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렌즈속 일본

한일 인간관계 이것이 다르다 [배려vs정]

dangunee 2007. 7. 2. 06:43
1 일본인! 한국인의 개방성에 놀라다.

내가 8년전 한국에서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당시 일본에서 한국에 처음 온 일본어 강사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은 참 개방적인 것 같아요. 일본보다 훨씬'

나는 갑자기 귀를 의심했다. 한국보다 근대화를 먼저 했고, 서구화를 달성했다고 하는 일본이 어째서 한국보다 덜 개방적일까 라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일본은 성개방을 포함해서 개인주의가 훨씬 발달한 나라가 아닌가. 그 당시에는 어떤 의미라 그 강사가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인지 잘 이해가 안갔다.

최근에 블로거 뉴스에 사야카씨가 쓰는 글들이 눈에 띄는데
가끔-답답한-일본-친구 란 글을 보고, 새롭게 한국인의 개방성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일본사람들이 느끼는 한국인의 개방성이란 뭘까.

 그것은 불만이 있을 때 바로 털어놓거나,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서 만난다는 것이다. 일본어로 이야기 하면 상대에게 메이와쿠(迷惑), 즉 '민폐'를 끼치는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어느정도 아는 사이라면 적당히 통용 된다. 사실 서로 민폐를 끼치고 주고 받는게 한국 아인가....-_-;;

 일본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해방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 교통비나 먹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활기. 즉 다른 사람에게 속시원히 이야기를 하고 부대끼기는 하지만 스트레스를 적당하게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을 잠깐 관광차 다녀가는 일본인과 다르게 이곳에서 장기간 체류한 일본인일 수록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당그니의 일본 회사 상사는 큐슈 출신인데, 도쿄에 와서 잘 적응을 못하다가 한 3개월간 한국에 같이 출장을 나온 일이 있었다. 그가 한국에 체류하면서 주로 한 것이 사람들하고 술먹는 일이었다. 우리가 먼저 먹자고 한 건 아니고 거래처 관계자 분들이 적극 제의를 해왔기 때문이다. 상사는 큐슈에서 도쿄에 와서 울적한 차에 한국에 와서(첫 방문이었음) 적극적으로 사람들이 어울려 준 것에 대해 너무 좋다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내가 왜 일본인 인지 모르겠다'고....

가끔은 한국에 귀화하겠다고 농담 따먹기 식으로 이야기 하기도 했다. 물론 이 말에는 약간 과장이 있다. 그러나 그는 서로 긴장하고 않고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도 경계하지 않고 어울리는 한국사회의 분위기에 한마디로 뿅 간 것이다.

반면, 일본사회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상당한 수준의 긴장감이라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라는 것이 일본사회의 제1의 원칙이므로, 모든 관계에서 내가 하는 행동이 상대에게 폐가 되는 것은 아닌지, 실례가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하고 나서 하게 된다. 물론 요즘 오타쿠들이 늘어나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가 상당부분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 일본사회는 아직까지 대체적으로 그런 분위기이다.

(여기서 '일본인들끼리는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제2차세계대전때 왜 아시아 다른 민중에게는 그렇게 폐를 끼쳤냐'는 것은 나중에 따로 다루기로 한다)

2.
천년의 무사 지배를 받았던 나라.

자 그렇다면 한일 두 나라의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일본이 근 700년 이상을 사무라이의 지배를 받은 나라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긴 역사가 현재에 와서도 여전히 일본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 같은 것인데,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이 일어나면서 급격한 서구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기 전까지도 전국이 260여개이 번국으로 쪼개져 있었고, 늘 전쟁을 준비하는 조직으로 마을 공동체가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에도시대는 철저한 신분제 사회로 평화가 정착되었으나 여전히 과거의 역사적 경험은 남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마을에서는 공통적으로 지켜야하는 룰이 있었고, 이 룰은 오키테(掟)라 하여 이것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무라하치부(村八分)'-왕따-를 시키곤 했다.

 또한 일본사람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오카미와 카에나이'(お上は変えない)라 하여 '윗사람은 바꿀 수 없다', 혹은 '윗사람(사무라이)에게 대들지 말라' 라는 말이 머릿속에 박혀 있는데, 이것 또한 긴 역사적 과정속에서 만들어진 그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이기도 하다.  에도시대(江戸時代), 칼을 찬 사무라이가 키리스테고멘'切り捨てごめん'(사무라이에게 반항하는 자는 베어도 책임을 묻지 않음)라고 하는 면책특권을 가진 곳에서 백성들이 윗사람에게 대든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사무라이'에서 '천황'으로 바뀌었을 뿐, 다르게 변한 것은 없었다. 태평양 전쟁시에는 '천황 만큼은 거역하지 말라'는 것이 그 세대들이 자식에게 교육을 시키는 주요한 지침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적 전통 속에서 일본인들이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하는 것이었고, 오늘날에 들어와서도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면서 남의 눈에 띠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일본사회에서 무난하게 살아가는 룰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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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무라이의 상징, 야스쿠니 신사 - 일본의 불행한 과거는 단순히 2차세계대전과 빠른 근대화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메이지유신 전, 긴 사무라이 통치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와도 그 맥이 닿아있다.

3.
일본, 상대를 배려한다


그렇지만, 일본사람들이 상대를 의식하면서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서 일본 문화는 다양한 흐름을 만들어 냈다.

우선 일본인들의 질서의식. 기본적으로 줄을 잘 선다거나 해외여행을 떠나서 되도록이면 소란스럽게 하지 않는 것들이 다 이런 문화적 베이스에서 나온다.

그리고, 친절.
일본에 잠깐 다녀온 여행자들이 흔히 칭찬하는 것들은 일본인들의 '친절'이다. 사실 한국사람들도 알고 보면 친절한데, 일본인들이 길가다가 슬쩍 부딪히기만 해도 '스미마셍' 미안하다고 한다. 가게에서 물건을 살때도,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아저씨도, 전철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때도 적극적인 서비스 정신을 가지고 친절하게 해준다. 특히 소비자를 대한 그들의 고객서비스는 따로 매뉴얼을 두고 운영을 하고 있으며, 전화응대에도 지켜야하는 톤이 있다.(되도록 높고 부드러운 톤으로)

따라서 특별히 일본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이런 '친절'은 한 사회를 부드럽게 만들기도 하고, 길가다가 딱히 언성을 높힐 이유가 없기도 하다. 왜냐 서로 피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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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느낀 상대를 배려하는 문화들


일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상대를 배려한다는 것을 많이 느끼는데, 우선 먼저 내리는 사람은 상대가 문이 열린채로 기다리지 않도록 내릴때 스스로 버튼을 눌러서 닫고 나간다. 물론 중간에 나가다 끼는 사람도 있음 -_-;; 대략난감, 철컹!!

그리고 가장 먼저 탄 사람이 나중에 탄 사람을 위해서 문을 열어둔다거나 내릴때도 상대가 먼저 내릴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 물론 내리는 사람은 '스미마셍'이라고 한마디 하고 가지 그냥 가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일본도 사람 사는 곳인지라
퇴근시 장거리 출퇴근 하는 전철의 경우는 자리 양보 얄짤(?) 없고
다양한 가게가 나란히 있고 테이블을 같이 쓰는 경우는 먹을 것을 들고 자리 다툼이 아주 치열하다. 이때는 사실 배려고 뭐고 없고 먹고 사는 데는 경쟁이 동작 빠른 놈이 장땡이다. (왼쪽 사진 참조)

또한 경제적인 문제가 걸렸을 때는 거래처라도 서로 욕하고 난리 난다. 어쩌겠나. 밥그릇이 걸리면 사회적으로 체면치레하는 것들은 부차적인 것이 되니....

4.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일본인들의 '폐를 끼치지 않는 문화'는 상대에 대한 배려로 이어지고 이것은 또한 일본인들끼리도 지나치게 상대를 의식하면서 서로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상대에게 하면 상대가 어떤 피해를 입게 될까'
'내가 이 시간에 불쑥 연락한다면 상대가 곤란해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일본인들끼리는 한국처럼 전화 한통화로 바로 몇시간후 약속을 잡거나 만나는 일이 극히 드물고 밤늦게 만나는 일은 더더욱 드물다.

물론 글쓴이는 일본에서 아주 친하게 지낸 일본인 친구가 있었는데, 이 분하고는 저녁 10시에도 11시에서 연락을 해서 술을 먹곤 했으나, 이런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다. 가끔 예외가 삶의 참모습을 느끼게도 해주지만...

5.
술자리 배려는 한국이 우선?

술자리 이야기만 한가지 더 해보자.
일본에서 술을 먹고 나면 사실 돈 계산을 누가 할 것인가 골치아프게 할 필요가 없다.

'더치페이를 할 수 있도록 사람수대로 정확하게 나눠주세요'라고 종업원에게 이야기 하면 1원단위까지 쪼개서 얼마라고 알려준다. 그러면 사람별로 계산대에 서서 자기 분량의 돈만 내고 나가면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것이 몰인정하게 느껴진다.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으나 상사가 있다면 부하 직원이 술을 얻어 먹는다거나, 친구끼리는 내가 얻어먹었다면 그 다음에 본인이 내거나 하는 문화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술값에 대한 배려는 한국이 더 한다. 때때로 그것때문에 누구를 만나더라도 골치아프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그냥 자기가 먹은 만큼만 내면 되니까.

6.
결론적으로 한국에서의 인간관계는 서로에게 부담을 주고 부담을 받는 관계라 할 수 있다.
대신 불만이 있으면 속시원하게 하고 사는 사회다. 한국이 일본보다 욕설이 발달한 이유는 그만큼 말로서 감정해소가 풍부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므로 시끄러울 수 있지만,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죠...뭐)

일본은 서로에게 되도록이면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사회다. 따라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분위기속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속으로 삭이는 경우가 많다.

한국 사람이 일본에 가면 일본의 친절이나 상대를 배려하는 것에 매력을 느낄 것이고, 일본인들이 한국에 오면 한국사람들의 시원시원한 모습에 활기를 느끼게 된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 있다가 자신들이 살아왔던 모습과 다른 것을 보면 어떤 해방감 마저 느끼게 된다.

겨울연가가 일본 중년 아주머니들에게 대히트를 치게 된 것은 '주인공인 배용준이 적극적으로 상대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었다면, 한국인이 일본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쿨한 그들의 개인주의일지도 모른다.

양쪽 다 장단이 있다. 모든 사물에는 그렇듯 밝고 어둠이 동시에 스며들어 있으니까.
어느 쪽이 좋다고는 할 수 없겠다. 단 한쪽으로 치우면 한국의 개방성은 그야말로 민폐가 되는 거고 일본인의 배려는 스트레스가 되는 거니까.
그렇게 한국사람들은 한국식으로, 일본사람들은 그렇게 일본식으로 살아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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