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렌즈속 일본

한국과 일본의 삶의 질 차이? <먹거리>

dangunee 2006. 6. 8. 00:13

 

 

신쥬쿠 교엔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바깥 세상은 색다르다.

 

1.

 한국과 일본은 소득격차만큼 삶의 질 차이가 있는 것일까.

 

 사실 한국과 외국, 그것도 일본과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한국은 한국인만의 스타일과 정서로 세상을 살아가고, 일본인은 일본사회가 가진 시스템으로(물적인 인프라와 별개로) 살아가므로, 단순히 양자를 놓고 비교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작업이 한국사회를 비추는 거울, 혹은 창이 될 수도 있다. 이 글은 따라서 그런 바깥세상을 들여다보고 사는 이방인의 '창'으로만 한정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한국사람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건너오면 어떨까.

 세상에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 특히 조기유학을 하면 아이들이 두나라의 언어를 잘 익힐 수 있다는 단편적인 생각만 하는데, 그 아이가 느낄 정체성의 혼란하며, 급속도로 잊어버리는 모국어하며, 정서등은 왜 계산이 되지 않는 것일까.

 어렸을때 보았던 낯익은 마을의 풍경하며, 저녁 늦게까지 놀던 동네 귀퉁이의 친구들하며(지금이야 학원다니느라 바쁘겠지만), 어른들끼리 모여서 해대는 시시껄렁한 잡담하며, 다 유년의 중요한 밑그림이 된다는 것을...또한 그것은 한번 지나면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따라서 유년에 느낀 공간은 그 아이의 추체험의 원형이 되는 것이므로, 단지 언어를 위해서 아이를 다른 나라에 보낸다는 것은 그 시간만큼 모국에서 느낄 수 있는 기억을 제거하는 것이 된다.  그것은 어른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외국에서 얻는 것이 있다면, 그 시간만큼 잃는 것도 있다. 세상은 그런면에서 아주 조금 공평한 면이 있다. 양쪽을 둘다 얻지 못하도록.....

 


2.

 한국사람들이 흔히 일본에 오면 비교하는게 우선 먹거리, 교통비가 된다.

 우선 먹거리는 단연 한국 윈(win?)이 된다.


 일본은 일단 반찬이 거의 안나오기 때문에, 주로 덮밥, 카레라이스, 돈까스 등을 주로 서민들이 먹는데, 그냥 밥위에 얹은게 반찬의 전부다. 가끔 단무지 두쪽 준다. (아부지가 지난 겨울 오셨을때 단무지 한쪽 더 달라고 했다가, 쪽만 팔았다 -_-)그러나 식사값만 놓고 따지자면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 가장 싼게 320엔이고 보통은 500엔에서 600엔.

  물론 1000엔짜리 정식이면 반찬과 차까지 곁들인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다.

 

 

                  소고기 덮밥 세트/ 반찬이 하얀 배추 절임(오싱코) 뿐이다.

                일본사람들도 한끼 식사하는데 심리적 마지노선이 500 - 700엔 정도다.

 

 

 따라서 일본사람들이 한국에 놀러가면 많이 나오는 반찬수에 일단 놀란다. 따라서 일단 먹는 것만 놓고 따져보면 당연히 한국사람들이 풍족하게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뿐인가. 삼겹살에 소주로 대표되는 퇴근후 술한잔 문화는 한국만의 고유(?)한 매력이 아니던가. 개인당 1,2만원이면 1-2인분 어렵지 않게 시킬수 있고, 소주에 각종 야채까지...

 

 한때 한국에서 인생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MBA를 떠나네,마네 한참 시끄러웠는데, 그때 나온 레퍼토리가 바로 한국에서 '1차는 삼겹살의 소주, 2차는 맥주, 3차는 노래방으로 이어지는 지루한 일상이 싫다는 거였다. 그런데 이건 일본에서 보면 진짜 복에 겨운 소리라는거....

 

 양질의 삼겹살에 소주 이거 하나면 일본에서 일단 쫑난다. 맥주면 맥주고 소주면 소주지, 1차 2차까지 회사 회식이 아닌 바에야 간단히 일차정도로 끝내지 않으면 주머니 사정이 허락치 않는다. 가라오케는 또 사람당 얼마나씩 받는 문화여서 일본에서 한 10명정도 들어가서 적당히 음료수 시키고 놀면 5만엔(50만원)이 가뿐하게 나오는 정도니.....뭐....때때로 그렇게 놀아주는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개인당 만엔씩 준비만 한다면....따라서 만원,2만원에 개떼처럼 몰려가서 노래부를 수 있는 곳은 한국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요시노야 와 함께 소고기 덮밥 체인점 '마츠야'. 보통 일본 대중음식점은 마주 보며 앉아서 먹는 테이블이 없다.


 

3.

 저번에 회사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시러 간 적이 있었다. 나야 늘 가던데 말고 가는 곳이 거의 없어서 그 친구가 가끔 가는 곳에 갔는데, 일단 분위기가 좀 있어보이는 곳이었다. 지하였는데 목조식 인테리어에 각 테이블이 서로 떨어져 칸막이가 되어 있는 곳이었다.


  안주는 파무침에 닭고기가 조금 나왔고, 칵테일 몇잔 좀 마셨는데, 나는 배가 고파서 도저히 더 못견디고, 2차를 가자고 했다.(닭고기 파 무침이 아니라 내가 허기에 파무침 -_-;;)


 물론 1시간도 채우지 않았던 그곳의 요금은 5천엔(5만 5천원). 안타깝게도(?) 그 친구가 냈다 ㅎㅎㅎ. 물론 2차는 3천엔 정도에 철판구이집 가서 내가 샀지만, 이때의 2차는 한국처럼 푸짐하게 먹고 입가심하는 2차가 아니라, 1차에서 값만 비싸고 하도 허기가 져서 2차로 도망나온 것이다.

 

 어쨌거나 일본에서 자기돈으로 동료들과 술한번 먹으려면 큰 맘 좀 먹어야 한다. 게다가 내가 욕을 할수 있나, 소리를 지를 수 있나 ㅜ.ㅜ........그렇게 우리는 좀 떠들다가 전철이 끊기기 전에 사뿐히(?) 헤어지고야 말았다. 물론 숙취따위가 있을 리 없으니 언제 그랬냐는듯 아침에 건강한 모습으로 일어난다..


4. 

게다가 한국 택시비가 좀 싼가.


양재에서 일산까지 모범으로 2-3만원이면 가는데(요즘은 어떤가요? 좀 지난 정보임 ㅜ.ㅜ), 일본에서는 시내에서 외곽의 집까지 가려면 최소 만엔(10만원)은 든다.


내 후배가 언젠가 도쿄 나리타에서 시내까지 택시타고 온다고 해서 택시비를 이야기 해주었더니.....조용히 전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왔다.


얼마냐 하면...

 

2만엔(18만원) -_-.


애들 장난도 아니고, 전철만으로도 1000엔에, 좀 좋은 좌석제 전철(스카이라이너)를 타면 2000엔(2만원)이고 리무진 버스는 신쥬쿠 도심에 가는 3000엔 정도 한다.


 교통비가 비싼 일본은 따라서 일단 전철이 끊기면, 걸어가거나(걸어서 하늘까지^^) 이 한몸 하룻밤 맡길 패밀리 레스토랑에 간다. 거기서는 간단히 '드링크바' 하나 시키고 첫차가 뜨는 5시까지 게기면 되니까..(물론 이쯤 되면 완전히 체력전이 됩니다. 월드컵만 체력전이 아님)

 

 따라서 일단 저녁 푸짐하게 먹고, 소주한잔 곁들이고, 2차 맥주집 가서 상사 씹으면서 인생을 논하고, 3차 가서 잃어버린 첫사랑 찾아 고래고래 노래부르고, 세상이 개같네 어쩌네 스트레스를 풀고, 풀어진 넥타이를 맨채 택시를 타고 편하게 귀가할 수 있는 한국은 가히 '재미있는 지옥'이라 할것이다.


나야 물론 그런일이 없으니 퇴근해서 바로 집으로 직행이고, 몸도 많이 좋아지고, 술도 줄었으니 '재미없는 천국'이 될것이다.  

 

 

 

  신쥬쿠에서. 일반 택시, 기본요금이 660엔(현 환율 5500원정도) 부터 시작한다

 

5.

 그러나, 삶의 질이란 단순히 먹고 마시고, 자는 것이라면, 동네 개도 편히 먹고 자고, 짖을때 짖는데...가끔 아무데서나 볼일도 보고 말이지.....그것이 다는 아닌 것 같다.

 똑같은 일을 해도 어떤 일을 하는가를 심각하게 따지고 들고, 집한채 달랑 있는 것이 아니라 집 주위의 환경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에 따라 집값의 차가 결정되고, 그 말 많은 학군때문에 떠들석한 교육환경하며, 좀더 의,식,주에 단순한 비교와 나열이 아닌 문화적 인프라를 서로 따져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물론 한국이 일본보다 더 잘먹는다는 것은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만 봐도 단숨에 알 수가 있다. 중년중에 배나온 사람이 일본에는 아주 적다는 것 하나만으로, 어쩌면 현재 한국이 과식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배부른 식사와 재미난 술자리 대화, 떨리는 가슴(?)으로 노래방에서 갖은 폼을 잡고 인생의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것은 나도 마찬가지이나, 그것만으로 한국이 오늘 행복하다면, 한국을 떠나고 싶어서 부유하는 그 많은 인생들은 또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언젠가 신문에 한국이, OECD 국가중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나는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린다.

 

 

         만화가가 꿈이었던 청년의 일본 탐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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