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렌즈속 일본

일본사람들과 함께 '서울을 재발견'하다.

dangunee 2007. 7. 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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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묻혀서 살다보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를 때가 있다. 지난 주말 도쿄에서 알게 되었던 일본사람 둘이 서울에 왔다. 이 사람들은 아내가 일본회사에서 일하던 것이 계기가 되어서 한국에 오게 된 것이다. 우리는 대접차 서울과 근교 여기저기를 같이 여행하는 기분으로 돌아다녔는데, 나 또한 지난 6년간 보지 못했던 서울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른바 서울의 재발견이라고나 할까. 이방인의 비친 서울의 모습, 일본과는 또 어떤 다른 느낌으로 그들에게 다가온 것일까.
잠깐 이 두 사람을 소개하자면 나이는 40대 초반이고 한사람의 이름은 사이토씨이고 또 한사람의 이름은 요시다 씨이다.(둘다 남자) 둘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사이토씨는 미국에 유학한 후 현지에도 회사를 두고 일본과 미국 두 나라 무역관계 일을 하고 있다.

서울 방문 일정은 2박 3일로
지난 금요일 저녁에 방문하여 일요일 저녁 비행기로 떠났다.
그럼 당그니와 함께 그들의 눈에 비친 서울을 함께 둘러보기로 하자.

첫째날: 삼겹살은 건강식이로군요
숙소를 강남역 근처로 잡은 터라 오자마자 출출한 김에 강남역 근처의 떡삼겹살 집에 갔다.
떡삼겹살을 구워서 먹으니 처음부터 맛이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특히 상추 등 채소와 같이 먹는 것을 보고 문화충격을 받았다.

사이토: “한국사람들은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해서 고기만 먹으면 건강에 안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고기와 함께 채소를 먹으니까 몸에 아주 좋겠네요. 맛있습니다”
요시다: “그런데 고추를 그냥 된장에 찍어 먹어도 안 맵나요?”

고추를 그냥 쌈장에 찍어먹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란 듯. 나는 일본에서 풋고추를 너무나 먹고 싶었었는데 일본사람 눈에는 한국사람이 매운 것을 날것으로 먹는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

당그니: “안 맵습니다. 한번 찍어먹어보세요. 이 녹색 고추는 절대 안매워요. 제가 보증합니다.”

그러나 그 집 고추가 다른 집 고추보다 의의로 매웠다. 결과는 대 실패. 두 사람 다 맵다고 난리다. 사이토씨는 멕시코에 가서 매운 것을 먹고 경련까지 일으킨 적이 있다고 하면서 중간에 먹기를 포기. 덴장 원래 풋고추는 안매운데 이 가게는 왜 이렇게 매운 걸 갖다 놓은 거야….화제를 돌려서

당그니: “요즘 일본도 생선보다는 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고 하던데, 어때요?”
요시다: “네 저는 고기를 더 좋아하고 더 많이 먹습니다.”
사이토: “저는 지금 시골 부모님과 같이 잠시 생활하고 있는데, 역시 70세 정도 되셔서 그런지 고기보다는 생선을 더 많이 먹는 편이에요.”
당그니: “회를 더 많이 먹나요? 아니면 구운생선을 더 많이 먹나요?”
사이토: “회라고 해도 언제나 신선하다고 할 수 없으니 구운생선을 더 많이 먹죠. 부모님은 생선을 많이 먹지만 저는 뭐 양쪽 다 잘 먹습니다.”

일본에서는 젓가락을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쓰는데 한국에서는 쇠젓가락을 쓰는 것을 보고,
사이토: “이거 묘하게 무게중심을 잡아줘서 안정감이 있네요!!”
와이프:”한국 쇠 젓가락은 나중에 소독하기 위해서 삶기 편합니다.”
사이토: “맞다. 플라스틱이나 와리바시(나무젓가락)는 위생에 더 안좋을 수도 있겠네요”

글쓴이도 일본회사에서 도시락을 먹을 때 쇠젓가락을 쓰는 것을 보고 주위의 일본인 동료들이 매우 신기해했는데, 어떤 의미에서 자주 삶는다면 더 위생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어디를 갈까 하다가 남산 서울 타워를 가기로 했다. 강남역에서 한남대교로 향하는데, 길이 넓은 것에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사이토: “와…차선이 편도 5차선이네요. 일본은 많아야 3차선인데…”
요시다: “도시계획이 제대로 되어 있는 거 같네요. 길도 똑 바르고”
당그니: “아 이곳은 강남이라고 해서 70년대에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되면서 한강북쪽보다 계획적으로 도시가 만들어졌습니다”
요시다: “도로가 이렇게 넓은 데도 차가 이렇게 막히는 걸 보니, 차가 무척 많은 것 같습니다”

두달 전 회사 상사가 처음 명동에 도착했을 때도 도로에 차가 많다는 것이었는데, 일본사람들이 보통 한국의 넓은 도로와 함께 느끼는 것은 많은 차량대수다. 하긴 자전거 도로가 정비되고는 있지만 도심에서 자전거 타기란 무척 어렵고 생활하다보면 한국에서는 차 없이는 움직이기가 참 힘든 구조이다. 사실 도쿄 시내 도로가 좁고 차 운전하기 출근하기도 만만치 않은 이유는 비싼 주차비때문…이미 한번은 언급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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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vs일본
위> 강남역 왕복 8차선도로,
아래> 도쿄 번화가 신쥬쿠 4차선 도로- 아래 보행자천국 시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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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군기지가 서울 한복판에
한남대교를 건너서 남산도서관으로 향했으나 길을 잘못들어서 이태원을 거쳐, 용산미군기지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태원을 지나다보니 금요일저녁 길가에는 서양인이 많이 눈에 띄었다.

사이토: “여기는 외국인이 무척 많네요.”
당그니: “아 도쿄의 록폰기 처럼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에요. 그리고 미군기지가 옆에 있어서 그런 경향도 있구요”
사이토: “미군기지가 서울 시내 한 복판에 있군요?”
당그니: “네 조만간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하고 전체부지를 공원으로 할 예정입니다.”
사이토: “일본으로 치면 요코스카 같은 분위기네요. 그런데 왜 서울 한복판의 미군기지가 있는 거죠?” (요코스카는 도쿄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으로 미군이 주둔해있다.)
당그니: “허허 그게 미군기지가 들어서기 전에는 일본군이 이곳에 주둔하면서 계속되었습니다만”
사이토:”앗…죄송!!!! 아픈 이야기네요. 일본이 정말 예전에 나쁜 짓을 많이 했죠 ㅜ.ㅜ”
사이토씨는 미국에서 생활해서 그런지,
“얼마 전에 미국에서 바보 같은 일본 의원들이 위안부 관련해서 존재를 부정하는 광고를 냈는데, 정말 이해가 안 가더라구요.”
요시다: “그러게. 깨끗하게 사과하고 넘어가면 될 일을…나도 왜 그런지 정말 모르겠다니까”

그는 얼마 전 뉴욕타임즈에 일본의원 등이 ‘위안부’를 부정하는 광고를 올린 것도 알고 있었다. 사실 일반적인 일본인들의 의식은 이렇지만 요즘 젊은 사람 중에는 극우의 목소리를 더 내고 있는 현실도 부정 못한다.
( 관련글 : 일본이 위안부결의안을 결사적으로 저지하는 이유)

역시 자연은 좋네요.

남산도서관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반이 넘었으므로 우리는 걸어서 정상까지 올라가기로 했
다. 오랜만에 심야 산책. 딸 아이를 데리고 올라가다 보니 거의 녹초가 되었다.

사이토: “서울 가운데에 이런 녹지가 있다는게 정말 좋습니다.”
당그니: “예전에는 정상까지 차가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정상까지 버스 말고는 못가게 만들었습니다.”:
사이토: “그게 자연을 위해서도 훨씬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서울타워를 올라가서 멋진 야경을 보고 나서 사이토씨가 한마디 한다.
“서울은 참 멋진 도시인데 인구가 조금만 적었으면 좋았을 거 같네요”
참고로 서울이 1000만에 육박하는데, 도쿄가 근교 위성도시 포함 천2백만이다.

첫날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한남대교에서 이태원, 용산, 서울역까지 돌게 되었으나 덕분에 두 사람은 서울 시내를 드라이브 하게 된 셈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시내까지 나온 김에 아쉬워서 청계천을 들렀는데, 연인들로 넘쳐나는 그곳 또한 마음에 들어했다. 이곳이 원래 도쿄처럼 고가도로가 있었는데 그것을 부수고 이렇게 휴식공간을 만들었다고 하자 많이 놀라는 표정이었다.

요시다: “도쿄에도 이런 것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네요. 근데 아마 불가능할 거 같다는 생각이….-_-;; 아...발을 저 물에 담그면 정말 시원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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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vs일본> 도쿄 수도 고속도로 고가, 서울도 청계천 고가가 이런 형태를 띄고 있었는데 철거되었다. 요시다씨는 몇번이고 '청계천, 청계천' 되뇌였다

둘째날: 민가는 일본과 비슷하네요.
두사람에게 롯데월드와 민속촌 중 어디를 가고 싶냐고 하자, 한국 고유의 문화를 알고 싶다고 해서 민속촌으로 결정. 강남역에서 고속도로로 바로 진입, 산이 보이자, 중심가에서 5분도 안 지났는데 녹지가 풍성한 것을 보고 서울이 자연에 둘러쌓여 있어서 참 부럽다고 한다.
나는 서울이 도쿄보다 공원이 부족한 것에 불만이었는데, 대신 이렇게 서울 어디든 바로 산이 보이는 것이 어쩌면 인공적인 것보다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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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도청사에서 바라본 도쿄> 도쿄는 대부분 평지라 산을 보려면 한 2시간은 가야한다.

민속촌에 들어가서 이곳 저곳 둘러보는데, 사이토씨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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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나 민가는 일본과 비슷하네요. 위화감을 못 느낍니다.”
즉 편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의 민가가 가장 다른 점은 역시 뭐니뭐니 해도 온돌이다.

사이토: “대부분 한국에서 일본으로 문물이 건너왔는데, 왜 온돌은 안 건너왔을까요?”
내가 열심히 온돌의 구조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을 때
요시다: “한국에서 문물이 대부분 건너 왔나?” (둘은 친구사이)
사이토: “그렇지. 조선시대 등 옛날 것은 많은 것이 한국에서 건너 왔지. 근데 온돌은 과학적인데 왜 안건너왔을까요?”
요시다씨가 자기는 역사를 잘 모른다고 씨익 웃어 넘긴다.
당그니: “아마도 일본이 더 습하고 한국처럼 돌로 집을 짓기 보다는 나무로 집을 짓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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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춘향이가 수청을 거절한 후 갇혔을 것만 같은 조선시대 관아 감옥

두 사람은 관아에 가서 죄인이 되어 보기도 하고, 한국 널뛰기도 같이 해보기도 하다가 드디어 대발견. 그곳은 대장금이 실제 촬영장소이자 무대였던 집에 갔기 때문이었다.

사이토: “와 바로 여기가 대장금의 무대군요. 아!!!!……이영애상이 바로 이곳에서…”
사이토씨는 웬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했다. 사이토씨는 장동건이 누구인지 한류배우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그렇지만 대장금의 이영애씨는 안다.

사이토: “저는 대장금을 절반은 미국에서 보았는데요. 그때는 중국말로 더빙된 상태에서 영어자막으로 보았고 -_-;;, 나머지는 일본에 들어왔을 때 보았습니다. 저희 어머님이 팬입니다. 벌써 세번이나 보셨다고 합니다.”
NHK에서 몇번이고 대장금을 틀어준 탓도 있겠으나 한류는 어쩌면 국지적인 이벤트라기 보다 좋은 컨텐츠가 있다면 어디서든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근데 왜 중국어로 더빙이 된 게 미국에 굴러다니냐는 질문에, 나는 허허 그것은 중국사람들에게 물어보셔야죠,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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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저 앞쪽 건물이 대장금 촬영지,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린 옥수수가 인상적이어서 한컷 찰칵

사이토씨는 연신 대장금의 촬영지에서 흥분된 듯 면밀히 지켜보면서 둘러나갔다. 나는 도쿄에 있을 때 옛 다이묘 정원이라든가 애니메이션의 무대가 된 곳을 자주 갔었는데, 그때마다 잘 가꾸어진 나무나 정원이 부러웠었다. 그런데 막상 민속촌에 와보니 의외로 한국에서도 그런 풍취는 충분히 맛볼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어쩌면 내가 한국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너무 몰랐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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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vs일
위> 민속촌에서 볼 수 있는 돛단배 풍경
아래> 에도시대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에도 다테모노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되었던 배경장소로 활용되었다. 도쿄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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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만나는 하늘 공원

두 사람을 인사동에 데려갈까 해서 의견을 물어보니, 사람 많은 것은 도쿄에서도 충분히 겪었으니 조용한 곳을 가고 싶다고 해서 상암동 하늘 공원을 가기로 했다. 하늘공원을 가기로 한 것은 나도 한번도 간 적이 없었고, 또한 서울의 상징인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도쿄에도 스미다강이 있지만 서울처럼 폭이 넓지 않아서 웅장한 맛이 떨어진다.

헥헥…어젯밤 남산서울타워를 올라가는데 지쳤는데 하늘공원도 겨우 올라왔다.
정상에 올라오니 바람이 시원했고, 의외로 데이트하는 연인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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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야 쓰레기 매립지가 5년만에 이렇게 울창한 숲이 될 수 있다니 놀랍네요”
요시다: “오다이바도 버려진 섬이었는데 새롭게 바뀌었잖아.”

하늘 공원은 매립지답게 정상에 평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적당하게 자란 풀밭. 와이프가 2003년에 왔을때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는데 이렇게 풀이 무성하게 자랐다고 했다. 나는 이번에 처음인지라 그저 이국적인 풍경으로만 느껴질 뿐이다.
내가 7년만에 서울에 와서 놀란 점은 엄청나게 확장되는 신도시의 숫자도 있지만 서울에 공원 등 시민들의 휴식공간 많이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었다. 청계천의 복원, 뚝섬의 서울숲공원, 그리고 상암동 월드컵 공원. 아직까지는 부족할지 모르나 상암동 월드컵 공원은 울창한 나무가 도쿄의 여느 공원 못지 않았고, 잔디에 들어가서 주말을 즐기는 시민들의 여유를 쉽게 느낄 수가 있었다.
가이드만 아니라면 나는 하늘 공원에서 몇시간이고 산책하면서 하늘과 마주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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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올림픽대로를 탔는데, 이곳이 편도 6차선인 것을 보고 새삼스레 한국도로가 넓다는데 놀라고 있었다.

요시다: “도쿄는 길이 너무 좁아서 답답한데 길이 넓으니 정말 좋네요. 어떤 의미에서는 국력까지도 느껴집니다.”
당그니:"길이 좁은 것 보다 이렇게 넓은 게 더 좋나요?"
요시다: "그렇죠. 길이 좁으면 답답하고, 도쿄에서 자동차 몰면 언제 목적지까지 도착할지 예측이 힘들어요"
당그니: "서울도 출퇴근 시간에는 매한가지이긴 한데..."

요시다씨는 도쿄에서 BMW를 모는 사람이다.

실제로 도쿄의 수도고속도로는 왕복 4차선이고 평일에는 대부분 막히는게 일상이어서 수도고속도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면 700엔이 아깝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잠깐만 이용한다면 빠르지도 않고 돈만 아깝다고 한다.

한국 가는데 왜 기내식을 먹어요?
둘째날의 피크는 역시 고기집.
첫날 떡삼겹살집을 데려갔으나 의외로 그 집이 맛이 덜했던 지라, 이번에는 예전에 간 적이 있는 화로구이 돼지갈비집에 데려갔다. 사람들도 가게는 꽉 찼고 한 5분정도 기다렸다가 자리에 착석, 고기를 먹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대만족.

사이토:”제가 비행기를 타고 오는데 말이죠. 기내식이 나와서 맛있게 먹으려는 차에 옆에 있던 다른 일본여자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한국 가는데 기내식을 뭐하러 먹어요?’
“저는 처음에 그게 무슨 소리인 줄 정말 몰랐는데, 이제 보니 정말 알겠네요.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은데 기내식으로 배를 채우고 한국에 간다는 게 바보같다는 거죠. 그 여자는 일주일전부터 다이어트를 하고 한국에 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헛…다이어트까지…

일본과 한국의 고기집의 차이는 우선 고기의 두께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우선 두껍다는 것. 그리고 풍부한 채소를 섭취함으로서 고기만 먹었을때보다 훨씬 소화를 돕는 다는 점이겠다. 물론 싼 가격도 한 몫 한다. 사이토씨는 한국 음식이 매우 건강식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요시다씨는 결국 과식을 한 모양이다.

아마 나도 다시 일본으로 떠나게 되는 날 ‘돼지갈비’의 구수한 맛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마지막 날 : 아주 충실한 여행이었습니다.

사이토씨와 요시다가 떠나는 마지막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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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저녁 비행기라서 남는 시간은 ‘창덕궁’에 가기로 했다. 한때 ‘비원’이라고 불리었던 곳. 임진왜란때 한차례 전소되고 다시 재건된 조선왕조의 상징. 그리고 현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
나는 한국사람들이 도쿄에 오면 일본의 상징인 ‘메이지 신궁’으로 데려가고, 일본사람이 서울에 오면 ‘창덕궁’으로 데려간다. 이 두 곳은 양국의 역사가 첨예하게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양국이 자신들의 특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창덕궁이 좋은 점은 가이드가 따로 붙어있어 내가 일일이 설명을 안해줘도 된다는 점.(사실 이 점이 가장 매력) 나는 이 두 사람과 함께 창덕궁을 방문하면 일본사람들 안내차 세번째 방문하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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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반 타임을 골라서 입장을 했는데, 역시나 많은 일본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창덕궁에서도 온돌의 과학성을 다시 설명했고, 대장금에 관한 이야기를 섞어가며 즐거운 창덕궁 나들이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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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본어 타임때 설명을 듣는 일본인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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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개인적으로는 후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연못에 대해서도 다들 흥미를 가졌다.

일본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조선왕조 마지막 황태자였던 이은과 결혼한 일본왕족 마사코’가 나중에 한국에 들어와 살았던 낙선재었다. 일본과의 직접 관련이 있어서인지 다들 흥미롭게 듣다가 가이드의 설명이 있은 후로 사람들은 탄성과 함께 집을 꼼꼼히 들여다보았지만 정작 그들은 한일간의 비극적인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왜 영친왕이 황족이었던 이방자(마사코)와 강제결혼을 해야만 했는지, 그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또한 그들이 도쿄의 아카사카 프린트 호텔 자리에서 식민지 시대 내내 어떤 위치로 머물렀는지를...
다만 화사한 햇살만이 한 시대의 비감을 묵묵히 전해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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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낙선재. 1963년 일본에서 돌아온 영친왕 이은이 거처하던 곳으로, 영친왕 사후 마사코여사 혼자서 살았다고 함

아무튼 그렇게 왕궁나들이를 뒤로 하고, 우리는 두 사람을 인천공항행 버스에 실어 보냈다.

사이토: “정말 감사합니다. 바쁜 시간을 내서 이렇게 가이드까지 해주시니…”
당그니: “하하 원래 일본에 있을 때도 한국에서 누가 와야만 이런 관광명소를 다녔는데요 뭘. 덕분에 저도 구경한번 잘 했습니다. 다시 도쿄에서 뵙지요.”

일상적으로 바쁜 생활에 묻혀서 살다보면 자신을 둘러싼 곳이 사실 잘 안보인다. 나는 한국을 떠남으로써 비로소 한국이 더 잘 보였고, 지금은 일본을 잠시 떠나 있음으로써 일본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한국사람이 이렇게 살아간다면 일본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었더라…등등.

이번에 한국을 찾은 일본사람들은 특별히 한류팬도 아니고, 한국에 아주 큰 관심이 있어서 온 것도 아니다. 단지 우리가 도쿄에 있었을 때 일하면서 알게 된 사이이고, 우리가 한국에 있을 동안 얼굴 한번 보자고 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눈은 어쩌면 서울의 복잡다단한 일상을 섬세하게 볼 줄 모르는 눈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거시적으로 이 도시가 어떻게 생겨먹었고 어떤 느낌을 주는 지는 알고 있다. 도쿄보다 넓은 도로와 많은 자동차, 그리고 꾸준히 넓어져가는 공원과 웅장한 한강, 산으로 둘러쌓인 천혜의 환경. 도쿄도 속속들이 알면 많은 공원과 다양한 문화적 이벤트가 넘쳐나는 곳인 것처럼 서울도 알고 보면 활기찬 사람들과 시원한 강바람과 500년의 역사가 숨쉬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꼭 이 땅에 오래 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잠깐 스쳐지나가는 이방인의 눈에도 벌거벗은 모습으로 드러난다. 풍족한 먹거리와 함께 이 도시을 좀더 인간적인 곳으로 만드는 것은 이땅에 발딛고 사는 사람들의 몫이겠지만 때때로 이방인들의 시선은 한번쯤 우리자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를 마주 보게하는 소중한 거울이기도 할 것이다.
서울은 어쩌면 우리가 인식하든 하지 않든 세계 어느 나라 도시 못지 않게 멋진 도시인 지도 모를 일이다.

‘어세오세요. 매력적인 도시 서울에!!!’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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