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갈림길에서

[스크랩] 블랙잭에게 안부를(Say hello to Black Jack)

dangunee 2005. 10. 18. 12:12

TBS 금요드라마로도 방영된 작품. 섬세한 필치의 그림과 풍부한 표정의 인물묘사. 긴박한 병원내부의 표정이 압권이다. 현재 12권까지 나왔다.

ブラックジャックによろしく

(한국 제목: 헬로우 블랙잭)

1.

지난 일요일 산 만화책. 워낙 평판이 자자한 만화 책이라, 진작에 읽고 싶었는데, 때마침 알바해서(후배 돈을 뜯은 것임-_-) 번돈을 고스란히 만화책 사는데 썼다. 읽어보니 전혀 아깝지 않았다.

 

 초일류대학병원 인턴 사이토가 그 주인공. 감정이 풍부하고,정의감이 강하고, 그 정의감때문에 종종 하지 말아야할일을 벌이고, 병원내부에서 왕따를 당하는 캐릭터다.

 

 의사란 무엇인가. 의료행위란 무엇인가. 일본의료계의 치부와 학맥, 인맥에 얽혀서 환자는 뒷전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자동차 보험환자와 병원간의 거래관계등은 한국과도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해, 이 책은 한국 의료계를 반추하는 거울로서도 볼 수 있는 책이다.

 

2.

만화에서 사이토는 의사가 되어서는 안되는 인물이다. 너무 인간적이고, 환자를 지나치게 돌보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자기가 속한 병원까지 배신하기를 서슴치 않는다.(환자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행위에 배신이라는 말을 쓰는게 웃기지만, 그 세계에서는 그렇게 부른다). 그는 환자 위에 군림하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목소리를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느끼는 인물이며, 그가 그렇게 환자에게 매달리는 이유는 딱 하나다.

 

 '환자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지 않습니까'

 

3.

 살다보면, 가끔 지나치게 열정적인게 독이 될때가 있다. 아니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 많은 방어벽을 치는 일일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때때로 '프로', '전문가'라 부른다.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지 않고, 꼭 필요한 용건만 다루며, 너무 사태에 깊숙히 개입하지 말것. 전문가로 커간다는 것은 그런 것을 세련되게 해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표정관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비단 의료계 뿐 아니다. 다른 어떤 분야도 그런 사람이 두각을 나타내고, 잘 뻗게 되어 있는 구조다. 그래서 사이토는 여기저기 미끄러지고, 뒤범벅이 된다. 다운증후군의 미숙아를 출산한 부모가 아이를 버리려고 하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그들을 설득하려 한다. 신생아실 담당의사는 그에게 한가지 충고를 한다.

 

 '환자에게 되도록이면 관여하지마라'

 

담당의사의 말도 맞는 말이다. 장애아의 출산을 앞둔 부모에게 그들의 생명이 소중하다고 아무리 강조한다 한들, 그들을 키워야하고,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어 하는 것은 그들 부모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는 그들에게 타인이다'

 

망설이는 사이토의 가슴에 쐐기를 박는다.

 

4.

데즈카 오사무가 자신의 의대 경험을 살려서 그려낸 역작. 5년여 동안 230편의 스토리가 연재된 불굴의 명작으로 일본의학만화의 전형을 구축했다.

  테즈카 오사무의 명작 '블랙잭'이 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작품은 무면허지만, 천재외과의사인 주인공이 자신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수술을 해주고, 진정한 의료행위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이다. 5년여 동안 230편의 스토리가 연재된 불굴의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블랙잭에게 안부를'은 바로 이미 작고한 테즈카 오사무가 탄생시킨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의 '블랙잭'에게 오늘의 의료현실을 묻는다.

 내가 보기에 '블랙잭에게 안부를'이란 만화는 단순히 의료현실만을 들추어내는 작품은 아니다. 차가운 병실과 고통에 신음하는 인간, 그러나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과 그것을 매개로 거래되는 학벌과 돈,  권력에 대한 뜨거운 보고다.

 

 사이토는 늘 자기 자신에게 묻는다.

 

'의사란 무엇인가'

 

 

 

 그런데 그가  환자 혹은 의대교수, 담당의에게 묻는 것은 혹시 이것이 아니었을까.

 

 '인간이란 무엇인가'

 

                                                                            ⓒ 당그니

출처 : 비공개
글쓴이 : 익명회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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