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갈림길에서

표류기도 이제 종착역을 향하여...

dangunee 2006. 7. 3. 03:21
1.
오늘 40화를 세상에 흘러보냈다.
다음주에는 41화.

인터넷 연재를 50화로 끝낼지, 52화로 끝낼지 아직 고민중인데...
아무튼 인터넷 독자와 '일본표류기'가 만나는 시간은 이제 길어야 넉달 정도다.

구상부터 치면 올해 8월까지 만 2년을 끌어온 작업이
몇달후면 끝난다.

2.
작년 1월에 처음 1화를 그릴때부터, 나는 오로지 연재가 끝나는 날만을 생각했다.
군인이 오로지 제대날짜만을 세는 것처럼

지난번 사인회 때부터 한 두어달간 사실상 작업에 손을 놓았다.
월드컵까지. 이제 다시 다잡고 남은 열편정도를 그려야한다.

연재가 끝나면 나는 그때 어떤 기분일까.
그냥 아무런 느낌이 없겠지.
그래도 한 50화정도까지 가면 숨이 턱턱 막힐 것 같다.
세상에 50편이나 그렸단 말인가. 아니지.
드디어 저기 긴 터널을 지나서 출구쪽 빛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3.
한 시기가 끝날때 늘 그랬다. 졸업할때, 군문제를 해결할때, 한국을 떠날때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그 시간대를 통과할때 느끼는 억만톤의 고독은 오로지 본인 만이 안다.
수험생이, 군인이, 실연당한 그녀가...모두 경험의 동반자이자 외톨이이다.

아직 운동화 끈을 풀때가 아니지만,
문득 40화라는 숫자가 주는 느낌이, 전체 분량의 2/3를 넘은 시점에서
이제, 그려야할 편수가 그린 편수보다 적어져서 그런지, 싱숭생숭하다.

그래도 끝낼 수 있을때 끝내는 것만이.
사라질 수 있을때, 사라지는 것만이
새로운 창조를 위한 또 한걸음이므로,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마침표를 끊을 때까지,
몇달간 고독한 날들을 걸어가야지.

하여, 뒤돌아 봤을때, 졸음과 지겨움과 익숙함과 싸우던 그 긴 시간이
따듯한 그리움으로 남을 수 있도록
내일도 나는 펜을 들겠다.

안녕! 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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