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렌즈속 일본

일본버스가 거북이처럼 느린 이유는?

dangunee 2007. 7. 13. 11:53
1.
원래 일본버스 관련 포스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사야카님의 블로그에서
한국버스기사는 외로워
정류장에 서지 않는 한국버스! 라는 한국 버스 관련 글이 있었고,
actor님의 승하차시 시동끄는 일본버스[동영상]
글이 있어서, 내 나름대로 한일 양국의 버스 문화에 대해서 비교 검토를 해보고자 한다.

글쓴이는 현재 일본에서 버스를 종종 탔으며(교토에서 6개월, 도쿄에서 6년 동안 짬짬이) 현재 한국에 와서 광역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중이다.


2.
우선 흔히 이야기 되는 일본버스의 장점을 거론해보자.

일본버스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 버스가 제 시간에 온다는 점
* 버스가 승객이 서 있는 지점에 정확하게 선다는 점
* 버스가 멈추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서지 말라고 한다는 점
  (사람에 따라 미리 서는 사람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버스가 선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서며, 나이드신 분들이 아주 천천히 내려도 운전기사가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는다)
*  난폭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점
*  운전기사가 매우 친절하다는 점
* 안내방송과 함께 버스안 전광판에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표시해준다는 점

자 그렇다면 일본버스는 단점이 없을까.

* 버스요금이 우선 비싸다는 점
  (도영버스의 경우는 200엔이나 대부분 짧은 거리에 그치고, 민영철도와 연계된 회사는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많은 경우는 400-500엔까지 갈수도 있다.)
* 운행간격이 한시간에 많으면 다섯번, 적으면 세번이고, 주말에는 이 횟수가 더 적어진다는 점
  또한 차가 일찍 끊기고 심야에는 추가요금을 내야한다는 점
* 운행 거리가 길지 않다는 점

이다.

3.
자 그렇다면 한국버스의 특징(?)은 살펴보자.

우선 장점

* 버스가 자주 온다
  (가끔은 몰아서 오기때문에 뒷차를 이용하면 쉽게 앉아서 가는 행운을 누린다는 점)
* 목적지까지 길이 비어있다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며
* 요금이 많이 올랐으나 아직까지는 저렴하다.
* 버스에 올랐을 때 인사하는 기사 아저씨가 늘었다는 점
* 새벽부터 심야까지 운행을 한다는 점

을 들 수 있겠으며

단점이라면

* 하나의 정류장에 여러버스가 서기 때문에 가끔은 메뚜기처럼 불나게 뛰어야한다는 점
  이때 줄은 온데 간데 없고 버스의 진행방향과 정차지점을 정확하게 예측해야하는 고도의 수학적 계산능력과 함께 몸싸움도 가끔 필요함
* 버스에서 내릴때는 미리 나오지 않으면 그냥 정류장을 지나칠 수도 있다는 점
* 인생이 그렇지만 버스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으니 알아서 잘 잡아서 타야한다는 점
* 가끔 성질 고약한 기사분을 만나면 아침부터 기분 잡친다는 점
* 난폭운전을 하는 버스가 많다는 점
* 안내방송 외에 라디오나 뽕짝으로 인해 가끔 잠을 청하기 힘들다는 점

을 들 수 있겠다.

이렇게 언급해놓고 보니 한국버스는 단점이 많고, 일본버스는 장점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이 포스팅의 요지는 일본버스의 장점만을 이야기하기 위해 쓰는 글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일 양국의 문화를 비교검토하면서 버스 운행문화가 어떻게 다르게 되었는지를 비교해보는 자리다.

우선 한국버스가 난폭운전을 하거나 승객을 버리고(?) 운행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우선 하루에 몇차례 돌아야하는 횟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즉, 버스회사가 정해놓은 회수를 채우지 못하면 기사분이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지고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다고 한다 또 한가지는 느리게 갈 경우, 바쁜 시가에 익숙해있는 승객들로부터 한소리를 듣기 때문이기도 하자.(한국사람 성격이 또 한 몫을 합니다...)
 
일본버스에 관한 동영상을 올린 acter님 글에 달린 댓글 중 한 운전기사님이 쓰신 내용을 한번 보자

버스기사입니다.
어느날 길이 한가해서 주행시간이 남았습니다.
당연히 천천히 갔죠 조착하면 교육또는 잔소리 들어야 하니까 그런데 뒤에 서 계시던 손님이 와서 한다는 소리가 장난하냐고 그러더군요 자기는 바쁜데 왜 이리 천천히 가냐고.
또 어느날 퇴근시간입니다.
많은 차로 인해 교통혼잡이 심한 시간대 입니다. 손님이 타자마자 출발해야 다음신호를 받을수 있고 그렇게 가야  운행시간표에 맞춰 일할수 있을 시간대 .손님 타자마자 출발했더니 욕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한민국 버스는 주행시간이라는게 정해져 있습니다 . 어떤 구간을     한가할때도 한시간이면 러시아워때도 한시간에 가야 한다는 식이죠     못가면 자기 쉬어야 하는시간이 없어지는거지요 여기 동영상을 보면 절대 시간에     �기지 않는다는거 볼수있습니다     아니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 하면 기다렸다 출발하게끔 되어 있군요. 정말이지 저도 버스 운전할바엔 일본에서 하고 싶군요

즉, 버스 시스템이 운전기사가 안전하게 운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일본버스는 장점만 있을까.
이 글의 가장 큰 주제인 일본버스가 거북이처럼 느린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면.

일본버스가 한국버스에 비해 느린 이유는?
특히 도쿄에서는 메인 교통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국 어디나 전철과 신칸센으로 그물망처럼 연결된 나라다.

앞서 한일 물가 정말 역전되었나1 - 교통비를 중심으로 에서 밝혔듯이 일본의 경우 특히 도쿄에서 버스는 메인 교통 수단이라기 보다는 역과 역 사이를 잇는 보조교통수단의 의미가 강하다.
서울처럼 일산에서 강남까지, 강남에서 용인, 수지, 수원, 인천, 분당까지 장거리를 가는 버스가 없다. 큰 도시를 끝에서 끝까지 횡단하거나 아니면 도시와 도시를 잇는 버스가 거의 없다. 지방의 경우 도시가 작기 때문에 장거리를 갈 수 있지만 한국처럼 고속도로를 이용할 정도로 장거리는 아니면, 금액도 상당히 올라간다.(한화 5000원까지)

따라서 메인 교통수단이 아니가 역과 역사이를 있는 보조교통수단이므로 빠르게 달릴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일본은 오히려 장거리를 갈 경우는 전철을 타는게 빠른데 전철의 경우는 각역정차,준급행,급행,특급 등 출퇴근 직장인을 위해서 다양한 차편을 준비해놓았기 때문에 빠르게 이동하고자 한다면 버스를 타느니 차라리 전철을 타는 것이 속시원하다.

따라서 일본버스가 느린 것은 안전해서 좋은 데 가끔 급할 경우는 속이 터진다는 점이다. -_-;; 게다가 역과 역사이를 구비구비 돌아다닌다. 뭐 원래 느리니까 어쩔 수 없지만 나도 느린 버스를 타고 가다가 지각한 적도 있었다.

일본버스가 한국처럼 장거리를 일상적으로 운행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아마 좁은 일본도로에서 운행하기가 만만치 않은데다가, 적잖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일례로 몇년 전 운행시간을 맞추고자 효고현에서 무리하게 전철을 운행하다가 열차가 탈선해서, 근처 주택가 맨션을 들이받고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한 사건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또한 예를 들자면, 도쿄에서 가이드를 할때다. 한국에서 관광객이 왔기 때문에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도쿄,사이타마,치바를 종횡무진 다닌 적이 있었다 이때 담당 운전기사는 난폭운행을 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짜놓은 일정이 워낙 빠듯해서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요꼬하마에 있는 차고에 차를 두고 자신이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일본버스가 시간을 칼같이 지킨다는 것은 어느정도 정해진 거리에서 관리가 되기 때문이며, 일본의 교통체계가 전철,버스,자전거를 상호보완하는 가운데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한국버스의 장점이 다시 보인다.
저렴한 요금으로 장거리를 한번에 갈 수 있다는 점.
강남에서 용인에버랜드까지 1800원에 갈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신기한 일이다.

얼마전 인천 공항철도가 텅텅빈 채로 적자투성이로 운행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것의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리무진 버스가 인천공항부터 서울 곳곳을 한번에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나리타 국제 공항에서 시내에 들어오려면 리무진 버스를 타고 신쥬쿠까지 오는데 드는 비용은 3천엔(한화 23000원정도) 이다. 반면 전철로 들어온다면 1200엔정도면 해결할 수 있으니 사람들이 버스보다 갈아타더라도 전철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국버스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전철의 빈 공간을 메꿀 뿐 아니라 주력교통수단으로 긴거리를 연결하며 급한 사람들에게는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보장한다.

그렇다고 한국버스가 고쳐야할 점이 없는 것이냐하면 그건 아니다.

먼저 바쁘지 않은 휴일에도 습성상 신호무시, 난폭운전이 종종 있으며 기사님들이 많이 좋아졌으나 여전히 불친절하거나 무뚝뚝한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내가 바라는 것은 버스가 정차하고 나서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국에 들어와서 가장 적응이 안된 것이 바로 버스가 정차하기 전에 사람들이 우르르 내릴 준비를 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제때 제때 내릴 준비를 하지 않으면 버스가 그냥 지나간다는 공포를 다들 내재화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본버스가 느리기는 하지만 때때로 좋은 점은 시간만 제때 맞춘다면 정확하게 탈 수가 있고, 버스를 타는 동안에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 안든다는 점이겠다. 그러나 어쩌겠냐. 마을버스라서 장거리는 못가는데, 그렇다고 택시 타자니 너무나 비싸고.
(일본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느끼는 빅3를 들자면, 1. 아줌마들의 엄청나게 빠른 자리확보, 2. 버스의 롤러코스터 3. 밥을 시키면 반찬이 무료라는 점이다.)

따라서 보통의 일본사람들은 일본버스를 타고 가장 가까운 역으로 가기 보다는 차라리 자전거를 이용한다. 자전거를 이용해서 빠르게 주파하면 어느정도 버스로 갈 수 있는 거리를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역 근처에는 자전거 주륜장이 있어서 여기에 월 2000엔정도 주륜비를 내면, 버스보다는 저렴하기 때문에 비오는 날 우산까지 써가면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을 꽤 보게 된다.

4.
얼마전 일본사람들과 서울을 한바퀴 돈 일이 있었는데,
(관련글: 일본사람들과 함께 '서울을 재발견'하다. )
그때 일본사람들도 감탄한 시스템이 있다.

그것은 환승 시스템과 신용카드로도 버스요금을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최근에 와서야 각 운영주체들끼리 협의가 된 카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활발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은 신속하게 서비스가 변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운전기사에 대한 처우, 버스시스템에 대한 이해, 저렴한 교통비에 비해 장거리를 갈 수 있다는 점을 따져보면 한국버스가 일본버스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으나, 버스를 타고 일터로 떠나야하는 것이 일상인 사람들에게 서비스는 무척 중요한 문제다.

기사,승객,요금을 모두 만족시키는 버스 운행 시스템이 무엇인지 머리를 한번 맞대보아야할 때다.
사실 좁아터진 정류장에 엄청나게 많은 버스가 서는 현 상황에서 답이 잘 안서긴 한다...-_-;;

5.
끝으로 일본 버스 시스템에 대해서 사진으로 간략하게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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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버스 기사는 정복에 모자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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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을 정확하게 지키는 일본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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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입구가 뒤에 있는 것은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버스고, 앞에서 타는 버스는 주로 도영버스로 금액이 정해져있다. 200엔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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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자. 각 버스정류장별로 운행시간표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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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운행 시간표. 평일, 토요일, 휴일에 따라 운행시간이 다르며, 단점은 일찍 끊긴다는 점과 배차간격이 넓다는 점이다. 한번 놓치면 택시타거나 자전거 타야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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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버스의 경우 한 정류장을 여러버스가 공유하는 일이 별로 없어서(공유하는 경우는 운행시간이 다르거나 함) 승차위치를 가늠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으나....마을버스(?)랑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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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버스가 제때 시간을 맞출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도로에 주차된 차량이 없다는 점도 있겠다. 사실 이런 2차선 도로에 차가 주차되어 있음 난리난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못맞추는 경우도 왕왕 있다.(나는 애 데리고 나왔을때 종종 늦은 버스를 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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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근처에는 이처럼 자전거도 100엔씩 내고 주륜하는 곳도 있다.집에 역에서 먼 사람들에게는 자전거 주륜 요금이 버스보다는 낫지만, 돈이 들아간다는게 빈약한 서민들에게는 아플 뿐이다..한국처럼 훔쳐가지는 않으나, 이게 다 유료라는 거. 또한 아무데나 자전거를 세웠다가는 구청에서 수거해가니 이래저래 자전거도 편하지만은 않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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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들어와서 가장 놀랐든 점은 엄청나게 늘어난 광역버스들이었다. 사진은 강남역 광역버스 승하차장. 버스 운행대수는 일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한국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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