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렌즈속 일본

한국, 초고속 인터넷이 일본에 뒤졌다고?

dangunee 2007. 12. 6. 08:47

1.
얼마 전

한국 초고속인터넷 일본에 밀렸다

라는 기사가 토픽을 장식한 적이 있다.

OECD 분석에 따르면 초고속인터넷의 품질이라고 할 수 있는 평균 전송속도에서 일본이 초당 93메가비트(Mbps)로 세계 1위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OECD에 따르면 한국은 여전히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에서 100가구당 29.9가구(2007년 6월 말 현재)로 일본(21.3가구)보다 높다고 한다. <기사 일부 발췌>



 이 기사의 요지는 '광가입자망 구축에서 일본에 밀렸다'는 것이지, 가입자수나 이용현황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얼핏 제목만 보면 한국이 전부 일본에 밀린 듯한 느낌을 준다.

일본의 초고속통신망의 현재는 어떠할까.

다음은 얼마전 일본에서 신규 인터넷 개설을 한 내 경험이다.


2. 외국인등록 없이는 일본에서 인터넷 신청 불가

2006년까지 일본에서 살다, 한국에서 1년간 체류, 다시 지난 11월 16일 일본으로 다시 건너왔다.

일본에 올때 내 관심사는 얼마나 빨리 핸드폰과 인터넷을 재개해서 가족들과 자유롭게  연락함은 물론이고 블로깅을 할 수 있느냐 였다.

그러나 가장 먼저 암초가 발생, 금요일 저녁에 도착한게 쥐약이었다.

금요일 저녁에 도착하면 구청에 가서 외국인 등록을 할 수가 없다.  구청은 주말에 쉬므로 외국인 등록은 당연히 월요일이나 되어야 가능하고, 따라서 핸드폰은 물론이고 인터넷 신청이 불가능하다.(일본 취업하실 분이나, 유학생분들 참고) 차라리 목요일이나 월요일에 왔으면 바로 다음날 모든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핸드폰이 안되니, 가스 신청이나 살림살이를 구하기 위해 연락을 하려면 일일이 나가서 공중전화를 해야했다.
가스가 연결되어도 온돌이 안되니 스토브가 없으면 열라 추움.
그나마 믿었던 방에 딸린 에어콘은 오로지 냉방만 되는 기종이 아닌가....

3일간 추운 방에서 텔레비젼도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이 수행생활 돌입!!!!

 



나중에 TV를 구하고 안 사실이지만 내가 일본에 건너온 때가, 일본 전국에 한파가 몰아쳐서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_-;; (단풍 보러 간 사람들이 눈을 보고 왔다고...)


3. 일본 인터넷 신청 어디서 하면 되나?(도쿄의 경우)

우선 정보 수집이 필수
일요일에 그전부터 알고 있던 닛뽀리에 있는 한인교회를 나갔다.
일년만에 알고 지낸 사람들과 해후. 교회에는 여러사람이 모이므로 현지 정보교환을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곳이다. (나 기독교 신자 아님 -_-)

인사를 건낸 다음 '요즘 일본에서 광케이블 인터넷을 하고 싶은데 어디가 빨라요'라고 묻자

리사이클 샵에서 일하는 친구가

'무조건 아키하바라 가세요. 거기 가면 닌텐도 DS 등 사은품도 준다구요. 가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가장 좋은 조건으로 해주는 데로 고르세요'

오 닌텐도 DS기!! OK!!

하여 일요일 저녁을 썰렁한 벽과 짐가방, 가져온 덮개 이불로 버티며 차가운 타타미와 사투를 하면서 지낸 끝에 생존 성공. 월요일 아침 일찍 구청 문 열기를 기다려서 외국인등록을 한뒤 바로 아키하바라로 달려갔다.


4. 아키하바라의 신 명물 '요도바시 아키바'

 


 도쿄에서 전자제품 양판점 빅3를 고르라고 하면 '사쿠라야, 빅카메라,요도바시 카메라'를 들 수 있다. 그 중 '요도바시 카메라'가 지하철 아키하바라 역 출입구 앞에 거대한 빌딩을 세워놓고 멀리 츠쿠바로부터도 손님을 부르고 있다.
 전자상가의 메카로 명성 시들어가는 아키하바라에 활력을 불어놓고 있는 곳도 단연 이 '요도바시 아키바'다.

암튼 이곳에서 우선 부랴부랴 핸드폰을 만들고, 그 다음 '인터넷 신청 코너'로 갔다.

나는 광케이블을 하고 싶어서 지금(11월 19일) 신청하면 금액과 상관없이 가장 빨리 되는게 어떤 거냐고 물었다.

직원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이

직원: '최소 한달 이상에서 두달 정도입니다'

당그니: 두...두달?

일단 광케이블은 OUT!! 일본에서 두달을 인터넷 없이 우찌 사남.

당그니: '그럼, 야후 ADSL 56M는 어떻습니까' 라고 물었다.

직원: 'NTT 가입권 없이 야후ADSL 하는 것은 한달 정도 걸리고요. NTT 가입권이 있는 경우는  빠르면 3주정도 걸립니다.

당그니: 하...한달?

NTT 가입권이란 한국에서도 전화를 놓을때 한국통신으로부터 사야하는 권리를 말한다. 나는 이미 사둔 것이 있었지만 굳이 전화선을 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가입권이 없는 경우는 한달이나 걸린다니 포기. 전화선을 놓기도 했다.

 NTT내에서 하는 전화 공사도 보통 일주일 이상 걸리는데 그 기간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야후쪽 ADSL 공사도 빨라진다고.

"그러니까 결국 계산하면 12월 초인가요?"

"네 저희들이 아무리 빨라도 6 영업일 이상은 걸리거든요. 아무리 빨라도 12월초중반은 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12월 초라...'

다행히 그곳에서 NTT와 직접 전화 연결, 3일후에 전화선공사를 해주기로 했다. 의외로 빨리 전화선 공사가 끝나니 목,금,월,화,수,목? 오호라 잘하면 11월 말에라도 가능하겠네.
음...생각해보니 11월 23일은 일본 휴일이니 하루가 또 늦춰지겠구나 ㅜ.ㅜ

언제 되려나....


5. 자 닌텐도 주세요!!

일단 신청을 마무리 하고 경품으로 끼워주는 닌텐도 DS 본체 이야기를 꺼내니까

'아 이것으로 대신하게 되면 초기 2개월 무료 서비스는 불가능해집다만,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뭐냐!! 초기 2개월 무료 서비스를 받기로 하고 계약한 것인데 닌텐도 게임기 중 양자택일이라니...ㅜ.ㅜ. 별로 게임을 안하는지라 그냥 2개월 무료 조건으로 낙찰.

 


5. 결국 17일만에 개통

결국 신청후 17일만에 개통이 가능해졌다.
인터넷 신청을 할때 굳이 야후를 선택한 것은 아니고 그나마 빨리 되는 것이 야후여서 가능했다. 신규의 경우 보통은 한달은 걸린다.

내가 블로그에다가 일본 인터넷 신청이 느리다고 투덜되자 dltlek 님께서 이런 글을 남겼다.

고생이 많으시겠네요 ^^; 역시 일본은 아직까지는 인터넷 인프라가 많이 보급이 안된 상태다 보니(BB는 거의 전국에서 가능하지만 빠른 속도의 인터넷은 우리나라랑 비교하면 기어가는 수준 -_-;)거기다가 시장성때문에 업체가 중계기를 미리설치해두지 않고 개설신청이 오면 선을 딴다는 엽기적인 문제때문에 그렇게 느리게 걸리는거죠. 좋은 속도의 인터넷이 깔리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인터넷이 느리면 조금 안타까우니


그렇군. 이래서 느린 거였군.

인터넷이 없는 동안은 일본 휴대폰으로 찔끔찔금 정보 검색을 하는 정도였다. 게다가 핸드폰 패킷요금이 무서워서 어디 하겠나.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빠른 것이 모든 면에서 좋은 것은 아니지만,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 신청부터 개설까지 보통 한달 정도 걸린다는 것을 그리 좋게 봐줄 수 만은 없다.
게다가 '광케이블의 경우, 일본인들은 자기집인 경우는 상관없지만 일반적으로는 세입자가 대부분인데 개인적으로 광케이블을 끌어오려고 해도 집주인에게 허락을 받아야하는 절차가 또 남아있어서 집안에 '히카리(광케이블)'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
 기존에 인터넷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써왔던 초고속 인터넷을 쓰면서 '광케이블'로 바꾸면 되지만 '신규 가입자'의 경우는 그냥 손놓고 기다리거나 '피씨방'을 전전하거나 회사에서 눈치보면서 찔금 댓글 다는 것으로 만족해야한다.

 한국에서 이사하면 당일날 기사님이 오셔서 연결해주던 생각이 지난 2주 내내 들었고, 심지어 기사님 얼굴까지 또렷이 기억나는 시간이었다.

한국 인터넷 일본에 비해서 아직 꽤 쓸만하거든!!!!!

 

 

소프트뱅크에서 기간한정 예약판매 중이던 샤아 전용 핸드폰.


* 참고로 일본에서 휴대폰이나 인터넷 신청을 하려면 '외국인 등록증'이 있거나, 여권 + 등록원표기재사항증명서(登録原票記載事項証明書)가 있어야 합니다.
 외국인 등록증 신청으로부터 발급까지 최소 2주이상 걸리므로 핸드폰 등이 필요하신 분은 같이 발급받으세요. 물론 쩐이 300엔 듭니다.

 주의할 점은 외국인 등록을 마치고 난뒤 주는 발급예정서만 가지고는 신청이 불가능합니다. ( 저도 이거 없어서 다시 전철타고 구청까지 다녀오는 뻘짓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