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갈림길에서

낙화는 겨울과의 약속

dangunee 2006. 4. 7. 11:11

툭툭!!

아침 출근길

빛을 다한 벚꽃잎이 발길에 채인다.

목련이 질 때 뚝뚝 눈물 떨구는 소녀 같다면

벚꽃은 무기력하게 흩어지는 패잔병.  

 

지난 밤 비와 함께 투드득

떨군 그들의 날개는

차갑게 식은 애정처럼

바람과 함께 잠시 비상을 꿈꾸다 힘 없이 가라앉는다.

 

벚꽃은 봄의 시작이 아니다.

겨울을 인내한 벚나무가 봄을 만나서

맨처음 하는 일이 꽃 피우는 것이라면,

그것은 봄의 시작이 아니라 겨울의 마감이라 해야할 것이다.

 

눈부신 자태를 뽐내고, 눈처럼 흩날리면서

벚나무는 말한다.

지난 겨울의 기억을 떨구는 중이라고.

보라!

이렇게 화려한 꽃을 던져버리고

가벼운 몸으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여름 만날 그늘를 마련하는 것이기에

 

생각해보면,

꽃처럼

화려한 날만 계속된다면

생은 또 얼마나 불행할 것인가.

그것은 화려한 것이 아니라

눈부심에 대한 집착,

끊임없이 관심을 붙들어매려는 영원에 대한 갈망

 

낙화는 그래서 이별이 아니라,

축복이다.

 

헤어짐으로서만 우리의 만남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거

그것은 봄의 전령이 아니라,

새해와 함께 온 겨울과의 눈부신 안녕이었고,

하여 낙화와 함께

봄은 이제

어디든 편하게 찾아갈 수 있으리라. 

 

벚꽃이 눈물을 떨구는 날

바람은 독기를 풀었다.

이미 벚꽃과 함께 사라져버린 입김의 추억.

 

낙화가

생의 끝에 대한 고백이 아니라

봄의 진정한 시작일때,

 

귓가에 머무던 봄 바람이 향그러워.....

 

화살처럼 쏟아지는 봄 햇살이 따갑던

아침,

겨울의 끝을 만났다.

 

봄이여...노래하라!!

 

▲ 비과 함께 떠나버린 겨울의 추억

            

            ⓒ 당그니 (http://blog.ohmynews.com/dangu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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