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나의 흑백필름

아이 책가방에 한글이름이...

dangunee 2006. 9. 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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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달만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일본에서는 어린이집을 '보육원保育園-호이쿠엔' 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게 고아원하고 비슷한 의미인줄 잘 몰랐다.

그동안 아이와 제대로 못놀아준 것도 있었는데, 한달동안, 특히 내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후 하루종일 붙어지내다 보니, 가끔은 어딜 가더라도 따라다니려고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랫만에 아이가 없는 정적을 맛보고 있다.

2.
어제 처가 어린이집 등록을 하고, 아이 가방을 받아왔는데,
'김채현'
이라고 한글 이름 세글자가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지난 몇년간 늘
キム チェヒョン 이라는 가타가나만 보다가, 한글이 적힌 가방을 보는 순간,
나는 드디어 아이와 함께 제자리에 돌아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자도 사람도 제자리로 돌아와야 안정을 찾나보다.

3.
지난 몇년간에 외국생활을 한마디로 정리해보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느꼈던 당연한 것이 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고.

같은 언어, 특별히 남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 대중속에 있어도 느껴지는 편안함.
언어를 골라쓰지 않아도 되는 것 등등....

외국에서는 아무리 오래 살아도 자리를 잡지 못했던 내 의식이
한켠 깊숙히 또아리를 틀고,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아직도 이곳이 한국인지, 일본인지 구분이 가지는 않지만, 일본어는 이제 내가 찾아서 듣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 변화라면 변화다.

앞으로 남은 것은,
진공상태로 남은 지금 이 시간들을
무기력하고 연결되지 않도록 긴장하는 것이 내게 남겨진 몫일 것이다.

다시 제자리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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