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아온 사진

[스크랩] 첫눈 오던 날..

dangunee 2005. 11. 30. 15:53

 

 

 

 

첫눈이 내렸습니다.

첫눈이 오는데

첫눈이 온다고 전화를 걸어 들뜬 목소리로

얘기 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쓸쓸했습니다.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이기 위해

차창에 내린 눈에 한동이를 새겨 봅니다.

 

 

내친김에

친구들의 이름도 적어 봅니다.

참 다정한 모습으로 어울려 있습니다.

얼굴 한번 본 적이 없어도

마음은 언제나 오가니

들뜬 목소리로 여긴 눈이 온다고

전화를 걸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마음은 순해집니다.

 

 

저 푸르디 푸른 배추도 눈 속에 묻혀 버렸습니다.

아직 따와서 삶아 놓으면

우거지를 겨우내 먹을 수 있을텐데

이 눈이 그치고 나면 추위에 얼어 죽어 버리겠지요.

 

 

솜털 처럼,

새의 깃털처럼 눈이 내려 앉습니다.

후우, 불면 날아 갈듯 가벼운 모양새가

우리네 인생을 닮은 듯 부질없어 보입니다.

 

 

찔레꽃 붉은 씨앗 위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는 저 조그만 열매의 까만 뚜껑부분을 따 내고

바늘로 살살 속을 파 내어

독하디 독한 독약을 넣고 뚜껑을 교묘하게 다시 닫아 두곤 했지요.

아침나절에 그렇게 해 놓고 저녁에 아버지랑 들에 나가보면

주위에 죽은 꿩이 두 마리 혹은 세마리쯤 널려 있곤 했습니다.

꿩들이 아마 찔레꽃 씨앗을 즐겨 먹나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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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블로그 > 그곳에서 보낸 한 때, 사랑은 가고... | 글쓴이 : 한동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