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렌즈속 일본

애니왕국 日本 애니메이터는 괴로워! 한국은?

dangunee 2007. 10. 23. 14:29

1. 日本애니메이션의 힘?

 지난 몇년간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던 것이 '일본내 한류'였다면, 한국내 '일류'는 좀더 뿌리가 깊다. 그 은밀한 침투의 선봉자가 바로 '저패니메이션'. 일본문화 개방이후 이제 투니버스 등 주요 케이블 TV 뿐 아니라 포탈사이트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을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동호회가 온,오프라인에 걸쳐 폭넓게 존재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일상적인 소재를 다양한 스토리와 감각적인 연출로 엮어 수없이 많은 중독자를 양성해왔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단순히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즐기는 문화이고, 드라마, 영화 등도 '애니메이션 문법'을 차용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게다가 원래 전자상가로 이름을 날렸던 '아키하바라'를 메이드군단을 앞세운 애니메이션 산업이 각종 코스프레, 메이드 바, 피규어, 게임 등으로 접수한지 오래다. 

 물론 이 '애니메이션 왕국'을 건설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은 일명 '오타쿠'라 불리우는 매니아집단의 자발적인 헌신(작품 및 각종 서비스 구매)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아키하바라 주변을 맴도는 '홈리스' 중에는 애니 관련 상점에서 내다버린 피규어나 잡지 등을 따로 모아서 다시 판매하여 생활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는 최근에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신에반게리온 극장판'을 선보였고, 원조 오타쿠집단인 가이낙스 창립멤버가 만든 극장판 '왕립우주군'이 드디어(?) 한국 극장에 걸릴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지난 여름에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초속 5센치미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내년 여름이면 일본애니메이션의 대부라 할 수 있는 미야자키하야오 감독의 '벼랑위의 포뇨'가 개봉을 앞두고 한창 제작중이라, 애니메이션 팬들의 가슴은 설레고 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로 4년만에 개봉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은 일본애니의 또다른 바람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벼랑위의 포뇨「崖の上のポニョ」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금붕어 포뇨와 다섯살 남자아이의 이야기로, 최근 주제가를 8살의 여자아이와 55세의 2명의 남자가 부르기로 해서 화제다. 2008년 여름 개봉 

 

2. 日 애니 제작현장은 우울해!!

 그러나, 이런 '일본애니메이션'의  엄청난 산업적 시스템과 막대한 '부가가치'와는  별개로 업계 내부 사정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비단 해외뿐 아니라 일본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마이니치 신문에는 일본애니메이션 업계 내부의 우울한 소식이 실렸다.
 
 잠깐 마이니치 신문 기사를 읽어보자.

 

 애니제작현장에서 비명!!

 '어렸을때부터 꿈이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일반회사에서 전직을 했지만, 하루 12시간 일해도 월수입은 이전의 절반. 철야가 계속되어도 잔업수당은 없고 의료보험조차 되지 않는다.' 일본내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에서 일하는 2년차 여성(32)는 노동조건의 가혹함을 호소한다.
 회사원시절에는 맨션에서 독신생활을 했는데, 취직후에는 월세를 낼 수 없게 되어, 부모님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화장도 그만두었다. 의료비가 드니까, 병이 악화될때까지 병원에 가지 않은 동료도 있다. '해외여행 같은 것은 안해도 된다. 적어도 보통사람처럼 살고 싶다'라고 한다.
 베테랑 애니메이터도 노후 불안을 가지고 있다. 인기 애니메이션 '내일의 죠'의 작화감독으로서 유명한 카네야마 아키히로(68)은 '40년 가깝게 애니메이션 세계에 있었지만, 계약사원으로 일하는 것이 많았고, 퇴직금도 받을 수 없었다'라고 회고했다. 건강을 헤쳐서 59세에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금은 월 12만엔 연금에 기댄다고 한다. '동년배의 업계친구들 중에는 생활보호를 받거나, 홈리스가 된 사람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일본애니메이션이 언제까지 가질 것인가 걱정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심야TV나 인터넷에 맞춘 애니메이션 수요가 증가. 텔레비젼 시리즈만 해도 신작이 20년전의 약 3배인 연간 100편이나 생긴다.
 그러나 제작현장에는 인건비가 싼 한국이나 중국의 하청 회사와의 경쟁으로 임금이 내려가고 있다. 그 위에 '애니메이터'는 한 작품 당 계약하거나, 프리의 입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기도 불안정하다. 부모님에게 기대지 않으면 일을 계속할 수가 없는(도쿄도 23세 남성) 상황이 계속된다.  <마이니치 신문 07/10/13>

 


  * 내일의 죠(도전자 허리케인) 원작만화 한컷, '후후 불태웠어...모두 새하얗게'
이 대사는 죠가 할 게 아니라, 애니메이터들이 할 이야기 아닌가 -_-;;


 위 '기사'는 내 업계경험에 의하면 일부 과장된 부분이 없진 않으나, 대부분 맞는 이야기이다. 즉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활황일지 모르나, 그 산업을 떠받드는 '애니메이터'의 생활을 평균에도 못미친다는 이야기이다.

  위 기사 중에서 오해가 있다면 한국과 중국의 하청회사와의 경쟁으로 임금이 내려간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30년간 일본애니업계의 오랜 하청 생산기지가 '한국'이었는데, 이것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제작비 절감을 위해 한국의 애니메이터를 부리고, 일본 애니메이터가 하기 꺼려하거나 시간에 �겨서 자국내에서 미처 소화할 수 없는 물량을 넘긴 것일 뿐, 경쟁을 시킨 것은 아니다.
 또한 일본내 애니메이터들의 낮은 임금은 해외 제작업체와의 경쟁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아웃'이나 '원화'는 일본에서 담당하고 단순작업만 한국이나 중국에 맡겼기 때문에 '경쟁'이라고 하기는 뭐하다. 기술에 따른 분업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애시당초 투자자금의 극히 일부만이 일본내 애니제작회사에 떨어지는 구조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3. '일본애니메이터,연출협회'(JAniCA) 출범

이런 열악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지난 13일 일본애니메이터, 연출협회(JAniCA)가 출범했다.

 애니메이터와 연출가가 모여서 만든 단체로, 애니 업계에서 이런 단체가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앞으로 임금 상승이나 잔업수당의 지급을 업계에 호소할 생각이라고 한다. 또한 정부나 지방자치체에게도 인재육성지원을 위한 협력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한다.

 본인도 일본회사PD와 일본 애니업계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하루가 멀다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많았다. 그러나 JAniCA에서 요구하는 임금상승이나 잔업 수당 지급이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구조상 가능할지 미지수다.
 
 그 이유는 여전히 낮은 단가로 작품을 수주하려는 소규모 애니스튜디오는 많으며, 애니메이션 제작비 자체가 시간당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컷당 혹은 매수당 계산되기 때문이다.
 컷당 얼마씩 단가를 쳐서 지불을 받는 구조가 기본적인 시스템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잔업수당을 어디에 청구를 한다는 말인가. 잔업수당을 청구하려면 기본적으로 월급제가 되어야하는데, 일본 애니업계의 낮은 제작비와 예산으로 그런 제도를 도입하기는 불가능하다.

 일본에서 월급제를 하고 있는 스튜디오는 거의 없는데, 그나마 안정적으로 시행하는 곳은 '지브리'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본애니제작현장의 가혹함과 낮은 임금을 애니메이터시절부터 뼈저리게 겪고 나서 좀더 안정적인 제작환경을 만들고자 했고, 이것이 '도쿠마쇼텐'의 지원을 받아 지브리를 설립한 계기가 되었다. 초봉부터 해서 월급제로 작품에만 전념하게 하게 했다.
  그러나 지브리도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천재의 노력에 의해 작품이 늘 히트를 치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극장용 작품을 제작할 동안 생기는 월급은 기본적으로 적자일 수 밖에 없는데, 작품이 히트를 치지 않는다면 차기작을 기약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지브리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데, 지브리의 시스템으로 작품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미야자키 하야오 한사람의 재능에 기대어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미야자키 고로'가 작년에 메가폰을 잡은 '게드전기'가 죽을 쑨 것을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없는 지브리가 어떻게 될지는 뻔한 상태이다.
 마땅한 후계자가 없는 상태이고 보니, '원령공주'이후 은퇴를 하겠다던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 이후에도 여전히 세번째 작품을 만들고 있다. 미야자키 감독의 지속적인 성공이 역설적으로 지브리의 몰락을 앞당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애니계 '월급제'의 상징이었던 지브리가 몰락한다면 향후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도 매우 클것이다.

 JAniCA가 출범은 했지만 여전히 제작현장의 미래는 불투명한게 이런 배경때문이다.

 

* 하야오의 아들이자, 지브리 미술관 관장이었던 미야자키 고로 가 만든 작품 '게드전기', 이 작품이 발표되자 일본관객들은 해외에 제발 수출하지 말라고 아우성이었다. 별 다섯개 중 하나를 당당히 기록한 작품으로, 원작자가 열받았다는 후문이...

4.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은 천연기념물 ?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 애니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한국'은 어떨까. 최근에 한국의 모 스튜디오와 파일럿 필름 작업을 같이 하면서 좀더 깊숙히 알게 되었는데, 한국은 비명이 아니라, 거의 고사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애니메이터'의 처우 이전에 산업자체가 '천연기념물'상태로 변모하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그나마 소수의 제작자들 돈벌이가 되었던 한국의 하청환경은 '엔화 가치의 하락'으로 거의 일거리가 없는 상태이고 그 결과, 상당수의 하청회사가 정리가 된 상태이다. (미국일 하청하는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함)

  그나마 바람직한 것은 '하청'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많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정부 지원금을 등에 업고 다양한 창작을 시도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새롭게 창작의 바람이 불고 있으나, 기존에 정부 지원을 받은 창작물들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슨 내용인지 일반인들은 알 길이 없다는 데 있다.

 그 큰 이유는 정부 지원금 선정 기준이 '작품'과 '한국'내 시장성을 보고 보다는 '해외투자'를 전제로 선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작품선정기준이 '해외시장과의 연계'에 주요한 점수를 주는 이유는 시리즈물이 되었을때 '자국시장'의 수요는 우선 포기하고 해외에서라도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고사'라고 표현했는데, 왜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형성되지 않는 것일까.

 첫번째로 TV 애니메이션 방영 시간대가 아이들도 볼 수 없는 오후 4시나 아침 7시라는 점이다. 그러니 어떤 작품이 하는지 아무도 알길이 없고, 아무도 보지 않으니 관련 상품이 팔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집 딸래미가 할인마트가서 산 공책은 인터넷에서 본 OO버 플래쉬 애니 주인공이었다. 일본의 경우 황금시간대에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고(7-8시) 그것이 거대한 엔터테인먼트의 주요한 선전장이 되는 것과 비교하면 천지차이인 것이다. 반면, 불륜이나 허구한날 부모와 자식이 싸우는 드라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허다하다.

두번째로 일본처럼 한국도 월급제를 하는 애니메이션 회사는 거의 없으며, 돈벌이가 시원찮다보니 우수 인력이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수한 인재가 모여들지 않으니,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획이나, 안정적으로 좋은 질의 작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근저에는 그동안 하청으로 빌딩까지 올리면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 생각이 없었던 앞선 세대 사장님들의 선견지명(?)도 한몫 했다.

 여기서 잠깐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뽀로로'나 다른 3D작품은 예외로 하겠다. 이 작품은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작품과는 약간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에 방영된 '장금이의 꿈'말고 내가 볼 수 있었던 한국 애니는 거의 없다.

5. 둘리야 넌 나이도 안먹냐? 

 

 

2008년 하반기 공중파 방송을 목표로 TV에서 내가 초등학교때 즐겨보았던 '둘리'가 새로운 시리즈로 부활한다고 한다. 아이와 아버지가 같이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있는 것은 나도 환영한다. 아쉬운 것은 그것이 또 '둘리'라는 것이다. '둘리'의 리메이킹 소식을 들었을때, 나는 그래서 신난다기 보다는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지난 20년간 우리에게 성공한 애니란 오로지 '둘리'밖에 없는 것인가.  

 '애니메이션 왕국 일본'의 노동환경이 가혹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나마 자신들의 영혼을 담아내 하나의 상품으로 만드는 창작이 가능한 반면, 한국에서는 애니메이터들의 '노동환경을 언급할 만한 건덕지도 없는 상태다. 물론 더 열악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전쟁 시대, UCC,핸드폰,디지탈TV 등 다양한 플랫폼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나오는 시대, 이런 플랫폼에 실릴 한국 애니메이션 거의 없다는 거, 이대로 좋은 것일까.
 
 그저 바램이 있다면, 느닷없이 미래 유망직종으로 '애니메이터'가 선정된다거나, '심슨'이 한국애니메이션의 저력으로 만들어졌다거나(하청은 그저 조립일뿐) 하는 기사나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 애니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는 그만큼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 '한국애니'쪽으로도 이런 바람을 몰고 달려와주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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