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갈림길에서

가끔 찾아온 우울

dangunee 2006. 5. 28. 22:18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나를 본다.
여기저기 글을 올리고, 거기에 매달린 나를 본다.

그리고 갑자기 찾아오는 우울.
컨베이어 벨트라인처럼 척척 무언가를 내놓으면 좋겠지만,

심장이, 가슴이 말을 안듣는다.
그 무엇도 보고 싶지 않고, 그 무엇도 슬프지 않다.
무언가를 보지만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어제는 비가 내렸고,
나는 허락 받는 외박을 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일본사람들과 깔깔대는 대화를 나눴고
안주없이 마시는 맥주의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까만 흑맥주가 썼다. 

짐짓 다른이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척하며
거미줄에 묶여 옴짝달짝 못하는 벌처럼,
무언가에 쫒기는 일상.

행복은 화려한 우울.
그리움은 빈자리에 대한 갈증.

지금 나는 무엇을 응시하고 있는 걸까.
사람들은 모니터를 통해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전철 창밖을 스치는 강물과 불빛은 비현실적이고, 
눈가에 맺힌 피로는밀린 일과 함께 이따금 쑤셔왔다.

내일은 파랗게 개인 하늘을 보고 싶다.
나만의 하늘.
나만의 구름을...
그럼 이 우울을 벗하여 하늘이 묻힌 들꽃을 보리라.

            - 당그니 (http://blog.ohmynews.com/dangu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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