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렌즈속 일본

일본 신입사원 '사장이 되고 싶지 않아!!!'

dangunee 2007. 10. 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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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사람들은 다들 사장이 되고 싶어해요'

일반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늘 독립을 꿈꾼다.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느니, '사장'이 되어서 다른 사람 지시를 받지 않고 자기 뜻대로 일을 계획하고 매출을 올리고,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샐러리맨의 꿈일지도 모른다.

예전에 일본어 학원 다닐때 한국에 온 일본인 강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사람들은 다들 사장이 되고 싶어해요'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라면 일찍 창업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게 요즘 세태인데, 일본인이 보기에 한국사람들이 그만큼 욕심이 많아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누구 밑에서 일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뜻인지, 아무튼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어떨까. 일본인들도 사장이 되고 싶어하는 비율이 많을까.

일본 산업능률대학(도쿄 세타가야구)이 올해 7월에 발표한  신입사원 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요즘 일본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 '사장이 되고 싶지 않다'

2007년 올해 4월에 입사한 신입사원 대상으로 '최종적으로 회사에서 되고 싶은 지위'를 조사한 결과,

1위는 부장으로 17.1
2위는 임원이 16.9
3위가 '사장'이 되고싶다는 응답으로, 12.0%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 결과는 1990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작년보다 3.6%나 떨어진 수치다. 이 결과에 대해서 산업능률대학은 일본기업에서 불상사가 계속되어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어떤 회사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을 때 '사장단'이나 '임원진'들이 나와서 반드시 '사과'를 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자살'로 책임을 다하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자신이 만일 최고책임자가 되었을 때도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조사는 산업능률대학 매니지먼트 스쿨이 개최한 신입사원 연수 세미나에 참가한 265개의 기업 신입사원 750명을 대상으로, 올해 3월말부터 4월 중순까지에 걸쳐서 실시되었으며 668명으로부터 유효회답을 얻은 것으로 모든 기업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표본으로서는 의미가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3. 성과제 도입은 바라지만 일생 고용 보장도 해달라?

 일본 하면 과거 '종신고용제'로 회사와 사원이 하나의 가족이라는 인상이 강했고, 연공서열이라는 제도로 나이가 듬에 따라 자연스럽게 급여가 올라가는 시스템으로 직장의 안정성을 기했다. 그러나 일본도 성과급 도입이나 구조조정으로 인해 과거와 달리 신자유주의 물결이 상당부분 몰아친 것도 사실이다. 지난 2일 우정성에서 100프로 정부출자인 민간회사로 발족한 JP(Japan Post)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번 조사에서 신입사원들의 의식 중 재미난 것은 '종신고용제도'를 바라는 응답이 67.8%에 달해 과거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연공서열식 인사제도를 바라는 경우는 36.6%에 불과한 반면 능력에 따라서 급여를 받는 성과주의적인 인사제도에 대해서는 64.0%가 바라고 있다고 한다.

 위와는 별개로 독립해서 새로 창업을 하겠냐는 응답은 10.2%에 달해서, 2002년 20%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또한 전직은 '좌절'이냐는 질문에 30% 이상이 그렇다고 대답해, 올해 신입사원의 '안전지향'이 눈에 띄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내 고용은 끝까지 보장해주되, 성과제 도입을 통해 급여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달라'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공무원 열풍이 부는 것이 안정적인 직장이 사라진 반증이라면, 일본 신입사원들의 '안정지향'에도 불안한 미래가 투영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사회경제생산성본부'가 발표한 올해 신입사원 조사 결과 발표에서 '젊은시절 프리아르바이트로 생활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응답한 것이 작년보다 6.0포인트 저하된 26.4%로 처음으로 30% 밑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2년전에는 53.7% 였는데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것은 그만큼 일본 젊은이들이 정직원보다 비정규직에 대해 불안하게 느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자유'보다는 '안정'이 일본 젊은들에게도 주요한 키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4. 이 조사 결과에 대해서 일본인들의 생각은?

* 일부의 조사 결과를 가지고 요즘 젊은이들이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다. 대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신입사원이라면 사장이 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중소기업이라면 오너가 사장인 경우 아예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없으니 '임원' 정도로 만족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 언론에서 요즘 젊은이들 때리기에 열심인데 신입사원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 주위에 니트족(취직을 포기하고 사는 사람)나 프리아르바이터(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기서 그만두면 나락이다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 부장 정도라도 책임이 무겁다. 종신고용을 바라면서 능력제 급여를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이렇게 젊은이들 편에 선 사람도 있고, 조사가 편협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며, 조사결과를 보고 젊은이들에게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5. 왜 일본인은 사장이 되고 싶지 않을까

한 일본인 블로거는 '사장이 되고 싶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자기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내 주위에서 일하는 샐러리맨, 여직원들도 요즘세상에 '높은 지위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어디까지나 내가 들은 사람에 한해서).
 실적위주의 외자계회사나 자기사업을 하거나, 샐러리맨으로서 임원이 되야지 하고 생각하는 야심가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높은 지위로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이다.

이유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조금이라도 높은 지위가 되면 책임만 지게 되고, 급료도 그렇게 더 많지도 않고, 자기 시간이 없어지는 것도 싫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손해다'
라는게 이유.

몇만엔 정도 급료가 올라가도 그것의 3배정도 책임이 무겁게 된다(웃음)

 http://yuki-noshirosa.iza.ne.jp/blog/entry/165921

이런 분위기라는 것.

 즉, 한때 카이샤닝겐(회사인간)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7,80년대 회사에 모든걸 바쳤던 전 세대와 다르게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은 NO라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다니던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동료 일본인에게 사장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저 평생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된다'고 이야기를 할 뿐 특별히 이런저런 사업을 벌려 사장이 되고싶거나, 회사를 차리고 싶다고 한 적이 없었다.
 그 외 몇몇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 꼭 성공하겠다거나, 나는 반드시 이런 일을 해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6. '사장이 되고싶다'가 많은 게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한국사회에서 독립해서 사장이 되고 싶어하는 비율이 적지 않은 이유가 그만큼 직장내에서 비젼을 갖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사오정'이라는 말 조차 이미 한물 간 유행어가 되었지만,  40대만 되면 퇴직 준비를 해야하고 전직을 통해 신분상승을 꾀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 된 한국사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종신고용을 바라는 한국젊은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반면 아직까지 일본에서는 NEC를 비롯해서 종신고용을 지키는 기업이 있고, 단카이세대 퇴직과 맞물려서 노동의 숙련도를 걱정하는 일본정부가 정년을 연장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이때, 안정적인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일본인들 의식 중 하나는 '위에서 결정하면 따른다'는 것이 있어서, 굳이 '탑'이 되어서 사람들을 움직이겠다는 의식이 희박한 것도 큰 요인이 될 것이다. 그저 자기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일본정치가 쉽게 바뀌지 않는 주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모두가 사장이 될 수 없고, 될 필요도 없다.
 이번 조사는 요즘 일본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의식의 일부를 들여다 본 것일 뿐이다.
 단 일본언론에서는 일본젊은이들이 지나치게 '안정희구적'이라며 좀더 도전적이었으면 하는 염려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면, 나는 한국이 '고용안정'을 좀처럼 찾기 힘든 분위기라 이번 조사가 묘하게 우리의 현실과 대비되어 보이기도 했다.  

 여러분은 사장이 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부장이나 임원 정도로 만족하고 싶습니까?


관련글 : 일본인들 직장에서 급여 얼마나 받을까(빈부격차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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