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렌즈속 일본

한일 점심식사 풍경 이것이 다르다!!!

dangunee 2007. 6. 29. 12:30
1.
 지난번에 한일간의 물가비교를 간단하게 했다.
 사실 물가비교라는 것이 체감물가가 다르고, 매달 들어오는 수입에 따라서 일률적으로 어떻다고 말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글쓴이가 일본에서 햇수로 7년을 체류했고, 한국에서 현재 10개월째 생활하는 느낌으로는 한국 물가, 그것도 서울물가가 뉴욕이나 도쿄를 앞질렀다는데 동의를 하기 힘들었다. 아무튼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나는 그런 마당을 만든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한국과 일본의 단순한 물가비교가 아닌 삶의 질(?)에 대한 비교를 해보려고 한다. 지난번에 먹거리 비교를 한다고 했는데, 먹거리 비교는 단순히 금액비교가 아닌 한국과 일본의 점심식사 풍경이 어떻게 다른가 그것을 중점적으로 놓고 따져보고자 한다.


관련글1 : 한일 물가 정말 역전되었나1 - 교통비를 중심으로
관련글2: 한일 물가 과연 역전되었나? 2 - 소득과 집세에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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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일본 정식 - 800엔 - 1000엔 정도 한다.

2.
점심식사.
이 시간 만큼은 절대 직장인들이 회사에 양보할 수 없는 시간이다. 물론 일이 많다 보면 제 시각에 밥먹으러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보통은 삼삼오오 나가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온다.

나에게 한국과 일본의 점심식사 풍경의 가장 큰 차이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한국은 '소대내 회식 분위기'라고 할 수 있고,
일본은 그냥 '각개전투'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점심식사시간이 되면 직장내 마음이 맞는 동료 혹은 같은 부서 사람들끼리 같이 나가서 식사를 하고 온다. 자 식사시간동안 뭐를 하냐, 회사에서 열받은 일들, 자기 주변의 사소한 이야기 등을 동료들과 나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해방'의 시간이다.

일이 바쁜 경우는 자장면등을 시켜먹기도 하지만 이 경우도 몇몇이서 같이 시켜서 빙 둘러 앉아서 먹는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불쌍한 것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다는 것일 것이다. 밥을 같이 먹는 상대의 유무가 어쩌면 그 사람의 인간관계의 척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은 양상이 정 반대다.
일본인들은 점심식사 시간이 되도 같이 몰려가는 일이 별로 없다.

일본인들이 대중적으로 먹는 '규동','라면','소바','돈가스'집 풍경을 보자.
대부분은 카운터처럼 혼자서 먹게 되어 있다.
만약 동료들과 같이 가서 밥을 먹는다 해도 서로 마주 않아서 먹기 보다는 나란히 카운터에 앉아서 말없이 식사만 하고 온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점심식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점심식사 시간 동안 동료들과 세상사는 이야기 등을 나누며 전쟁 같은 일상 생활속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얻고 공감대를 얻는 시간이다.
반면 일본인들은 점심식사 동안만은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기를 원한다. 그것은 일본사회라는 것이 늘 긴장감으로 둘러쌓여있고, 직장 내에서 흐트러짐 없이 자기 업무를 수행해야하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아닌게 아니라 친구라 하더라도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 이것은 자기 영역이 아닌 경우 상대에게 쉽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다. 친구가 이러할 진대, 사회적 계약으로 연결되어 있는 직장내 동료는 어떠할까. 적어도 점심시간 동안만은 그런 일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는 점심시간 동안 일본인들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혹은 그들이 혼자서 식사를 하는 풍경속에서 '고독'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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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하치-돈까스 체인점으로, 이렇게 혼자 먹기 쉽도록 창가에 카운터좌석을 배치해놓았다. 도쿄 록폰기.

3.
사정이 이러다보니, 일본에서는 도시락편의점이 발달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도시락은 혼자 훌쩍 자리를 떠나서 가볍게 사올 수 있는 것이며, 편의점은 누구 눈치를 보지 않고 24시간 내내 필요한 물품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보통 편의점에서 고르는 도시락은 500-600엔 정도 가격이다.
따라서 도시락 메이커의 최대 승부처는 바로 이 가격대이고, 지금도 일본 편의점에서는 수없이 많은 도시락들이 일본 샐러리맨들의 눈길을 기다리며 어떻게 하면 더 싸면서도 질 좋은 반찬을 제공할까를 고민한다. 심지어 텔레비젼에서는 최근에 가장 히트한 도시락을 소개하면서도 그 성공비결을 소개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인 성공 비결은 반찬의 신선도 유지와 원가 절감이다.

재미난 점은 이 도시락을 먹는 양태도 한국과 일본이 다른데,
한국은 부득이하게 도시락을 먹게 되는 경우는 같이 시켜서 역시 원탁 테이블에서 같이 먹거나 하는데, 일본은 그냥 혼자 나가서 사온 다음 그냥 자기 사무실 책상 위에서 혼자 먹는다는 거다.
글쓴이도 처음에는 그게 정말 적응이 안되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는 걸 보고, 그 다음부터는 혼자서도 잘해요 -_-;; 가 되었다. 즉 나도 도시락을 사오거나 싸오면 일하던 자리에서 그냥 먹게 되었다. 따로 휴게실에서 먹는 풍경은 일본에서 흔한 것이 아니다.

그럼 일본사람들은 혼자 밥 먹으면 맛이 어떨까? 뭐 그냥 먹는 거다.
일본인들에게 점심이란 잠깐 허기를 때우고 자기에게 필요한 다른 것을 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그런 휴식이 일본인들에게 필요하다. 일본인들은 혼자 밥을 먹으면서 만화책을 보거나 게임을 한다. 그리고 문자 메세지를 날리거나 휴대폰을 인터넷을 본다.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면 게임센타에 가서 게임 한번 때리고(?) 업무에 복귀한다.

4.
이것은 한국과 일본의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한 차이를 이어지기도 한다.
글쓴이가 언젠가 한번은 아르바이트차 사무실 선 공사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동네에 아는 한국분께서 주말인데 같이 가서 공사를 좀 도와주지 않겠냐고 해서 간 것인데, 사무실에는 외부인인 우리가 공사를 하니까 과장 정도 되시는 분이 주말인데도 나오셔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일을 하다 보니 점심식사가 되었다. 한국 같았으면 몇번 안면이 있고 같은 공간에서 누군가 일을 오래 하게 되면 빈말이라도 점심식사를 같이 하지 않을래요 라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일본인 과장님은 혼자서 훌쩍 자리를 뜨더니 점심식사를 하러 다녀오겠다고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우리가 특별히 그분에게 점심식사를 바란게 아니므로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데, 잠시후 조그만 비닐봉지에 도시락과 함께 차(茶)를 가지고 다시 자기 자리를 들어오는 게 아닌가. 그리고 나서 혼자서 식사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풍경에 왜 그렇게 썰렁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마 한국 같았으면 혼자서 나가서 먹거나 아니면 같이 시켜 먹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 만큼 일본사람들은 혼자 먹기가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5
 흔히 일본사회는 '상대에게 폐를 끼치면 안되는 사회'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테 무언가 제안하거나 부탁하는 것은 행여나 상대에거 부담을 주는 행위는 아닌지 고려해서 자제한다. 즉 쉽게 얽히지 않고 부담 주지 않는 사회인 것이다.
 한국은? 잘 모르는 사이도 쉽게 친해진다. 길가다 모르는 사람하고는 대판 싸울 수는 있어도, 조금만 안면을 튼 사이에서는 잘 싸우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만큼 그 관계가 또한 부담되기도 한다.

한일 양국은 서로 다른 역사적 과정을 거쳤고, 다른 길을 걸어왔다.
또한 어떤 것을 주요 가치로 둘 것인가에 대해서도 다르다.

다만 일본인들이 마냥 혼자 먹는 것을 좋아하느냐,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주말에 일본인들이 주로 찾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보라.
패밀리 레스토랑에는 카운터 석이 없다. 모두 서로 마주 앉아서 먹는 곳이다. 그리고 주말에 혼자와서 쓸쓸하게 먹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그곳에는 회사에서 경쟁하는 동료에 대한 피로도 혼자서 무언가를 먹으며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꾹꾹 눌러대는 스산함도 없다.
 아이와 엄마와 아빠가 오손도손 모여서 즐겁게 식사를 하는 풍경이 가득하다. 아니면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가세해서 온 가족이 함께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그리움과 따듯함을 필요로 한다.
단 한국은 회사에서도 공적인 관계에서도 그것을 찾으려하고, 일본에서는 회사에서는 일정정도 거리를 두려는 것의 차이일 뿐이다.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관계와 익숙해진 풍경 속에서 하루를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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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일본에서 가장 저렴한 이탈리안 풍 패밀리 레스토랑. 사이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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