다.
예상한 것과 진로가 영 다르게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길을 멀리 돌아갔다 하더라도 그 길을 가면서 보았던 풍경에 만족하는 수 밖에.

지금, 나만해도 그렇다.
남겨진 원고분량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1년. 효율적으로 빨리 끝내는 것이 나은지, 느리지만 제대로 갈 것인지.

몸은 쉽고 빠른 길을 원하지만, 마음은 제대로 된 길을 원한다.
하지만, 되도록 시행착오도 줄었으면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 부족한 능력을 가지고 도달 불가능할 것 같은 세계로 마음은 뛰어들어가고 있으니...어찌할 것인가.

정답은 없다.
아니다 정답은 있다.
마음은 분명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빛은 오로지 한곳을 가리키고 있다.

문제는 그곳이 가시밭길처럼 보일 때 다들 외면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부족한 능력을 가지고 도달 불가능한 세계는 애시당초 가시밭길 위에 세워진 들판 같은 것이다. 그곳에 뛰어들어서 길을 내지 않고는 도달할 수 없다. 이 평범한 진리를 몸은 거부한다.
투기가 난무하는 이유도 그런거 아닌가. 쉽게 이 세상을 건너고 싶은 거다.

3.
뭐 나라고 다를 거 없다.
하지만, 지겨운 반복보다는, 어려운 길이 사는 맛은 난다.
무엇보다 때때로 밀어닥치는 감정이 좋다.
자기가 무언가 배우고 있다는거. 성장하고 있다는거.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되고 있다는거.
이런 맛은 편안한 반복이 주는 무기력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것이 비록 힘들지라도, 어려울지라도, 어려웠던 만큼 그것을 뚫고 나왔을때 맛보는 빗방울의 맛은 분명 다를 것이다.

진로, 앞길, 전망이 불투명할때일수록 자신을 믿어야한다.
사실 답은 다들 가지고 있다.
문제는 몸을 그리로 끌고 들어가는 것.
조언이란 어떤의미에서 단지 어느정도의 정보를 제공하고, 희망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다.
(희망만큼 완벽한 조언이 또 있겠냐만은, 이루기 어려운 희망의 제시는 사실 사기다)
완벽한 비젼제시란 어쩌면 장미빛 환상일지 모른다. (사업의 본질은 그런 것을 수도 있겠으나)

사람이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자기가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고 나서겠다고 한 시점이다.
왜냐구, 더 이상 핑계를 댈 곳이 사라지고 모든 화살은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가끔 자신이 선택한 일이 힘겨울 때마다 떠올리는 격언이 있다.

'지금 있는 곳이 지옥이라면, 그냥 앞으로 전진하는 수 밖에 다른 길은 없지 않은가.'

 

 

* 뭐 이렇다고 내가 아주 어려운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닙네다..허허..

  또한 이 글은 나에 대한 독백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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