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렌즈속 일본

태왕사신기 일본 흥행 성공할까?

dangunee 2007. 10. 27. 02:19

1. 태왕사신기 어깨가 무겁다?

  태왕사신기는 애초 한국 뿐 아니라 일본도 겨냥해서 만든 드라마다. 그동안 한류라 해도 상당수 수익은 일본에서 가져온 것이 사실이며, 배용준의 엄청난 납세도 여전히 일본 내 관련상품 판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시청률 50프로가 넘었다던 주몽은 최근 후지TV에서 1부 24회를 끝으로 처참한(?)막을 내렸고, 2004년 겨울연가를 피크로 해서 봇물을 이루던 한국 드라마는 지상파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관련글: 주몽, '일본' 후지TV에서 방영 종료된 이유?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한류의 부활이라는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등장한 것이 태왕사신기. 올해 12월 3일부터 일본 'NHK 위성 하이비젼'에서 방영을 앞두고 있는 태왕사신기의 성적은  한류팬에게든, 혐한류제군(?)들에게든 초미의 관심사가 아니라 할 수 없다.
 한류팬들은 현재 대다수 욘사마 팬이긴 하지만 태왕사신기로 '한류'의 부활 및 배용준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고, 혐한류팬들은 이 작품의 실패로 일본내 한류의 숨통이 마지막으로 끊기기를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태왕사신기는 과연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처음 태왕사신기를 보았을때만 해도 현란한 CG는 유치해보였고, 담덕과 호개를 둘러싼 고구려내에 지리멸렬한 권력투쟁에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환타지를 좋아하는 팬들이 보기에는 어정쩡한 역사의 무게가 걸려있었고, 본격 역사드라마로 보자니 '쥬신제국'을 위시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게다가 고구려에 대해서 일본인들은 거의 모르는 실정이라, 역사드라마로 정면승부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였다.
 태왕사신기를 초반에 볼때마다 이 드라마가 과연 다 쓰러져가는 일본 내 한국 드라마 붐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게 나의 걱정거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제 12회로 전체 방영분 절반이 넘으면서 드디어 극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그 동안 비리비하고 연약한 '담덕'에서 본격적으로 전쟁과 지략모드로 들어한 '담덕'에게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 백제와의 본격적인 전쟁은 향후 방영시 일본내 새로운 시청자를 끌어들일 요소로 기능할 것 같다. 오 좌청룡, 이필립 멋져!!!

 2. 일본내 한류 어떻게 평가되고 있나?

  여기서 잠깐 일본내에서 한풀 꺽인 한류, 한국드라마에 대해서 중간점검을 한번 해보자.

  아시다시피 일본내 한류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것은 '겨울연가'. 두말하면 잔소리다. NHKBS2(위성방송)에서 2003년 방영을 한 것이 인기가 있자, 그해 겨울 재방송을 했고 결국 시청자들이 '지상파'에서도 보게 해달라고 해서 2004년 4월부터 8월까지 방영을 하게 된다. 마지막회 시청률이 20프로를 돌파했고, 이때부터 한류는 불이 붙기 시작해서 2005년까지 절정을 이뤘다. 드라마는 물론이거니와 영화까지 덩달아 수출이 되었다. 그러나 2006년을 고비로 일본내 상영된 한국영화는 줄줄이 고배를 마셨고, 드라마에 대한 대중적인 붐도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대장금'만이 선전을 하면서 한류에 대한 불씨를 이어간 셈이다.

 일반적으로 일본인들이 한류에 대해 열광했다고 하지만, 그 핵심에는 4,50대 중년 아주머니들이 핵심이다. 지금도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송승헌이나 류시원의 팬미팅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 이런 아주머니들 대부분이다. 겨울연가나 기타 드라마가 이런 아주머니들에게 먹힐 수 있었던 것은 일본내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소외된 아주머니들에게 잊고있었던 '순정'을 되살려주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흔히 알려져있다. 배용준의 부드러운 이미지는 일본 아주머니들에게도 남루한 일상을 잊고 청춘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마약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한류를 대하는 10.20대 일본 젊은이들은 달랐다. 배용준의 천사같은 이미지도 느끼한 것이었고, '한류'라고 불리는 순정파식 이야기는 '신파'로 보였고, '오버'로도 보였다. 오죽했으면 '한류'에 빠진 아주머니들을 '오바타리언'이라고 했을까 ('오바' 는 '아주머니'를 '타리언'은 '괴물'을 뜻한다).    

 한국에도 '일드'매니아가 많지만, '게츠쿠(월요일 9시방영 드라마)'로 대표되는 후지TV 드라마가 지나치게 트랜드 중심에, 만화적 감성과 짧은 호흡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중년아주머니들이 '일본드라마'를 외면하고 '한국 드라마'에 빠지게 된 배경이기도 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한류팬'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간의 기호는 물과 기름처럼 나눠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겟츠쿠'의 대표작 '노다메 칸타빌레'

 즉, '한류'가 좀더 발전하려면 이제 '순정'과 '분단'을 소재로 한 한국 내의 특별한 상황에 기반한 이야기를 뛰어넘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한다는 이야기다. 환타지를 비롯해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것이 생활인 일본 젊은이들과, 큰 스케일의 전투와 역사물을 즐기는 '중년남성'으로 대상을 확대해야할 시기가 된 것이다.
 이런 조건에 딱 맞는 드라마가 '태왕사신기'다.
 
3. 태왕사신기가 일본내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

 그 몇가지 이유를 한번 짚어보면

 첫번째, 여전히 막강한 '욘사마' 파워

 일단 주몽과 다르게 폭넓게 존재하는 욘사마 팬들이 가장 먼저 브라운관을 고정시킬 가능성이 크다. 겨울연가 이래로 3년만에 브라운관에서 배용준이 종횡무진 활약하는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흥분할 것이다. 태왕사신기에서 욘사마 팬들은 배용준의 부드러움 뿐 아니라, 왕이 된 이후의 '카리스마'에 압도 될지도 모른다. 요즘 보고 있으면 부드럽지만 강인한 '배용준'의 카리스마가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확실히 '겨울연가'와는 다른 포스가 느껴진다.

 둘째, 충분한 볼거리 및 음악

 태왕사신기는 일단 비주얼에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환타지를 좋아하는 젊은 일본인들이라면 쥬신제국이 어찌되었든, 주작,현무,백호,청룡을 둘러싼 상징과 함께 풀어가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태왕사신기의 배경음악을 맡은 '히사이시 죠'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히사이시 죠'는 일본 국민 애니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토토로','라퓨타','원령공주','하울의 움직이는 성'등 주옥같은 작품의 배경음악을 만들어온 사람이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드라마틱한 애니메이션 느낌이 물씬 풍겨온다. (가끔 태사기 배경을 들으면 토토로를 보고 있는건지, 원령공주를 보고 있는 건지 헤깔릴때가 있음, 배경음악땜시)
 게다가 주제가를 부른 '동방신기'는 '토호신키'라는 일본발음으로 일본 젊은이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고 인기가 있는 그룹이다.

 셋째, 일본내 광범위한 역사물 매니아들

 어제 드라마를 보면서 이 시청자층이 제일 눈에 들어왔는데, 12화부터 본격적으로 '백제'와 전쟁을 돌입하기 시작한 것이 흥미를 돋군다. 이런 각종 무기와 갑옷, 그리고 전략과 전술, 모략이 오가는 흐름은 대하드라마를 좋아하는 일본 중년층의 눈길을 끌 가능성이 있다.
 일본에서 인기가 있던 대하드라마는 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였다. '전국시대'란 나라가 통일되지 못하고 각 지역마다 센고쿠다이묘(戦国다이묘)들이 100년간 지역을 할거하면서 끝없이 싸움을 되풀이했던 시대다.
 각종 모략과 협잡, 주군에 대한 충성과 하극상이 난무하던 시대. 한국인의 공적(?), 토요토미 히데요시도 이런 난세에 일본을 평정한 인물인데 '히데요시'란 대하드라마가 일본에서 인기가 있었던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역대 NHK 대하드라마 시청률(1963-2007) <-중 수위를 차지하는 드라마는 히데요시, 타게다신겐 등 전국시대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현재 드라마 부분 시청률 3위(10월 첫주 16.3%)를 지키고 있는 NHK 대하드라마 '풍림화산(風林火山)'도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 풍림화산: 전국시대 최강의 군단이라 일컬어지는 다케다신겐 부대의 군사(軍師) 야마모토 칸스케를 주인공으로 기상천외한 전략과 전술로 '우에스기 켄신'을 상대로 자웅을 겨룬 이야기. 결론은 쌈질(?) 이야기인데, 태사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쪽 매니아를 끌어오는게 중요 -_-;; 

 즉 전쟁과 전략, 지역할거를 특징으로 성을 공략하고 사무라이들이 성장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태왕사신기가 무대로 하고 있는 삼국시대도 바로 각 성주들이 사병을 데리고 지역방어를 하는 체제로 일본의 전국시대 매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일본인들은 단순히 전쟁과 지략 만을 보는 게 아니라 당대의 무기나 '갑옷'등 소도구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 분명하다.  

네번째, NHK를 비롯한 종한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복합적인 준비.

 우선 방영전부터  '베르사이유 장미'와 '올훼스의 창'으로 다수의 팬을 확보한 이케다 리요코가 만화로 일본의 탑 출판사인 코단샤에서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또한 avex를 통해서 음반을, nifty를 통해 동영상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것은 단순히 '인기'가 있으면 계속 틀어야하지 하는 안일한 방식이 아니라 전면전에 가깝다.

 

 

* 2008년 1월 1일에 발매예정인 태사기 사진집. 넘 부드럽지 않아? 금액도 만2천엔 비싸기도 하지....

4. 그러나 주사위는 굴려봐야 아는 법

 한류가 그동안 일본내에서 비판 받아온 것이 '순정만화'풍의 드라마와 '분단'이라는 한국적 특수성에 기반한 것 말고 SF물은 별로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태왕사신기는 그런 점에서 아줌마팬들은 물론이고 '화려한' 볼거리를 즐기는 일본 젊은층들을 새롭게 팬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있고, 그 동안의 고정관념을 뒤바꿔줄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것은 가능성이다. 12월 3일 이후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입맛이 까다로운 일본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지, 아니면 찻잔속의 태풍에 그치고 말지, 귀추가 주목된다.

 욘사마 감바레!!(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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