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이모저모

당그니 일본어 편력? / 다시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해.

dangunee 2006. 6. 1. 00:22

0.

98년 겨울.

서울 남부터미널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났던 그녀(?)는

내게 '영어회화를 할 생각이 없냐'고 했다.

 

'저기, 그 학원에 일어도 있나요?'

'아..네 당연히 있죠.'


 

내 일어 공부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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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블로그에 놀러 오시는 분들(liebej님등)께서 저의 일본어 공부 편력에 대해서 여쭤보셔서 그에 대한 제 생각을  적습니다. 다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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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구니 외국어 전력'


 

  고딩때: 제2외국어 -> 독어 였습니다. (일본서 독일인 만나서 쿠텐모르간, 당케쉔 했더니 잘 몬알아듣더군요 -_- 누가 독어 발음이 영어보다 단순하다 했던가.) 당시 고딩때 독어 선생님이 좀 느끼맨이였는데, 언어를 이해보단 암기와 주먹으로 주입시켰습니다. -_-; 암튼 대학 들어가서 다 까먹었습니다.


  대딩때 : 5년내내 문학회에서 술 퍼먹고, 시쓰네 소설쓰네, 데모하네, 동아리 청소하느라 외국어랑 거리가 멀었죠. 대딩 1학년때 여름방학때 영어 보케블러리 한주 듣고 때려친게 다입니다.

 

  직딩때: 역시 술로 3년 살았습니다. 새벽 4시에 핸드폰 밧데리 나가고, 길바닥에 드러느워서 자다가 택시타고 집에 가는 생활을 반복. 아침에 회사와서 녹차로 12시까지는 도를 닦다가 혼남 -_-;;


  직딩 3년차때 '라퓨타'보고 일본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함.

 

 (세상의 모든것은 움직이고 변한다 <- 제가 일본 오게된 계기)


 

  하여...'일본어'를  함 공부해볼까 하고,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당시 남부터미날 전철역을 나오는데 웬 묘령의 아가씨가 '영어에 관심이 있냐'(도가 아님다)

  그래서, 그 길로 '일어'를 등록함.

  1999년 1월부터 드뎌 팔자에도 없는 일어 공부 시작

2.






▲ 제가 공부하는 방법은 우선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전에 '외곽정보'를 훑는 방법을 주로 썼는데요. 이 책도 문법을 알기전에 '일본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책입니다.

 

 

   당시 내가 다닌 학원은 'U.L.I'로 6개월치 학비를 한꺼번에 내는 곳인데,단계는 초급, 중급1,2 고급1. 프리토킹 - 이렇게 5단계로 나눠어져 있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던 관계로 수업은 아침 6:30 - 7:20분 코스를 들었는데  이때는 졸지 않고 열쒸미 수업을 들었습니다.

 

  부모님 돈으로 대학때 에프학점 방어하느라 세월가는줄 모르고 버틴것과 비교하면, 역시 자기돈으로 학원등록하니까 목숨 걸고 하는 것을 느꼈죠.

 

  하여, 매달마다 한단계씩 전진하여서(중간에 과락없이 무사 통과, 그냥 무식하게 돌진했음)


 

  99년 5월에는 4개월만에 프리토킹 반에 진입(?)


  그러나 고수(?)들이 판치는 상황에서 한달동안 비굴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귀동냥하기 바빴음

 

  (여기서 비굴한 웃음이란, 남들 다 웃으면 뭔말하는지도 모르는데 따라서 웃는 것을 말함 -_-;; 허허허 사는게 다 그런거지 뭘 그래!! )


 

   그래도 프리토킹 수업 가기 전날 열심히 다음날 주제에 관해서 질문상황 및 발표할 것을 미리 작문해서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열심히 문장을 얼기설기 엮여서 말했습니다. 즉 생각해서 말한게 아니고, 전날 나눠주는 토론주제 및 질문에 맞는 대답을 만들어 간거죠.

 

   -> 언어는 우선 듣기보다 '말하기'가 중요함. 자기가 말하는 것을 스스로 들으면서 '듣기'능력이 향상된다고 봅니다.


   프리토킹 5단계 한달을 겪은 후 대충 회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돌입 하였습니다.  (여기서 회화 가능한 수준이란, 언어를 조합해서 자기 의견을 대충 만들어내는 정도입니다.)


   '당시 회화 내용이 개 였는데, 우연히 진돗개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진도 가서 논적이 있고, 다리도 있고 등등 자기 경험을 살려서 실컷 떠든적이 있었음' (회화는 어려운 내용보다 자기가 경험한 것을 떠드는게 가장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낌.

 

3.

   그러나 단지 5개월동안 학원 수업만 들어서는 일본어 실력이 매달마다 계속 늘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병행한거는 두가지.


 

  가.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일어테잎'을 들었습니다.

 

  일단 귀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회화를 할때 자기도 모르게 그 표현이 나옵니다.

 

  회화 테잎은 처음에 '학원 교재 테잎'을 사용하다가, 나중에는 매달마나 나오는 '일본어저널(日本語ジャーナル) 테잎을 주로 들었습니다.

 

  나.

  제가 요즘 '기초 일본어' 수다를 떨면서 쓰는 대사가 대부분 애니메이션 대사인데, 애니메이션은 제가 일본어 공부 시작하기 전부터 꾸준히 봐왔습니다.


  < 이웃의 토토로 /  일본애니 보게 된 계기 >


  그때는 진짜 히라가나도 몰랐었는데,

  애니메이션에서 그림과 함께 들려오는 말을 우선 한국어로 받아적고,

  나중에 히라가나로 바꾼 다음 해석을 해보는 식으로 이미지/상황과 함께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이 두가지 작업을 학원을 다니면서 병행했습니다.

 

4.

  프리토킹을 5월,6월,7월 삼개월 다니고, 일본어 선생과 술자리가 있다거나, 주말에 가끔 같이 놀러가면서 되도록이면 회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이때 제일 즐거웠던 것은 자기의 외국어가 일본인에게 통한다는게 많이 신기했던 것...






▲ 이건 능력시험 대비 인데요. 실제로 '고급표현'들이 많이 나옵니다. 고급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되는 산!!

 

 7월을 끝으로 일단 회화가 가능한 수준이 된 다음, 일본에 갈 요령으로 '능력시험 1급'을 준비했습니다.


 

 8월부터 '시사일본어학언'에 4개월짜리 능력시험 1급 대비반에 등록, 이것도 새벽에 가서 열심히 문제를 풀고 암기했습니다.


 

 이때는 회화보다는 주로 한자, 그리고 문형을 외우는데 전력했고, 다행히 그해 12월에 능력시험을 봤는데 운좋게(?) 합격을 했습니다.

 

 이때 역시 암기로는 높은 점수를 따기 힘든 '청해'가 30점 -_-;; 대신 문법,독해쪽이 몇개 안 틀려서, 300점은 넘었더군요

 

 만약 과락이 있었다면 떨어졌을 것임


  암튼 일본어 능력시험 공부는 고급 문형 및 다양한 표현을 습득하는데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5.  

 그후 문제의 2000년.

 제가 회사도 그만두던 해였고, 결혼 등 바빠서

 능력시험 합격 후 거의 9개월간 일본어를 손에 놓고 있었습니다.

 2000년 10월.

 일본으로 건너왔습니다.


 

 이때도 여차저차해서 학교 다니고, 알바하느라 공부는 많이 못했는데,

 겸사겸사 다시 일본어 능력시험을 보게 되었음


 점수는 99년도보다 더 나왔으나 그 이유는 '듣기'가 비약적으로 상승 청해가 70점을 넘겼기 때문으로, 다른 부분은 10,11월 2개월 공부한 분량으로는 커버가 안되더군요.


 

 일본어학교 6개월간을 정리하면, 언어의 인터네이션 교정. 현지인들과 어울리면서 좀더 일본어식 표현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7.

 2001년 애니학교 입학 -> 애덜이 반말함. 나도 나이차 상관없이 따라서 반말함. 반말 열심히 연습함. 이전 까지는 나이와 상관없이 경어만 썼음. (웬지 경어를 안쓰면 안될거 같은 압박이..) 

 또 한가지는 학교 수업을 들음으로써 긴 강의도 부담없이 소화할 수 있게 됨

 

 2001년말 지금 회사 알바시작 -> 회사에서 쓰는 공식 경어 배움.

 실제로 현지 일본어는 이때부터 좀더 다양하게 습득함.


 

 2003년 - 2006년 오늘

 

가.  

 집 근처에 친한 일본인이 있어서 (한국어 통역사) 서로 일어와 한국어를 교정해주고, 일본인의 한국어 번역을 체크해주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가끔 '한국어 인간 네이티브 테잎' 역할로 일본인들을 위한 한국어 수업에 나감.

 

 한시간 동안 ...'오늘은 비가 왔습니다. 내일도 비가 옵니다' 이렇게 반복하다보면 목이 마름 ㅜ.ㅜ (한국어를 외국인에게 가르쳐보면 한국어와 외국어의 차이를 좀더 선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나.


 회사를 다니면서 학교 다닐때와 다르게 상하 관계에 따른 언어표현. 또 후배 부릴때 쓰는거, 쌈질할때, 무시 안 당하도록 확실하게 의견을 이야기 하기. 업무 관계상 꼬이고 꼬인 부분 풀어가기 등 일본인들이 뉘앙스차이를 가지고 쓰는 것과 거의 비슷하게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 역시 일본인이 아닌지라, 외국어는 역시 외국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음.


 

8.






▲ 하토리 레이코 상이 쓴 한국인이 틀리기 쉬운 표현. 일본어가 능숙한 사람도 모르는 미묘한 뉘앙스에 대해서 잘 표현해 놓았습니다. 일본생활 3년이상 되니까 비로소 귀에 들려오듯 이해가 되더군요 -_-;;

 

 요즘에는 제가 블로그에 쓰듯이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확실히 밝히는데 전념하는 중으로, 사실 초급하시는 분들에게는 어려운 문제들입니다.


 그러나, 처음 시작할때 그런 차이가 있다를 알고 공부를 진행해 나가는 것과 아예 모르는 것과는 나중에 큰 차이를 보일 것입니다.

 

 또 한가지. 일본에 사는 사람도 일본어 실력이 천차 만별인데(이건 어느나라나 마찬가지겠죠)


 사람들의 특성상 어느정도 말이 통하고 뜻이 통하면 그 이후에는 별로 공부를 하거나 의문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말 뜻이 통하는데 무슨 상관? 이러면서...


 

  한국에 생활하실 경우는 별 문제가 없으나 일본에 살때는 약간 문제가 틀려집니다.

 

  왜냐면 쓰는 표현만 쓰다보면 자기가 어떤게 틀렸는지 조차 잘 모르고 그냥 그렇게 굳어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조금씩 조금씩 노력은 계속 해야한다고 봅니다. 물론 이때는 단순히 언어를 배운다기 보다 문화를 배운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9. 정리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가. '단순회화'는 노력만 하면 6개월정도에 가능하다 봄

 

    나. '일본어능력시험'은 단순히 시험이라기 보다 다양한 표현 및 한자 등 핵심기초를 쌓는데 도움을 주는 하나의 단계.  

    다. 현지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억양과 일본어식 표현, 그리고 듣기 능력향상이나, 이미 외국어를 배우신 분이나, 감각이 있으신 분들은 현지에 오지 않으셔도 가능하다고 봄

    라.  진짜 고급 1단계는 つ、づ、ざ、じ、ず、ぜ、ぞ발음을 확실히 구별해내고, 제대로 발음할 수 있을때 <- 의외로 이 부분을 잘 안함.

    마.  진짜 고급 2단계는 반말과 경어를 각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 상당한 수준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을때

    바.  진짜 고급 3단계는 한국인들이 한국어 하듯이 뉘앙스차이를 구별해서 자유롭게 쓸 수 있을때, 프러스 일본인들이 언어를 통해 문화를 이야기하듯이 일본어를 통해 일본사회가 고스란히 투영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음.  (관용구나 등등) 


   # 그러나 제 생각에는 [다]까지만 가면 '일본에 살거나, 전공하지 않는 이상' 불필요하다 생각합니다.

 

10.

 

 당그니 조언(?)

 

 첫째, 일본어를 시작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되도록이면 회화를 할 수 있는 학원등을 정기적으로 다니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부담스러우시면,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등을 보면서 상황을 이해하시면서 공부를 하시면 서 되도록이면 말을 많이 하는 환경을 만드는게 좋습니다.

 

 그러나 역시 언어는 '말'을 할 줄 아는 것으로 저는 완성된다고 봅니다.

 아무리 듣기를 잘해도, 정작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하면 정말 답답하죠.

 

 두번째 [어학연수]가 아닌 '유학'으로 일본으로 오실 분들에게는

 진짜 통역이 좋아서 하시는 분 이외에는 '일어'가 목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느정도 '일어'를 하는 사람은 정말 많을 거라고 생각되고,

 

 아마 일본에 오셔서 어느정도 지나면 많이 허탈하실 겁니다.

 진짜 자기 목적이 무엇인지.

 그 초심을 처음에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언어'와 함께 그 나라 역사, 문화 등 좀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오시길 바랍니다.

 

 세번째, 언어는 끝이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한국에서 회화를 하시는 분은 어느정도 말이 통하는 정도가 되면 저는 성공이라고 봅니다.

 굳이 억양까지 똑같을 필요는 없겠죠.

 물론 억양이 같아지면, 듣기가 더 편해지는 것은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기초일본어를 쓸때도, 외국어의 수준은

 'A라는 단어를 모를때, B와 C라는 말을 써서 A를 설명할 수 있으면 성공'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이 수준에 올려놓기만 하면 웬만해서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 단계까지 가기가 어려운데, 그 도구는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주제넘게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공부하시는데 아무쪼록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참고로 언어는 순식간에 늘지 않습니다. 그러나 즐기다 보면 어느순간에 구름 저편으로 올라가 계신 여러분을 발견하게 될것입니다. 즉 모르셔도 출석 열쒸미(현재 1편 연재중) <-오늘의 결론 -_-;; 

 

 더 궁금하신 내용은 댓글로 풀어뽀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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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가 꿈이었던 청년의 일본탐험기

 

당그니의 만화 일본표류기 (http://blog.daum.net/dangu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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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이 글은 제 책 '표류정보'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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