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갈림길에서

미녀는 괴로워 -반품이 명품이 되다

dangunee 2006. 12. 25. 01:53
영화 줄거리
군살은 없다! 비밀은 있다?눈을 감아야 친할 수 있는 여자엉덩이가 너무 커서 슬픈 그녀 '한나'... 이상하게 정이 가네?169cm, 95kg. K-1이나 씨름판에 나가도 거뜬할 체격을 가진, 그러나 한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은 여린 마음의 소유자 한나(김아중 분). 신이 그녀에게 허락한 유일한 선물인 천상의 목소리로 가수...
영화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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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컬쳐

1.
마리아...아베 마리아...거친 파도 따윈 상관없이...

이 노래를 듣지 않았다면 나는 이 영화를 보러 가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히 보게 된 예고편에 나온 '김아중'의 폭발하는 듯한 노래에 끌려, 극장를 찾았다.

영화는 재미있었고, 유쾌하면서도 감동이 있었다.

2.
주인공 한나는 고운 목소리의 소유자에 마음도 순수하다. 하지만 이미지로 먹고 사는 현대사회에서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면 95Kg의 거구라는거. 자본주의가 전부가 아니면 0를 향해 가듯이 '얼짱'의 티없이(?) 맑은 피부까지 따지는 세상에 '거구'는 그녀의 모든 장점을 싸그리 없애버린다.

영화의 또다른 축인 연예기획사 PD 상준은 그런 그녀가 하루에도 몇번이고 상처를 받는 다는 것을 알고, 또한 무엇보다 자사의 립싱크 가수인 그녀를 붙잡기 위해서 따듯하게 대해준다.

한나의 고민, 한나의 순정은 여기서부터다.
상준의 호의는 내 자신을 향한 것인가, 아니면 내 목소리를 붙잡아두기 위해서 인가.

그녀의 친구인 '출산드라'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남자에게 여자의 종류는 딱 세가지야'
'이쁜여자!! 명품이지?'
'나 같이 평범한 여자!! 진품이고'
그리고 '너 같이 뚱뚱한 여자!! 바로 반품이야.'

3.
한가닥 믿었던 상준의 마음도 실은 회사를 위해서라는 것을 깨닫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그녀는 변신하기로 한다.
1년간 잠적후 성형수술을 거쳐서 95kg에서 40킬로대의 S라인으로 화려한 변신을 한 그녀.

붕대를 푼 후 자기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본 그녀는 눈물을 흘린다.

'우는 모습도 이쁘다.'

그리고 그녀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된다.

'이쁘면 모든게 용서된다'는데 그녀는 가는 곳마다 뭇 남자의 시선을 끌고, 심지어 교통사고현장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원래부터 목소리가 좋았던 한나는 자신이 도망쳤던 그 기획사에 '한나'가 아닌 '제니'로 다시 들어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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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컬쳐 한나의 화려한 외출!
4.
로맨틱 코미디인 영화는 오버하지 않는다.
영화는 뚱녀에서 미녀로 재탄생한 한나의 화려한 나날보다, 톱스타로 우뚝 서기 위해 숨기고 버려야하는 그녀의 내면을 조명한다.
영화의 대체적인 톤은 유쾌한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하지만 95Kg의 몸매와 40kg대의 S라인의 쉽게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주인공은 슬프다.

영화는
성형후 바뀐 사람들의 시선과 세상을 비춘다.
화려한 한나는 잠깐 자신이 변했다는 것을 만끽하지만, 그런 시선과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 숨겨야 하는 과거와 갈등한다.

주인공은 성형을 함으로서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사랑도 해보지만, 점점 자신이 누군였는지 왜 과거를 버려야만 하는지 고통스러워한다.

5.
영화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단숨에 해결하고, 사람들의 시선과 의식을 바꾸기 보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는 꼭대기에 주인공을 변신시켜서 올려놓는다.

누군가에게 주목을 받는 다는 것.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자기에게 신경을 써주고, 세상과 당당히 맞설수 있다는 것
나아가 자신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팔 수 있다는 것.

앞부분에서 짓눌린 한나의 모습은 후반부로 갈수록 만개하는 그녀의 활약을 더 돋보이게 하는 장치가 된다.
뚱녀인 한나를 기억하는 관객은 그녀는 미녀가 된 후에도 끝까지 지지하기를 마저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딱 거기까지다.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인 만큼 더 심각하게 우리를 끌고 들어가지는 않는다.

감초같은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 실제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무대, 화려한 색감과 미장센으로 갖추어진 한나의 집과 상준의 집.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흐름.
영화는 광고 그대로 S라인처럼 잘 빠지고 감동을 살짝 버무린 코미디를 제공한다.

6.
남자는 돈과 능력으로, 여자는 이뻐져야만 하는 시대에,
결국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세상을 바꾸기 보다 자신을 바꿈으로서 오히려 세상에 설정해둔 틀을 더 공고하게 만든다.
어쩌랴 그것이 더 빠르게 세상의 열매를 따내는 지름길인 것을

영화는 끝났고 주인공 한나는 미녀가 된 뒤, 착한 심성의 한나 그대로 갈지, 아니면 싸가지 없는 미녀로 변할지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그 전에 드는 생각

모두가 명품이 될 수는 없는 것
세상에는 '반품'에 '떨이'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태양은 그런 이들에게까지 햇살을 비추고 있지 않다.
영화처럼 명품이 되려고 해도 몇천만원의 수술비와 시간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사랑받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망도 하지만 돈으로 사야만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화일뿐....반품을 앞둔 사람은 명품으로 포장한 시간과 돈 조차도 세상은 허용하지 않는다.

미녀는 괴로운게 아니라 소비되는 것이므로...

7.
일상속에서 '얼짱' '성형' '미녀'에 중독된 요즘,
사실 그것을 부추기는 것은 단지 언론이나 포털이 아니라 우리 안에 깊숙히 또아리를 튼 검은 욕망임을, 한나의 변신에 열광하는 나를 통해 보았다.

한나를 통해 그런 나를, 그런 세계의 가면을 벗긴 맨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7000원이 아깝지 않은 영화다.

 행여 이 영화를 봤다고 해서 지방흡입이나 성형수술을 고려하고 계신분이 있다면...숙고를 바란다.

 영화란 것이 기름기를 쫙 뺀 튀김요리같은 것이고, 사람들이 먹고 싶어하는 가장 달콤한 부분만을 제공하는 것이기때문에, 행여 잘못 드셨다가 소화가 안되거나,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니까.

 

 

ⓒ 당그니의 일본 표류기 ( http://blog.daum.net/dangunee ) 

 

한줄 요약 : 영화!! 로맨틱 코미디로는 괜찮아!!

 

만화 일본표류기 2부 http://blog.daum.net/dangunee/1025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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