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렌즈속 일본

오자와 소동, 산으로 가는 일본의 정권교체

dangunee 2007. 11. 9. 10:31

 한국에서는 '회창옹'께서 기어이 출마를 하고 말았다. 이로서 정권교체를 둘러싼 보수진영끼리의 난투극이 대선판을 요동치게 만들 것임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최근에 아베를 사퇴시키고, 보무도 당당히 정권교체의 깃발을 드높인 민주당 대표 '오자와 이치로'가 '자민당'과 대연정을 제의했다가 돌연 사의를 표명 후 복귀를 해서 열도를 쑥대밭으로 만든 일이 있었다.

 


 '오자와 이치로'란 누구인가. 자민당 간사장 출신으로 신진당을 만들어서 자민당의 일당독재를 깨뜨렸다가 이념적 색채가 다른 민주당의 대표를 맡은 후로 참의원 과반수를 달성,정권교체 가망성이 없는 민주당에게 최초로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안겨준 인물 아닌가. 게다가 아베 정권과 사사건건 대립을 하면서 결국 그의 사퇴까지 이끌어낸 정치의 달인이기도 하다.  그에게는 늘 음험한 이미지가 숨어있었지만 민주당 대표가 된 이후로 민주적인 시스템을 존중하고 본인도 개혁적인 이미지를 갖는데 노력을 해왔다. 그런 그가 최근에 민주당 대표직을 던지버린 일이 있었다.

 지난달(10월) 말, 일본 총리인 '후쿠다'와 '오자와'는 회담을 갖고 느닷없이 대연정을 하기로 은밀히 합의를 한 것이 발단이다. '대연정'이란? 현재 중의원은 자민당이 장악을 하고 있지만 '참의원'은 민주당의 과반수를 장악한 상태다. 민주당의 협조없이는 자민당 혼자 일본정치를 제대로 이끌어가기 힘든 구조다. 이런 상태에서 '후쿠다'와 '오자와'는 정권을 공동운영하기로 어느정도 합의를 한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고 있는데 사사건건 대립을 삼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느닷없이 여당으로 변신, 정권에 협력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일본 역사에도 1955년 혁신세력의 공세에 놀란 보수층이 '자유당'과 '민주당'을 합체 자민당이란 이름으로 거대한 보수체제를 완성시킨 적이 있어, 만약 두 대표의 계획대로 '자민당'과 '민주당'이 연립정권을 세운다면 간신히 자리잡아가는 양당체제의 붕괴는 물론 일본군국시대 오로지 거대보수우익만 존재하던 '대정익찬회'의 부활에 다름 아닌 상태가 되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기도 했다. (자민당 결성은 향후 55년체제로 일본현대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참의원 선거 승리로 민주당내 지위가 최고조로 달해있던 '오자와'는 자신의 생각이 곧 당의 생각일거라는 착각과 함께 예전에 자민당에서 흑막정치를 해왔던 버릇이 도졌는지, '후쿠다'와 합의한 내용을 가지고 민주당 간부들에게 '연정제안'을 했으나 당근 전원 반대로 무산되게 된다. 민주당 내부는 오자와가 깃발을 든다고 해서 우르르 따라갈 만큼 보수적인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고 다양한 세력이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오자와'는 자신을 불신임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그전에 일본 국민들에게 내걸었던 '정권교체'의 깃발은 내팽긴채 사퇴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한마디로 열받았다는 항의다.

 갑작스레 사임을 발표하자 '오자와쇼크'가 열도를 강타하게 된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일본 국민들은 향후 총선거에서 잘 만하면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그 배신감은 더 큰 상태이다. 게다가 자민당과의 밀약을 통해 그것을 달성하려 했다는 점이 더더욱 정치불신을 가져오게 하고 있다.

 여기서 그렇다면 왜 '오자와'는 '참의원' 선거 이후 의회해산후 총선거를 통해 정권교체의 길을 택하지 않고 후쿠다와의 밀약을 통해 '대연정'을 시도한 것일까. 그가 그렇게 움직인 데는 몇가지 배경이 있다.

 첫번째, 참의원 선거의 대승이 민주당이 잘 했다기 보다, 워낙 자민당의 실책이 컸기 때문에 그 반사이익의 덕을 많이 봤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중의원 선거는 다르다. 여전히 자민당의 지역내 기반이 탄탄하고, 인재풀도 다양한 반면 민주당내에는 인재풀이 적어서 총선거 대비하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오자와가 개인적으로 계산했을때 아무리 해도 민주당 독자적으로 '과반수' 획득을 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린 듯 하다. 그렇다면 정권교체란 힘들 것이고 자신의 야망을 펼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 여당인 자민당과의 연합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펼치는 것도 더 빠른 길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두번째, 오자와 이치로의 건강과 나이다. 오자와 대표는 1942년생으로 벌써 내년이면 66세를 바라보게 된다. 게다가 그는 심장병을 가지고 있어 자기 몸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즉 내년 총선거에서 민주당의 수장으로서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한다면 더이상의 미래가 없다는 점이다. 즉 어렵게 돌아가느니, 밀약을 통해 일본 총리가 되거나 아니면 거대여당 속에서 보스 자리를 꿰차고 싶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정치의 보수성과 후진성을 보게 된다. 국민의 뜻과는 별개로 정당의 대표 끼리 합의를 하면 국민민드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 참의원 대승 이후 그동안 숨겨져 있던 '다이묘'기질의 발현이다. 그의 가신들 중에 오자와의 폭주를 제어할 사람이 없었을 뿐더러, 당내 역학 관계로 보아 자신의 대연정에 합의를 한다면 민주당 임원들이 모두 따라줄 것이라는 착각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 오자와는 자민당과의 연정을 시도함으로써 그동안 공공연하게 '자민당은 미래가 없다'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를 해야한다'는 그동안의 발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오자와 사퇴 발표후 한때 폭탄맞은 분위기인 민주당

 오자와가 사표를 제출하고 난 후의 대응이 더 재미가 있는데, 민주당 간부 전원은 '자민당'과의 연정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서도 오자와 대표의 사표는 수리할 수 없다고 버티게 된다. 즉 오자와가 현재 민주당에서 빠져버리면 민주당의 앞날도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태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 �문이다. 그만큼 민주당에도 인물이 없다는 반증이다.
 오자와는 사표를 표명하고 모든 것을 끝낼 것 같은 자세를 보이다가 지난 11월 6일 사의를 철회하고 민주당 대표에 스리슬쩍 복귀를 하고 만다.

 민주당내에서는 대다수가 다시 오자와 당수의 지휘아래 '정권교체'의 깃발을 높게 들었지만 일부 의원들은 어정쩡한 복귀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사진> 정치는 혼자하는게 아니여...라고 말하는 듯한 후쿠다총리

 

오자와 당수의 소동으로 인해, 일본 국민들의 정치불신의 골은 더 깊어졌고, 민주당의 '정권교체'도 좀더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오자와'라는 인물의 진심은 무엇인지 민주당원 및 국민들은 아리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오자와 자신은 인생 최대의 승부라고 생각하면서 '대연정'카드를 빼들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일본정치자체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정권교체'를 통한 정치구조의 변화 바람을 식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 같다.
 대신 아베의 추락으로 화들짝 놀란 일본의 보수층이 급히 기용한 소방수 후쿠다는 오자와의 헛발질을 내심 즐거운 시선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수세로 몰렸던 정권운영 입장을 공세적으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 당장 테러조직법 등에 대해 민주당이 그전보다 유연한 입장을 들고 나온 것만 봐도 그렇다.                         

 안정적 관리형의 후쿠다 기용으로 일본보수층의 전략이 옳았음이 또 한차례 증명되면서 여전히 막부시대의 다이묘 연합정치를 뛰어넘지 못하는 일본정치를 보고 있자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 한국 정치를 보니 회창옹도 나오고 인제옹도 나오고, 이건 니캉, 내캉, 오십보 백보가 아닌가?


관련글: [일본], '후쿠다 야스오'씨가 급부상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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