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나의 흑백필름

아빠와 딸 4 -새로운 도전!!

dangunee 2008. 5. 23. 00:42
1.
내일이면 나의 6살 난 딸이 일본으로 건너온다.

2002년 도쿄에서 태어나서 4년간 이곳에서 살다가,
2006년 8월 한국에 들어갔다.

일본에서 사는 동안 아이는 한국어보다 일본어가 더 자연스러워서
나는 집에 있을 때마다 아이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고 교정을 해주었다.

그런데 한국에 들어가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아이는 한국에 가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떠들도 다녔고
오히려 일본어는 한마디로 쓰려하지 않았다.

주위에서 일본어를 쓰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 후.
작년 겨울 잠시 한달간 이곳 도쿄에서 체류한 적이 있었다.

아이가 어렸을 적 일본보육원을 다니면서 '프리큐어'를 자연스럽게 보곤 했는데
한국에 다녀온 일년새 '프리큐어'를 보면서, 늘 이렇게 묻곤 했다.

'아빠, 뭐라고 그러는 거야?'
아이에겐 이제 일본어가 외국어가 된 것이다.

에고..골치야.
이번에는 내가 딸에게 한국어가 아니라 일본어를 알려줘야할 차례가 된 것이다.

2.
외국어는 그런 것 같다.
이중언어 어쩌고 하지만 사실, 모국어란 단 하나의 방만을 빌려주는 호텔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여기 사는 아이들도 같은 한국사람끼리는 일본어를 더 많이 쓴다. 또래집단에서는 그게 더 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이야기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얼마전 전화로 내가 물었다.

"채현아, 너...일본오면 일본말 못하는데 괜찮겠어?"
"오자마자, 일본 유치원 가야되는데..."
몇달 전만 하더라도 자기는 일본말 못해서 일본오기 싫다고 하던 녀석이 당당하게 대답한다.

"아...괜찮아.  채현짱 하고 부르면 '하이' 그러면 되지"
오히려 당당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한다.

"그래도 하루종일 선생님이 이것저것 물어볼 텐데 그래도 괜찮겠어"
그러자
"그래도 '하이' 하면 되지!!"
이렇게 우긴다.

난 이렇게 대답하는 딸을 보면서 걱정을 놓았다.
물론 다시 '일본 유치원'을 다니면 처음에 얼마간은 답답할 것이다.
그러나 딸은 4년간 자기도 모르게 일본어 쓴 경험이 있고, 일본 어린이집을 다년 경험이 있고, 일본인 또래 친구들도 확실히 기억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차피 다시 일본으로 오기로 한 것이 결정되어서 그런지 망설임이 없다.

어른보다 아이들이 '언어'습득을 쉽게 하는 이유가
흉내를 잘 내고, 이렇게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초등학생이 되는 내년에 신쥬쿠에 있는 한국초등학교로 딸을 보낼 생각이지만,
현재로서는 현지 적응차원에서 6개월간 일본유치원에 보낼 예정이다.

딸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면,
이제 어느정도 자아가 잡힌 아이가 스트레스를 안 받고
일본어 환경에 적응하는지가 최대 관심거리이다.

그래도, 며칠전 딸의 씩씩한 목소리를 듣고 나서 걱정이 놓였다.

아이는 어른과 달리 제 나름의 씩씩함으로 세상을 살아나갈 것이기에.
그 곁에 부모는 든든한 후원자만 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