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렌즈속 일본

한국 vs 일본의 삶의 질 차이?!! 집세 편

dangunee 2006. 6. 10. 00:12

1. 

 일본에서 생활비 지출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은 사실 '집세'이다. 일본에는 전세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집을 론으로 사던가 아니면 월세를 살아야 한다. 따라서 주간지나 월간지를 보면 월 얼마씩 론을 주고 자기 집을 사는것이 나은지 월세를 내는 게 나은지 비교하는 기사가 종종 나온다.


 가끔 일본인에게 전세라는 것을 설명하면, 그건 거의 공짜로 사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을 한다.  (일본은 제로 금리라 은행에 넣어도 이자소득을 거의 기대하지 못하므로)

  특히 요즘처럼 한국의 금리도 저금리로 들어간 상태에서, 금리이상을 벌어보고자 월세로 전환하는 집들이 느는 것을 보면, 어느정도 목돈이 있다면 '전세'라는 제도가 아직은 집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복 받은 제도임이 분명하다.

 

  어쨋든, 일본에 와서, 나는 학비를 제외하고, 매달마다 6만엔(60만원) 이상의 기본지출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즉 일본땅에서 편히 눈치를 보지 않고 몸을 누이고 지친 몸을 위로할 수 있는 공간, 말하자면 이곳에 체류하는 값인 것이다. 물론 아예 학비까지 마련하기 위해서 알바하면서 고생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많이 방값만 마련하면 되었으므로, 덜 고생한 셈이긴 하다.  


 그리고 어디나 그렇겠지만 일본의 집은 철저하게 월세에 따라서 햇빛이 들어오는 정도, 소음정도, 전철역 거리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6만엔짜리는 그냥 전철역에서는 가까웠으나,옆방과의 소음에 관해서는 겉모양만 멀쩡한 판자집과 다름없었다. -_-

 

2.

일본의 집. 월세집은 보통 목조건물은 아파트,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맨션이라고 한다. 일본의 아파트는 따라서 한국의 쾌적한 주거공간의 대명사인 아파트와 전혀 상관이 없다. 오히려 맨션이나 공단주택이 한국의 아파트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누가 일본에서 아파트에 산다고 자랑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하게 웃어주면 된다.

 

 지진 탓으로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는 일본의 경우, 아파트가 낮은 가격의 임대주택으로 많이 지어져 있는데, 월세집 집 상태를 좀 살펴보기로 하자.

 

 일단 가장 밑바닥 수준의 월세집을 좀 보면 월 2-3만엔대의 공동 거주 주택이 있다. 이곳은 방만 딸랑 하나 있고, 긴 복도를 가진 세면대와 화장실을 공동으로 쓰는 곳이다. 가끔 TV에서는 '빈보(빈자) 탈출"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빈보'인지 서로 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해서 상금을 타는 프로그램까지 있을 정도다.


 어떤 녀석은 심지어 휴지를 물에 데워서 간장에 찍어먹기까지 했다. 프로그램의 막바지에서 그 사람이 상금을 타긴 했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가장 밑바닥이라고 봐야한다. (근데 티슈를 물에 불린 다음 찍어서 먹으면 맛있남 ㅜ.ㅜ).


 물론 우에노나 신쥬쿠 공원에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요즘 노숙자중에는 아예 TV까지 나오는 곳도 등장.)







▲ 내가 토쿄 와서 처음 살았던 6만엔짜리 집. 방 하나 부억과 화장실이 다 였는데, 살았던 소감을 누가 물어본다면, '체험 삶의 현장, 판자집 편...'이라고 답하고 싶다.


 


 그 다음이 4-5만엔대의 아파트. 이런 곳은 집이 아주 좁거나 화장실은 있으나 샤워시설이 없는 곳이다. 보통 지방에서 유학하러 상경한 친구들이나 수입을 캬바쿠라(여자 있는 술집)에다 퍼다주고 남은 돈으로 이런 집에서 사는 알바족들이 사는 곳이다. 어쨋거나 월세에 따라 집안 시설에 차등을 둔다. 물론 이런 집들은 앞마당에 커다란 건물이 들어서 있거나, 아니면 집이 아주 낡았거나 눈에 띠는 단점이 있다.

 

 세번째로, 6만엔대부터는 이제 간단한 부억 겸 거실, 그리고 방 하나, 또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다 들어가 있는 집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최소한의 주거공간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 또한 도심에서 급행열차로 한 20분 정도 들어가거나 역이 도심에서 가깝다면 전철역에서 멀거나 해야한다. 내가 동경에 와서 첫 살림을 시작한 곳은 바로 이런 집이었다.      


 마지막으로 아파트를 벗어나서 7-8만엔을 주면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맨션으로 갈 수가 있고, 방의 개수에 따라서 8-9만엔까지 오르게 된다. 보통 웬만한 방 두개에 거실까지 갖춰진 집이라면 민간업자가 하는 경우는 9-10만엔의 평균이니, 일단 주거비가 장난이 아닌 셈이다.  보통 일본 보통회사 신입사원 급여가 20만엔이라고 하면 좀 후진 곳에서 살아도 월급의 1/3은 주거비로 갖다 바쳐야 한다.     

 

3.

 일본은 어느 동네나 자전거 도로 등의 산책로가 근처에 있는데, 내가 학교 다닐때, 우리 부부의 유일한 낙은 그 긴 자전거 도로를 산보하는 것이었다. 산책로 근처에 있던 패밀리 레스토랑은 내가 아르바이트를 본격적으로 하던 2001년 겨울 전까지는 얼씬도 못했다. 아..내 생일때 딱 한번 맥주 한 잔 마시러 간 적은 있었다. 처도 가계를 운영할때 주단위로 봉투를 만들어서 지출을 관리하면서 살아야 했다. 이게 다 당시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던 월세 때문이었다.

 

 가끔 패밀리레스토랑의 불빛을 보며, 전세가 있었다면 이렇게 창가로 쏟아져 나오는 저곳의 불빛만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텐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 지금 살고 있는 공단 주택 앞 거리. 벚꽃이 만발했을때 찍은 것으로 길게 늘어서 산책로는 사람들의 운동공간이 된다. 옆에 조그만 수로가 3-4킬로미터 정도 이어져 있다. 집값은 비싸지만, 이런 외부 인프라는 삶의 질을 논할때 중요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인프라 부분은 나중에 따로 논하겠음)

 

 우리 회사 젊은 직원들도 보통 6-7만엔의 집에서 혼자 생활을 하는데, 아르바이트로 벌어들이는 돈의 1/3 이상은 방값으로 낸다. 게다가 차비를 좀 부담하고, 나가서 뭘 사먹고 하다보면 남는게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가끔 졸다가 지각하거나 아프거나 하면 또 깎이는 급료에 '그냥 그러려니 해탈한 녀석'들을 보면, 아...수행은 꼭 외국인인 나만 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놀라운 깨달음까지 이르기도 한다. (그러게 누가 밤새 애니메이션 보고 놀라고 했남)

 

 일본 사람들 중 특히 지방에서 올라온 녀석들은 방값 포함 생활비를 모두 자기가 벌어서 충당한다. 또 결혼할때 한국처럼 전세가 없으니까 부모가 무슨 집 같은 것을 마련해주는 일도 없다.(물론 완벽한 일반화는 불가능하고 계급별 차이가 많은 것도 있으니 대략 이렇다는 뜻)


 이런 면에서 보면 한국에서 부모가 결혼때까지 자식을 돌봐주고, 유학을 보내면 용돈을 보내주거나 분가할때 집까지 마련해주는 것을 보면 대단한 정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일본 젊은이들도 '기생족'이라고 해서, 부모의 집에서 기생하면서 월급이나 알바비를 자신들의 소비생활에서 쓰는 사람들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고, 이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사회나 경제적 풍요와 함께 안락의 지속성을 꿈꾸는 세대는 많기 마련이니까.

 

4.

 단순히 월세집만 놓고 본다면, 한국에서는 월세집에 산다고 하면, 사글세방이라 해서 사회적 편견이 심한데 비해, 일본에서는 월세가 보편화 되어 있어, 특별히 그런 시선은 없다. 물론 방값에 따라 그런 구분이 가능하겠지만. 따라서 한국의 전세는 일단 사회에 첫발을 내딛거나, 당장 집을 살돈은 없지만 어느정도 목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여유로운 소비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물론 한국에서는 자주 집값을 순식간에 몇배로 올리는 마술을 발휘해 멀쩡하게 전세를 얻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힘이 있고, 일본은 집을 소유하지 못한 많은 수의 세대들에게서 체계적으로 월급의 상당부분을 갈취해가는(?) 집주인들이 있는 점이 틀리다.


 예전에 구하고자 하는 집 주인도 재일교포였는데, 자기 집을 한채 가지고 있었고, 그 집 옆에 2층 아파트 건물을 지어서 세를 받아서 살고 있었다. 일본인에게 세를 둘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은 모든 임대사업자가 그렇겠지만 가만히 있어도 돈이 굴러들어오는 넉넉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단순 집 비교나, 있는 사람들의 국가별 비교도 별 의미가 없지만, 사회의 저변을 형성하며 살아가는 대다수 서민들의 주거패턴을 조금 따져보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영화 '쉘위댄스'에서 40대인 주인공이 춤바람이 빠지는 이유가 바로 '염원'인 자기집 마련을 하고 난 뒤 생겨난 권태를 채우기 위해서 였듯이, 한국이나 일본이나 '내집마련'은 여전히 새롭게 인생을 꾸려가는 세대에게 풀기 쉽지 않는 무거운 숙제 임이 틀림없다.

 

 게다가 한국은 2002년 월드컵 전까지 16강에 드는 것도 중요한 염원 중에 하나 였으니, 한국에 사는 분들은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염원(월세 탈출) 중에 한가지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해치운 셈이다!!!!!  (월드컵때 일본 방송에서 한국이 '염원'의 16강 진출을 이뤘다며 구시렁 댔음...지네들은 아니었나!!)

 


  "만국의 세입자들이여, 단결하라!!

   얻는 것은 집세로 사라지는 우리들의 먹거리(?)요, 잃는 것은 경제적 허덕임이니..."

 

   관련글: 한국과 일본의 삶의 질 차이? 먹거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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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로 일본 사회를 읽는다


 
당그니의 일본표류기 (http://blog.daum.net/dangu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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