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렌즈속 일본

세계최고요금 도쿄 택시, 운전기사는 괴로워?

dangunee 2007. 12. 11. 01:37
1. 그때 우리가 조용했던 이유

전날 술을 거나하게 마신 우리는 늦잠을 잔 탓에 택시를 타고 말았다. 일인당 1000엔(8000원)이라면 충분히 학교까지 갈 수 있는 금액이었다. 총 네명이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 우리는 말이 없었다. 다들 착착 꺾어들어가는  미터기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7년전 일이다. 그만큼 일본 택시 요금은 살인적이다.
 

 

<사진> 도쿄 시내를 누비는 택시


후지TV 조사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택시 기본요금이
 뉴욕 270엔 / 런던이 490엔 / 파리가 340엔 / 서울이 220엔 / 일본이 660엔이었는데,
(엔화 환율 현재 100엔 에 820원 정도)
지난 12월 3일 도쿄 및 인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본요금이 710엔(6642원)으로 또 올랐다. 다른나라  여러 도시의 기본요금과 비교해도 세계최고다.

이번 요금 인상은 10년만이라고 한다.

이번 요금 인상안을 잠깐 살펴보면 기본요금이 2km 710엔, 거리당 288미터당 90(기존 274미터에 80) 심야, 조조할증요금은 22:00~05:00까지 20% 할증이 되었다 (기존 23:00 - 5:00 까지 30% 할증).

 이 내용만 따져보면 심야할증의 경우 이득이 된다. 단 심야에 타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 -_-;; (변두리까지 택시타고 가면 10만원 넘게 나오는데 타고 가겠삼?)

2. 세계 최고 요금 택시운전사의 월급 평균은?

일본 택시를 타 본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일본 택시의 특징을 몇가지 언급해보면

 가. 난폭운전을 하지 않는다
 나. 뒷자석이 자동문이다.
 다. 대체적으로 친절하다
 라. 비싸다

 이 네가지로 요약을 할 수 있겠다.

나는 평소 일본 택시 요금이 비싸니까 일본택시운전사들의 생계가 안정되어서 느긋하게 운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실은 그게 아니다. 도쿄 택시운전사의 월급은 생각 이상으로 낮았다.
 이번 요금인상에는 사실 잘 알려지지 않은 택시운전사들의 절박한 사연이 숨어있다.

대체 택시운전사들의 월급이 얼마길래?
후지 TV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택시운전기사 연봉은 277만엔이라고 한다.
한화로 2270만원.
월로 환산하면 한달 수입이 23만엔이라는 이야기다.
이게 평균이니 실제로 더 낮은 사람이 얼마든지 더 있다는 이야기다 .

모 주간지에 따르면 아침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하는 47세 한 택시운전사의 월급이 20만엔도 안된다고 한다. 20만엔이면 일본 대졸차 초임 레벨이다.

 20만엔 정도면 많지는 않지만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으나 일본정부가 정한 3인가족 최저 생계비가 14만 8781엔이고 생활보호를 받고 있는 가족의 경우는 15만 408엔을 받는다. 죽어라 일하고도 빈곤층으로 떨어지기 직전인 상태로 몰린 것이다.

 여기서 이상한 점. 아니 요금은 세계최고 수준인데 어째서 도쿄 택시 운전사 임금은 이렇게 낮은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바로 야스쿠니 신사(?)로 한국인들 골머리를 썩힌 '고이즈미' 아자씨가 잠깐 등장해줘야한다.

 

<사진> 처음 2킬로까지 710엔이라고 적혀있다. 12월 3일 기점으로 660엔에서 전부 바뀌었다. 이 사진만 보면 일본 택시의 특징을 몇가지 잡아낼 수 있는데 710엔 아래 쓰여있는 自動ドア는 자동문이라는 소리고 창문에 보면 사용가능한 신용카드가 일렬로 붙어있다.


3. 일본 택시 운전수 수입이 낮은 이유

1996년만 하더라도 택시운전기사 연수입 평균은 450만엔 정도였다. 이게 2002년을 기점으로 급강하하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고이즈미 정권때 택시대수 제한을 풀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일본정부가 택시차량대수를 관리해왔는데,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율화를 시켜버린 것이다.

1998년도에 도쿄도 내 굴러다니던 택시수는 3만722대였는데, 2006년 현재 3만5870대로 늘어났고, 택시 회사도 231개에서 317개로 늘어났다. 택시 대수가 늘어난 만큼 수익이 감소하는 것은 뻔한 일. 경쟁이 심해지면서 택시운전기사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일본 택시 운전 기사의 수입구조를 한번 따져보면,

회사택시의 경우 '부아이세이-歩合制(ぶあいせい)'라고 해서 번 만큼 자기가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아침 7시 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차를 굴리면 보통 4만엔 정도를 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운전기사가 가져가는 몫은 60퍼센트 정도.
단, 회사가 정한 일정금액 이상을 못 벌었을 경우 운전기사 수입은 40퍼센트로 확 준다. 이 라인이 보통은 3만엔 선이라고 한다.

이렇게 한달 평균 12일을 일하므로,  하루에 손에 쥐는 수입을 2만엔이라고 한다면 한달 수입이 24만엔 정도 되는데, 수입이 적은 날도 있으므로 월 20만엔이 안되는 달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회사를 쉬면 매상은 제로라서 수입이 없으니 쉬지도 못하고 일한다'고 하는 도쿄 택시 기사들. 요즘에는 심지어 새벽에 들어오는 동료 차를 세차하는 아르바이트로 수입을 벌충하는는 기사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택시업계에서는 고육책으로 '기본요금'을 올려서 택시기사의 월급을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정부에 건의, 실시를 하게 된 것이다.

4. 과연 운전기사의 삶이 나아질까

그러나 정작 운전기사들은 이 요금 인상안에 그리 썩 환영하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손님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12월 들어 석유 값과 식료품 값이 일제히 올라서 주부들 시름을 깊게 하고 있고, 일본 직장인의 평균 실질임금은 벌써 9년째 하락세인 상황이다. 대기업을 빼고는 겨울 보너스도 기대하기 힘든 형편.  

실제로 이미 요금을 701엔으로 자율화한 나가노長野県의 경우는 650엔 630엔 택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높은 요금으로 인해 손님수가 20퍼센트나 줄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내리게 된 것이다.

도쿄라고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면 개인택시 운전기사는 어떨까.
수입이 늘어난 만큼 좋지 않을까? 특별히 회사에 떼이는 것도 없을꺼고,
문제는 이번에 미터기를 바꾸는데 드는 돈이 100만엔(820만원)이라고 한다 -_-;;

5. 나 택시 안탈래!!

도쿄 전철이 출퇴근 지옥철이 되는 이유도, 일본인들이 심야까지 술먹지 않는 이유도 도쿄에서 택시를 타보면 안다.  

이번 택시 요금 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도쿄의 한 시민은 이렇게 답했다.

"택시 안 타!! 걸어다닐꺼야!!!!"
(홋!!! 전철도 버스도 자전거도 아닌 두다리로? ㄷㄷㄷ)
 
 이게 다 고이즈미 때문일까? 아닐까? 
 

 



관련 포스팅 

 

도쿄는 변화중'도쿄 미드타운의 루미네이션'

 

만화로 보는 한국택시 vs 일본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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